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전쟁이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오사마 빈 라덴의 운명에 눈길이 쏠린다. 큰 가닥에서 보면 초점은 세 가지로 집약된다. 끝내 체포돼 미 군사법정에 설 것인지, 특수군 공격으로 사살되거나 공습으로 폭사당할 것인지, 아니면 ‘소낙비’를 피해 어디론가 잠행한 뒤 조직을 재정비해 반격에 나설 것인지다.
겉으로 보기엔 빈 라덴은 결사항전 태세다. 11월 초 파키스탄 언론인과의 이례적인 단독 인터뷰에서도 그런 의지를 드러냈다. 빈 라덴이 피신보다 결사항전을 택한다면 결국은 죽음뿐이다.
그는 아랍 지지자들 사이에 이른바 ‘순교자’로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엔 어디론가 숨어 ‘날이 개길’ 기다리며 내일을 도모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미국이 쳐놓은 그물망을 어떻게 빠져나가느냐다. 그러나 현지 지형지물에 밝은 빈 라덴이 훗날을 기약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면 탈출이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빈 라덴의 행방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이런저런 억측만 나도는 상황이다. 파키스탄 주재 압둘 살람 자이프 탈레반 대사는 빈 라덴이 가족을 이끌고 이미 아프간을 탈출했다고 주장했으나 행선지가 어딘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은 빈 라덴이 아직 아프간 어딘가에 은신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현재 미 특수부대원 300여명이 아프간에 들어가 있고, 이 가운데 100여명이 칸다하르 주변지역에서 활동중이다. 비슷한 규모로 투입된 영국 특수부대(SAS) 요원들도 빈 라덴에겐 위협적인 존재다. 이들의 주임무는 빈 라덴의 예상 도주로를 차단, 길목을 지키며 빈 라덴에 대한 압박작전을 펴는 것이다. 인명 피해를 우려해 특수부대원들이 직접 동굴 등에 대한 수색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프레데터 무인정찰기(UAV) 등 첨단장비로 빈 라덴의 은신처로 추정되는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 인근 동굴과 터널 일대를 감시하는 수준이다. 미 펜타곤(국방부) 내에서는 일단 빈 라덴의 소재지가 파악되면 육군 제10산악사단 등을 투입하는 작전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다.
아프간에 투입된 미 중앙정보부(CIA) 특수활동대도 빈 라덴을 위협한다. CIA는 ‘더러운 전쟁’의 이름 아래 10억 달러 예산과 함께 빈 라덴 암살 면허장을 따냈다. 군 전역자들을 주축으로 각 팀 6명으로 이뤄진 150명 규모의 특수활동대는 아프간 곳곳에서 현지인 협조자를 포섭하고, 탈레반 내부인사들에게 달러뭉치를 건네거나 보상금을 약속하며 빈 라덴 찾기에 땀을 흘린다. CIA는 빈 라덴의 아프간 탈출을 막기 위해 파키스탄 정보부(ISI)와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빈 라덴이 결사항전을 결심했다면, 11월 초 공습으로 사망한 측근 무하마드 아테프처럼 자신도 언젠가는 죽음을 맞을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생포될 경우 미국의 군사재판을 받아야 한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최근 외국인 테러용의자에 대한 군사재판을 허용하는 명령에 서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말들이 많다. 미 하버드대 국제관계대학원의 노(老)정치학자 스탠리 호프먼 교수는 “미군만 참여하는 군사법정은 밀실법정이라 비난받을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낸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독일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소처럼 국제법정 형태를 갖춰야 한다는 것. 법리학적 해석이야 어떻든 빈 라덴으로선 군사재판은 굴욕적인 것이다. 이슬람적인 자존심을 지닌 빈 라덴에겐 주적국가로 압송돼 재판받는 것은 상상하기도, 받아들이기도 힘든 일이다. 빈 라덴이 “미군이나 북부동맹에 체포되는 상황이 닥치면 나를 죽여도 좋다”고 측근에게 당부한 것으로 한 사우디 신문이 보도한 바 있는데, 사실 여부를 떠나 논리적으로 맞는 말이다.
