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깨는 북극 수호 “이대론 안 된다”](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4/10/05/200410050500050_1.jpg)
동서 냉전의 긴장이 정점이었던 1960년대 캐나다 군은 11만명에 이르렀으나 그 뒤로 지금까지 줄곧 감축됐다. 역대 연방정부는 재정적자 해소의 단골 처방으로 군 규모를 줄여왔다. 당장 쳐들어올 적이 없는 상황이니 국방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웬만한 소신이 아니면 입을 닫아버렸고, 국민도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러면서도 캐나다는 세계의 분쟁지역에 유엔평화유지군을 빠짐없이 보내, 개근상이라도 줘야 할 정도다. 이런 캐나다에 국내 방위를 위해 군의 ‘근육’을 과시해야 할 현안이 생겼다. 바로 북극권에 대한 주권 수호다.
콜럼버스를 비롯한 유럽의 탐험가들이 서쪽으로 항해해서 아시아에 이르려다가 발견한 땅이 신대륙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신대륙이란 꿈의 땅 아시아에 이르는 뱃길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애물일 뿐이었다. 당시는 중국의 문화가 서양을 앞질러 있었고 금과 비단, 향료가 넘치는 땅 아시아에 대한 유럽인들의 동경은 열렬했다.
10~20년 후 상업적 항해 가능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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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사람들은 신대륙의 북쪽을 우회해 아시아에 이르는 미지의 뱃길을 ‘북서통로’(Northwest Passage)라 불렀다. 북서통로를 찾으려는 노력은 그러나 매번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결론은 이렇다. 대서양에서 캐나다 북쪽의 북극권 섬들을 돌아 나가면 태평양에 이를 수 있지만 그 바다는 연중 대부분 얼어 있는 상태고, 설사 잠시 녹는다 해도 떠다니는 얼음덩이 때문에 항해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북서통로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19세기 초 북서통로가 현실성 없는 뱃길임이 확인됐지만 영국은 거의 무인도인 북극권 섬들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위해 탐사를 계속했다. 이 노력의 결과로 영국의 주권을 ‘분양’받아 탄생한 캐나다가 그린랜드 서쪽 북극권의 모든 섬들에 대한 영유권을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북서통로는 준엄한 얼음길이다. 이 금단의 뱃길에 1903년 노르웨이 사람 아문젠이 도전했다. 그는 북서통로의 동쪽 끝에서 배로 출발해 3년의 각고 끝에 태평양으로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 그가 최초의 북서통로 완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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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사진을 판독한 결과 북극권의 만년얼음 면적이 1078년 이후 10년에 3%꼴로 줄고 있다고 캐나다 기상청 얼음측정팀장 존 포킹검씨가 2년 전 밝혔다. 이와는 별도로 1999년 미국 워싱턴대학 연구진은 북극의 만년얼음층 두께가 1958년에 비해 40%나 얇아졌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미군 당국이 잠수함을 이용해 측정한 수치를 인용했다.
북극권 얼음이 녹는 것이 인류의 무절제한 연료 사용 탓인지, 아니면 영겁의 세월이 빚어내는 불가해한 현상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이런 추세로 갈 경우 10∼20년 뒤에는 북서통로의 상업적 항해가 연중 내내 아니면 최소한 여름철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포킹검씨는 내다봤다. 꿈같은 이야기다. 아시아와 유럽 간 파나마 운하를 이용하는 현재의 항로는 대략 1만2600해리인 데 비해 북서통로를 이용하면 그 거리가 7900해리로 3분의 1 이상 단축된다. 세계의 교역 패턴을, 그리고 경제 판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요인이다.
북서통로를 영토 안에 품고 있는 캐나다로서는 경제의 새 프런티어가 열릴 것을 기대하며 흥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좀더 시야를 넓혀 생각하면 이 정도로 북극권의 얼음이 녹는 현상은 경제적 의미를 따질 가치가 없는 인류의 대재앙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설사 재앙의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북서통로를 활용하는 방안이 열린다 해도 캐나다가 즐거워할 일은 별로 없다. 파나마 운하처럼 그 이용 선박에 통행료를 물릴 수 있다면 횡재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지금부터 주권 수호 의지 과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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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료를 못 받을 상황에서 북서통로가 개방된다면 캐나다로서는 궂은일만 떠맡게 될 것이 예상된다. 이 루트를 이용해 밀입국 또는 마약 거래 등을 하려는 시도를 감시해야 할 뿐 아니라, 만약 큰 배가 좌초해 기름이라도 누출시키면 그 뒤치다꺼리가 보통 일이 아니다. 또 북서통로 개방을 계기로 주변 무인도들에 대한 영유권마저 도전받을 우려가 있다.
좋든 싫든 북극권이 동면에서 깨어날 것을 상정해 그곳에 군의 주둔을 늘려 캐나다의 주권 수호 의지를 과시해야 한다는 것이 이 나라 ‘유비무환(有備無患)론자’들의 목소리다. 또 앞으로 물이 석유 못지않은 비싼 자원이 될 것이고 이에 따라 수자원이 부족한 나라들이 북극권의 만년얼음을 활용하려는 시도가 잦아질 것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캐나다 군은 8월 초 ‘북극고래 유격대 작전’(Exercise Narwhal Rager)이란 이름으로 북서통로에서의 기동훈련에 들어갔다. 군 당국자들은 가뜩이나 군의 몸집이 작은 데다 유엔평화유지군과 아프가니스탄 파병 등의 요인까지 겹쳐 이번 북극고래 유격대 작전의 규모도 당초 계획보다 크게 줄었다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