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2

..

호스티스 배역 티격태격 …지나가던 배우 덜컥 캐스팅

  • < 김대오/ 스포츠투데이 연예부 기자 > nomoretears@sportstoday.co.kr

    입력2004-09-21 16:32: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원래 감독과 제작자의 관계는 그다지 좋지 않게 마련이다. 감독은 흥행성이나 오락성보다는 ‘작품성’을 중시하고, 제작자는 제작비를 대는 입장이다 보니 ‘흥행성’을 중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태흥영화사의 이태원 대표와 임권택 감독처럼 인연이 오래가는 경우도 있지만, 함께 작업한 감독과 제작자들은 흥행에 성공하고 작품성을 인정받아도 서로에 관해 ‘좋은 이야기’는 아끼는(?) 편이다.

    이들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은 제작비와 캐스팅. 주인공의 경우는 이른바 흥행이 보장된 초특급 영화배우들로 캐스팅하기 위해 제작자와 감독 구분 없이 발로 뛰지만 조연급의 경우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딱히 누구를 고집할 필요가 없는 배역의 경우엔 아무래도 친분 있는 사람들을 캐스팅하게 마련이다.몇 년 전 흥행 돌풍을 일으킨 한 코믹영화가 제작될 당시의 캐스팅에 얽힌 이야기다. 모든 캐스팅을 마친 후 룸살롱 호스티스 배역을 남겨놓고 제작자와 감독의 의견이 서로 달랐다고 한다. 제작자는 영화사와 함께 운영중인 자신의 매니지먼트사의 신인을 추천했고, 감독은 배역의 중요성(?) 때문에 평소 점찍어 둔 신인 여배우를 강력하게 추천했다. 결국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배역을 놓고 오디션까지 보았다. 그러나 제작자와 감독의 의견이 갈린 상황에서 스태프들은 누구 편도 들 수 없었다.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배역을 두고 제작자와 감독은 ‘쟤보다는 얘가 훨씬 낫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런데 간이 오디션이 펼쳐지는 가운데 평소 영화사 관계자와 친분이 있던 S양이 지나가는 길에 이 영화사에 들렀다. 그녀는 표정이 심각한 제작자와 감독을 향해 “어머, 사장님 감독님 안녕하세요”라고 말을 건넸다. 의견이 팽팽히 맞서 있던 제작자와 감독은 그녀의 인사를 받는 대신 동시에 이렇게 소리쳤다고 한다.“감독님이 추천한 L보다 S가 훨씬 낫네요.” “어휴, K보다 지금 온 S가 훨씬 낫다.”

    결국 제작자와 감독 사이에 팽팽한 의견 대립을 몰고 온 호스티스 배역은 제작자가 민 K양도 아니고, 감독이 민 L양도 아닌 우연히 영화사에 들러 인사 한마디를 건넨 S양으로 캐스팅됐다. 지금도 친하게 지내는 이 제작자와 감독은 당시 상황을 두고 아직도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고 한다.

    “감독님, 그런데 우리가 왜 S를 캐스팅했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