![해학과 인정이 한 상에 가득!](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4/09/22/200409220500020_1.jpg)
한밤중 걸쭉하게 헛제삿밥을 한 상 차려 먹고 안동댐을 산책해도 좋고, 탈춤 마당놀이나 세계유교문화축제(10월31일까지)에 참가해 보는 것도 안동 선비문화를 이해하는 데 색다른 흥바람이 있을 듯하다.
헛제삿밥은 제사 음식이 그렇듯 고춧가루와 마늘 등 자극적인 양념을 쓰지 않는다. 대신 깨소금, 참기름, 토속 간장 등으로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낸다. 헛제삿밥엔 또 탕, 반 그리고 그 유명한 간고등어, 돔배기(상어), 각종 나물이 오른다. 어물과 육류는 싸리나무 꼬치에 끼워 산적을 만든다. 진주 헛제삿밥과의 차이는 산적꼬치가 많다는 점이며, 탕은 산적을 하고 남은 고기와 무를 넣어 토종 간장으로 맛을 낸다.
‘까치구멍집’(054-821-1056)의 헛제삿밥 상물림은 상단 오른쪽이 상어적(돔배기포)이고, 고등어, 쇠고기, 동태, 북어 산적과 호박전, 두부전 등이 왼쪽에 차려진다. 유독 붉은색 음식은 안동 식혜다. 안동 식혜는 겨울철 별식이기도 하지만, 새콤 달콤 매콤하여 헛제삿밥의 건조한 맛을 깊은 맛으로 끌어올리는 약방의 감초와 같은 구실을 한다. 남도 3합처럼 음식 궁합을 살리면서도 안동 음식의 전통 손맛을 낸다. 밥에다 무, 고춧가루, 생강즙 등을 넣고 엿기름물로 발효시켜 무의 시원한 맛과 고춧가루의 맵고 달큰한 맛이 어우러진 이 식혜는 진주 헛제삿밥과 구별되는 특별한 꾸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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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마당에서 먹는 밤참으로는 유명한 ‘건진국수’를 든다. 이는 밀가루 반죽을 홍두깨로 얇게 저며낸 국수를 삶아 찬물에 ‘건졌다’고 해서 붙은 이름으로, 안동 지방의 옛 가정에서 즐기던 음식이다. 정선ㆍ영월 지방의 콧등치기국수(감자옹심) 또는 봉평 지방의 올챙이국수에 버금가는 향토 음식이기도 하다.
탈마당에 나오는 음식이야 으레 ‘건진국수’였겠지만, 선비들이 야심한 밤 그윽한 서당방에 숨어들어 들병이나 꼬셔다 놓고 먹었음직한 헛제삿밥엔 옛 안동골의 훈훈한 효심과 인정미가 배어 있다.
그러나 전통과 거리가 먼 ‘안동찜닭’이 헛제삿밥 대신 영주 지방이나 죽령마루의 ‘죽령주막’(대표 안정자ㆍ054-638-6151)에까지 번진 걸 보면 염량세태(炎凉世態)의 유행을 거듭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