빈 라덴이 결사항전을 결심했다면 이는 그를 쫓는 미국의 의도와 일치한다. 미국은 생포보다 사살을 원한다. 군사재판 법정에 세운다는 것은 생포될 경우 그렇게 처리하겠다는 얘기일 뿐, 실제론 사살 쪽이다. 여기엔 그럴 만한 배경이 있다. 1980년대 동서냉전 시대에 CIA는 빈 라덴을 물심양면으로 도와 구소련군에 맞서도록 부추겼다. 빈 라덴으로선 미국이 감추고 싶어하는 사항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비밀이 아니더라도, 법정에서 밝혀지면 미국은 이로울 게 없다. 또 빈 라덴 재판과정에서 전 세계인의 시선을 받을 것이고, 빈 라덴 지지 시위(뒤집어보면 반미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질 게 뻔하다. 빈 라덴이 4000명 가량 희생시킨 9·11 테러의 배후란 확증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빈 라덴을 재판할 무렵이면 어떤 형태로든 가닥이 잡힐 것이다. 결론은 사형이다. 그러나 사형제도 자체를 반대하는 유럽 국가들의 반대여론도 예상된다. 이래저래 생포-재판-사형은 미국으로선 골치 아픈 과정이다. 부시 미 대통령은 “빈 라덴과 테러조직 알 카에다를 법정에 세우는 목표를 달성한 뒤 아프간을 떠날 것”이라 밝혔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치적 수사(rhetoric)일 뿐이다.
결국 관심의 초점은 빈 라덴의 향후 거취다.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아프간에 파견된 미군 특수부대가 남북을 잇는 주요 도로를 차단하고 상황을 파악하면서 이동중인 사람들을 제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해군함정들도 빈 라덴의 탈주로를 막기 위해 파키스탄을 떠나는 상선들을 하나하나 검문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 사정에 밝은 빈 라덴 세력은 일단 아프간 국경만 벗어나면 소말리아 이라크 예멘 수단 등지로 잠입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말리아는 1993년 여름 미 해병대가 현지 군벌 아이디드(Aidid)를 얕보고 나섰다가 18명이 죽임을 당한 뒤 국제사회로부터 외면당해 온 곳이다.
물론 아프간을 탈출했다고 빈 라덴이 안심하긴 이르다. 그에겐 2500만 달러의 현상금이 걸려 있다. 현지인들의 배신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빈 라덴이 믿을 곳은 자신이 89년 조직한 알 카에다(우리말로는 ‘근거지’)다. 전 세계 50여개국에 퍼져 있는 이 국제적 조직망이 빈 라덴을 보호하지 못할 만큼 엉성하지는 않을 것이다. 밀입국시킨 다음 잠행을 계속하면서 미국에 대한 제2, 제3의 테러공격을 기획할 것이다. 빈 라덴의 도피와 더불어 테러와의 전쟁은 제3막을 맞게 된다. 그 3막이 빈 라덴이 주장하듯 핵무기 공격으로 시작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불행을 겪지 않으려면 미국으로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빈 라덴의 탈출을 막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아프간 땅에서 빈 라덴이 죽는다 해도 부시 행정부가 일으킨 테러와의 전쟁은 간단치 않다. 미국의 친이스라엘 정책(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창설문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세속적이고 부패한 정권들의 존재, 중동지역 미군 주둔 등 근본 요인을 해소하지 않는 한 국제적인 반미 테러조직들을 파괴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미국의 중동정책에 획기적 변화가 오지 않는 한 미국인들이 테러 공포에서 벗어나긴 어렵다.
큰 그림을 그려보면, 테러 공포에서 미국이 벗어나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앞서 언급한 반미적 요소들을 제거하기 위해 정치·외교적으로 노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부시독트린의 깃발을 앞세워 물리적으로 해결하는 길이다. 후자의 해결방식은 초강대국인 미국의 무력으로 ‘중동의 테러리스트들’을 뿌리뽑는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군산복합체가 바라는 길이기도 하다. 미사일 방어망(MD) 구축 논의에서 보듯, 군산복합체는 부시 행정부를 움직이는 거대한 이익집단이다. 이 집단에 떠받쳐진 부시 대통령과 그의 강경파 참모들은 무력 사용이 인내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보다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여기는 듯하다. 이런 일방적이고 군사문화적인 시각은 테러와의 전쟁이란 명분과 부시독트린을 내세우며 아프간 전선을 더 확대할 조짐마저 엿보인다. 그때의 전선은 이라크와 소말리아가 될 공산이 크다. 역설적이지만, 군산복합체와 미국 내 강경파들에겐 빈 라덴이 군사문화적 운신의 폭을 넓혀주었다는 점에서 ‘고마운’ 존재다.
