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쨍쨍 내리쬐던 1976년 여름 어느 날이다. 경기도 양평 모 사단에서 함께 군 생활을 하던 충청도 출신 3명이 그 인연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어 사진을 찍었다. 군대 시절 때만 해도 전우의 정을 제대 후까지 이어가자고 철썩같이 약속했건만 만남의 횟수가 점점 줄어들더니 이제는 아예 연락이 끊겨버렸다. 혹시 오다가다 얼굴 한번 마주치지 않을까 기대도 해봤지만 30년 가까이 만날 수는 없었다. 누가 우리나라를 좁다고 했던가?

앞에 앉아 있는 멋쟁이 군인이 바로 나고 뒷줄 오른쪽이 서산이 고향인 서인석이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친구는 고향이 광천이었는데 아쉽게도 오랜 세월 탓에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몸을 부대끼며 힘든 군대 시절을 함께 보냈기에 그 누구보다도 끈끈한 정을 나누었던 우리. 지금이라도 만나 옛이야기를 나누며 “캬~” 소리나게 소주라도 한잔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간동아 346호 (p86~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