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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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에도 경기 불확실성 여전한 한국 경제

수출과 내수 격차 지속… 중국 의존도 높은 기업일수록 회복세 제약

  • 김유미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입력2024-10-24 09: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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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월 11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동아DB]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월 11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동아DB]

    한국은행은 10월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25%로 25bp(1bp=0.01%p) 인하했다(그래프 참조). 금융시장에서도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50bp 금리인하를 단행하고,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1%대로 둔화한 이후 금리인하 전망이 대체로 우세했다. 물론 일부는 금융 안정 측면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을 낮게 보기도 했다. 한국은행이 앞서 7∼8월 금리를 동결하며 금융 안정에 무게를 뒀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지속될 공급망 재편 등 구조적 변화

    하지만 최근 들어 정부의 대출 규제 등 거시 건전성 정책 강화 효과가 나타나고 물가가 2% 아래로 하락하자 실질금리를 낮추기 위한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이 커졌다. 물가가 둔화하면서 실질금리가 자연스레 높아진 점이 통화정책 환경을 더욱 긴축적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금융 안정 측면에서는 정부의 정책 효과가 나타나 금리인하 시점을 11월로 미룰 필요성이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금리인하 이후 통화정책은 물가, 성장, 금융 안정 등 정책 변수 간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인하 속도 등을 신중히 결정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동결 소수 의견은 1명이었으며,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 6명 중 5명은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를 3.25%로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내수는 부진하지만 수출이 아직 양호한 흐름을 유지하고, 금융 안정 측면에서 가계부채 문제가 잔존하는 만큼 연내에는 추가로 금리를 인하하기보다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따라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는 내년 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 중국 경기 회복 여부 등 대외 불확실성으로 관련 수요가 불안정할 수 있고, 내수 회복 또한 지연돼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 필요성이 커질 수도 있다. 물론 과거에 비해 물가 수준이 높을 수 있지만, 대외적으로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방 리스크가 확대되지 않는 한 약한 내수에 수요 인플레이션이 하향 안정화되면서 물가 부담을 낮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로존, 중국 등 주요국 통화정책은 물가에서 성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 역시 성장 제고를 위한 추가 금리인하 필요성이 연말을 지나면서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2% 초반으로 둔화될 전망이며, 주요 연구기관의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25년 한국 경제는 금리인하 등을 통해 유동성 여건이 다소 개선될 수 있으나 경제 내 차별화가 지속되면서 양극화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과 내수의 격차가 지속되고, 수출 내에서도 산업 및 업종 간 성장, 감소가 엇갈리는 등 불균형이 커질 수 있다.

    올해 한국 수출은 반도체 중심으로 양호했으나 이외 산업에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또는 미국 수입 수요의 수혜를 받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작용했으며, 중국 수요 의존도가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이 부진했다. 그리고 이 같은 흐름은 공급망 재편 등 구조적 변화를 고려할 때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겪으면서 전 세계 통상정책은 세계화 또는 효율적 교역에서 경제 안보에 중점을 두는 구조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물론 세계화 둔화 움직임은 이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거론된 이슈였다는 점에서 새로운 변화는 아니다. 하지만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통상정책이 경제 안보에 중점을 두고 보호무역주의와 각자도생 행보를 취하면서 글로벌 대외 수요 환경이 구조적으로 바뀌고 있다. 민간 자율에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교역이 활발하게 이뤄지던 과거와는 다른 그림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제외한 대중 수출, 2014년 정점으로 하락 중

    이런 환경에서는 정부 정책이 중요한 가운데 재정정책과 민간투자의 조합으로 성장이 이뤄지고 수요를 창출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흐름은 이미 미국에서 AI 투자 사이클과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형태로 확인된 바 있으며, 이들 수요의 수혜 여부가 한국 수출에 중요하게 작용했다. 그리고 내년에도 관련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하든 강도 차이만 있을 뿐, 재정지출 확대 흐름은 공통적이며, 보호무역주의 관련 입장 역시 유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 수요 의존도가 높았던 한국 산업이나 기업은 내년에도 회복세가 제약될 수 있다. 최근 중국 정부의 대규모 부양 정책으로 경기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 생산 구조가 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중국의 중간재 경쟁력 제고 등이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에 비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으로 한국의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 비중은 80%를 상회하는데,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은 2014년을 정점으로 하락해 대중 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중국 기술 수준이 점차 개선되면서 자국산으로 대체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중국 자급률이 상승할수록 한국의 대중 수출은 중국 경기 회복에 대한 수혜를 과거만큼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공급망은 자국의 회복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지정학적 위치에 따라 블록화·지역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한국 수출 내에서도 업종·산업 간 차별화가 생길 수 있음을 시사하고, 내수에도 그 영향이 미칠 수 있다. 구조적 환경 변화에 따라 한국 수출기업의 투자 및 생산이 해외 현지로 옮겨가는 흐름이 강화될수록 국내 내수는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한국 내 투자 및 생산 둔화가 가계 소득과 소비 부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수출 낙수 효과가 이전보다 약화되면서 내수 역시 불안정해질 것으로 보이며, 내년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특히 금리인하 등 유동성 개선이 고르게 경제 주체에 유입되기보다 상대적으로 우량한 기업, 소득이 양호한 사람에게 좀 더 유리한 구조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 이에 따른 소득·소비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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