겉으로 보기엔 빈 라덴은 결사항전 태세다. 11월 초 파키스탄 언론인과의 이례적인 단독 인터뷰에서도 그런 의지를 드러냈다. 빈 라덴이 피신보다 결사항전을 택한다면 결국은 죽음뿐이다.
그는 아랍 지지자들 사이에 이른바 ‘순교자’로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엔 어디론가 숨어 ‘날이 개길’ 기다리며 내일을 도모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미국이 쳐놓은 그물망을 어떻게 빠져나가느냐다. 그러나 현지 지형지물에 밝은 빈 라덴이 훗날을 기약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면 탈출이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빈 라덴의 행방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이런저런 억측만 나도는 상황이다. 파키스탄 주재 압둘 살람 자이프 탈레반 대사는 빈 라덴이 가족을 이끌고 이미 아프간을 탈출했다고 주장했으나 행선지가 어딘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은 빈 라덴이 아직 아프간 어딘가에 은신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현재 미 특수부대원 300여명이 아프간에 들어가 있고, 이 가운데 100여명이 칸다하르 주변지역에서 활동중이다. 비슷한 규모로 투입된 영국 특수부대(SAS) 요원들도 빈 라덴에겐 위협적인 존재다. 이들의 주임무는 빈 라덴의 예상 도주로를 차단, 길목을 지키며 빈 라덴에 대한 압박작전을 펴는 것이다. 인명 피해를 우려해 특수부대원들이 직접 동굴 등에 대한 수색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프레데터 무인정찰기(UAV) 등 첨단장비로 빈 라덴의 은신처로 추정되는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 인근 동굴과 터널 일대를 감시하는 수준이다. 미 펜타곤(국방부) 내에서는 일단 빈 라덴의 소재지가 파악되면 육군 제10산악사단 등을 투입하는 작전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다.
아프간에 투입된 미 중앙정보부(CIA) 특수활동대도 빈 라덴을 위협한다. CIA는 ‘더러운 전쟁’의 이름 아래 10억 달러 예산과 함께 빈 라덴 암살 면허장을 따냈다. 군 전역자들을 주축으로 각 팀 6명으로 이뤄진 150명 규모의 특수활동대는 아프간 곳곳에서 현지인 협조자를 포섭하고, 탈레반 내부인사들에게 달러뭉치를 건네거나 보상금을 약속하며 빈 라덴 찾기에 땀을 흘린다. CIA는 빈 라덴의 아프간 탈출을 막기 위해 파키스탄 정보부(ISI)와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빈 라덴이 결사항전을 결심했다면, 11월 초 공습으로 사망한 측근 무하마드 아테프처럼 자신도 언젠가는 죽음을 맞을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생포될 경우 미국의 군사재판을 받아야 한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최근 외국인 테러용의자에 대한 군사재판을 허용하는 명령에 서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말들이 많다. 미 하버드대 국제관계대학원의 노(老)정치학자 스탠리 호프먼 교수는 “미군만 참여하는 군사법정은 밀실법정이라 비난받을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낸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독일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소처럼 국제법정 형태를 갖춰야 한다는 것. 법리학적 해석이야 어떻든 빈 라덴으로선 군사재판은 굴욕적인 것이다. 이슬람적인 자존심을 지닌 빈 라덴에겐 주적국가로 압송돼 재판받는 것은 상상하기도, 받아들이기도 힘든 일이다. 빈 라덴이 “미군이나 북부동맹에 체포되는 상황이 닥치면 나를 죽여도 좋다”고 측근에게 당부한 것으로 한 사우디 신문이 보도한 바 있는데, 사실 여부를 떠나 논리적으로 맞는 말이다.
