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무 살에 데뷔해 벌써 1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서른 살을 넘겨서도 남자들이 말하는 ‘결혼하고 싶은 여자’ 1위의 자리를 지켰던 ‘요정 같은 여자’ 최진실(34). 이제 한 남자의 아내, 한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그의 모습에서도 이런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있을까.
“어쩜, 최진실은 늙지도 않네.” 겨우 30대 중반 ‘한창’ 나이에 이런 소릴 듣는다는 건 여자로서 기쁘기보단 억울한(?) 일이다. 결혼과 출산으로 브라운관을 떠났다 컴백무대로 선택한 MBC 드라마 ‘그대를 알고부터’의 촬영장에서 만난 최진실의 얼굴에서도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눈 밑에 드리우는 다크서클이나 잔주름 같은 세월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것이 보는 이의 가슴을 상쾌하게 만드는 상큼한 미소와 명랑소녀 ‘캔디’ 같은 그녀만의 매력을 앗아가 버리진 못했다. 눈앞의 그녀는 여전히 10여년 전의 그 최진실이었다.
“알아요. ‘최진실 언제 나오나’ 기다린 사람들이 있는 반면, ‘쟤는 결혼했으면 애나 키우지 왜 또 나오나’ 하시는 분들도 있다는 거…. 우리 연예계에선 결혼 전에 잘 나가다가도 결혼과 함께 끝나는 경우가 많았잖아요. 그런 시선에 대해 이젠 정말 연기로써,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싶어요.”
‘똑순이 이미지’ 배역과 닮은꼴

“(볼을 가리키며) 아, 이거요? 이 드라마에서 제 역할이 옌볜 처녀 ‘이옥화’인데, 중국에 가봤더니 그쪽 사람들이 유독 볼을 발그스레하게 강조하는 메이크업을 했더라고요. 그래서 볼터치에 신경 썼어요.”
메이크업에서 의상까지 완벽하게 준비해 촬영에 임했지만, 역시 가장 걱정된 건 옌볜 사투리였다. “원래 경상도, 전라도 사투리도 잘 못한다”는 그녀는 촬영을 앞두고 친구인 개그맨 정선희에게 사투리 레슨을 받았고, 진짜 조선족을 찾아가 ‘특별지도’를 부탁했다. 너무 걱정하는 것 같아 박종 PD가 “그럼 나랑 함께 만나 연습하자”고 했는데, 만나자마자 완벽한 옌볜말을 구사하는 바람에 “나한테 사기친 거지?”라고 농담을 했다고. 작가 정성주씨 역시 최진실이 사투리를 하면 어색할까봐 금세 서울말 익히는 걸로 바꿀까 했는데 “걱정 마시라요, 연습 부지런히 할 테니끼니”라는 최진실의 말에 안심을 했다.

최진실이 연기할 ‘이옥화’는 옌볜에서 태어나 하얼빈 대학을 졸업하고 상하이에서 일하다 똑부러지는 성격과 빼어난 일솜씨 덕분에 한국에 정식으로 취업해 들어오는 조선족 처녀. 취재하러 상하이에 간 스포츠신문 기자 조기원(류시원 분)과 우연히 만난 뒤 한국에서 사랑을 키워가면서 어렵고 힘든 환경에서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말하자면 ‘조선족 캔디’인 셈인데, 그러고 보면 최진실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똑순이’ 이미지에 철저히 기댄 캐릭터라고도 볼 수 있다.


이제 겨우 연기활동에 컴백했지만, 그녀는 “드라마가 끝나면 곧바로 둘째 아이를 가질 생각”이라고 다소 의외의(?) 계획도 털어놓았다. “아이가 둘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도 나이가 있으니 서둘러야죠. 힘들 거 없어요. 전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이 환희(아들) 엄마가 된 일 같거든요. 아이를 볼 때마다 초인적인 힘이 생겨나는 걸 느껴요.”

그렇다고 연기자로서의 꿈을 버릴 생각은 없다. 연예계에서 가장 존경한다는 김혜자 선생님처럼 아주 오랫동안 연기를 하면서 인생의 희로애락을 전달하고, 매번 새로운 역할에 자신을 온통 던지는 ‘희열’을 느끼고 싶다고 그녀는 말한다.
“남편, 환희랑 같이 있는 시간을 빼면 카메라 앞에서 연기에 몰두할 때가 가장 행복해요. 오랜만에 돌아온 촬영장 분위기가 이렇게 설렐 수가 없어요. 할리우드 여배우들처럼 나이 들면서 더 사랑받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타고난 사랑스러움에 연륜을 더해가는 그녀의 모습이 누이처럼 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