빈 라덴이 결사항전을 결심했다면 이는 그를 쫓는 미국의 의도와 일치한다. 미국은 생포보다 사살을 원한다. 군사재판 법정에 세운다는 것은 생포될 경우 그렇게 처리하겠다는 얘기일 뿐, 실제론 사살 쪽이다. 여기엔 그럴 만한 배경이 있다. 1980년대 동서냉전 시대에 CIA는 빈 라덴을 물심양면으로 도와 구소련군에 맞서도록 부추겼다. 빈 라덴으로선 미국이 감추고 싶어하는 사항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비밀이 아니더라도, 법정에서 밝혀지면 미국은 이로울 게 없다. 또 빈 라덴 재판과정에서 전 세계인의 시선을 받을 것이고, 빈 라덴 지지 시위(뒤집어보면 반미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질 게 뻔하다. 빈 라덴이 4000명 가량 희생시킨 9·11 테러의 배후란 확증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빈 라덴을 재판할 무렵이면 어떤 형태로든 가닥이 잡힐 것이다. 결론은 사형이다. 그러나 사형제도 자체를 반대하는 유럽 국가들의 반대여론도 예상된다. 이래저래 생포-재판-사형은 미국으로선 골치 아픈 과정이다. 부시 미 대통령은 “빈 라덴과 테러조직 알 카에다를 법정에 세우는 목표를 달성한 뒤 아프간을 떠날 것”이라 밝혔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치적 수사(rhetoric)일 뿐이다.
결국 관심의 초점은 빈 라덴의 향후 거취다.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아프간에 파견된 미군 특수부대가 남북을 잇는 주요 도로를 차단하고 상황을 파악하면서 이동중인 사람들을 제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해군함정들도 빈 라덴의 탈주로를 막기 위해 파키스탄을 떠나는 상선들을 하나하나 검문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 사정에 밝은 빈 라덴 세력은 일단 아프간 국경만 벗어나면 소말리아 이라크 예멘 수단 등지로 잠입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말리아는 1993년 여름 미 해병대가 현지 군벌 아이디드(Aidid)를 얕보고 나섰다가 18명이 죽임을 당한 뒤 국제사회로부터 외면당해 온 곳이다.
물론 아프간을 탈출했다고 빈 라덴이 안심하긴 이르다. 그에겐 2500만 달러의 현상금이 걸려 있다. 현지인들의 배신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빈 라덴이 믿을 곳은 자신이 89년 조직한 알 카에다(우리말로는 ‘근거지’)다. 전 세계 50여개국에 퍼져 있는 이 국제적 조직망이 빈 라덴을 보호하지 못할 만큼 엉성하지는 않을 것이다. 밀입국시킨 다음 잠행을 계속하면서 미국에 대한 제2, 제3의 테러공격을 기획할 것이다. 빈 라덴의 도피와 더불어 테러와의 전쟁은 제3막을 맞게 된다. 그 3막이 빈 라덴이 주장하듯 핵무기 공격으로 시작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불행을 겪지 않으려면 미국으로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빈 라덴의 탈출을 막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아프간 땅에서 빈 라덴이 죽는다 해도 부시 행정부가 일으킨 테러와의 전쟁은 간단치 않다. 미국의 친이스라엘 정책(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창설문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세속적이고 부패한 정권들의 존재, 중동지역 미군 주둔 등 근본 요인을 해소하지 않는 한 국제적인 반미 테러조직들을 파괴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미국의 중동정책에 획기적 변화가 오지 않는 한 미국인들이 테러 공포에서 벗어나긴 어렵다.
큰 그림을 그려보면, 테러 공포에서 미국이 벗어나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앞서 언급한 반미적 요소들을 제거하기 위해 정치·외교적으로 노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부시독트린의 깃발을 앞세워 물리적으로 해결하는 길이다. 후자의 해결방식은 초강대국인 미국의 무력으로 ‘중동의 테러리스트들’을 뿌리뽑는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군산복합체가 바라는 길이기도 하다. 미사일 방어망(MD) 구축 논의에서 보듯, 군산복합체는 부시 행정부를 움직이는 거대한 이익집단이다. 이 집단에 떠받쳐진 부시 대통령과 그의 강경파 참모들은 무력 사용이 인내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보다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여기는 듯하다. 이런 일방적이고 군사문화적인 시각은 테러와의 전쟁이란 명분과 부시독트린을 내세우며 아프간 전선을 더 확대할 조짐마저 엿보인다. 그때의 전선은 이라크와 소말리아가 될 공산이 크다. 역설적이지만, 군산복합체와 미국 내 강경파들에겐 빈 라덴이 군사문화적 운신의 폭을 넓혀주었다는 점에서 ‘고마운’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