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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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미얀마 군부 돈줄 ‘피 묻은 玉’ 밀수입

옥 생산량 대부분 중국에 팔아 蓄財… 백신도 국민 압박 무기로 활용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21-08-2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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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얀마 광부들이 옥을 캐기 위해
밤샘 작업을 하고 있다. [FP]

    미얀마 광부들이 옥을 캐기 위해 밤샘 작업을 하고 있다. [FP]

    옥(玉)은 고대부터 인류가 애용해온 보석이다. 경도(硬度) 차이에 따라 연옥(軟玉)과 경옥(硬玉)으로 나뉜다. 단단하고 빛깔도 선명한 경옥은 비취(翡翠)로도 불린다. 미얀마는 전 세계 경옥의 70%를 생산한다. 더욱이 미얀마산 경옥은 최상급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미얀마의 옥산업 규모는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인 300억 달러(약 35조 원)에 달한다. 미얀마산 옥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는 중국으로, 전체 생산량의 90%나 된다.

    중국인은 예부터 옥을 가장 선호했다. “금은 값을 매길 수 있지만 옥은 그 값을 매길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옥을 귀하게 여겼다. 중국인들은 “옥이 벽사(辟邪)와 영성(靈性) 및 건강(健康)에 효능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중국 역대 통치자들은 옥을 권력의 상징으로 간주했다. 실제로 기원전 283년 춘추전국시대 진나라 소왕은 조나라 혜문왕이 얻은 ‘화씨벽(和氏璧)’이라는 옥을 갖고 싶어 성(城) 15개와 교환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청나라 말 최고통치자 서태후(1835~1908)는 장신구와 식기, 수저뿐 아니라 병풍까지 옥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중국 경제가 발전하면서 과거에는 부자나 권력자가 아니면 구입할 수 없던 옥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중국 중산층까지 금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최고급 옥을 구입하고 있다.

    옥광산 인허가권 취소도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배경 중 하나

    옥이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 미얀마 군부의 든든한 ‘돈줄’이 되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2월 1일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거둔 압승이 부정선거라며 쿠데타를 일으켰다.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해 처음 정권을 잡은 NLD가 또다시 국가를 통치하게 되자 군부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결국 군부는 정예부대를 동원해 수치 고문과 NLD 소속 정치인을 대거 구금하는 등 행정·입법·사법부를 모두 장악했다. 군부는 그동안 쿠데타에 반대하며 민주화를 요구하는 국민을 총칼로 탄압해왔다.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연합(AAPP)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지난 6개월간 국민 940명이 군경의 유혈진압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5444명이 투옥돼 있다. 톰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은 군부의 탄압을 피해 25만여 명이 난민 신세가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과 영국 등 국제사회는 대부분 정권을 찬탈하고 국민을 무자비하게 짓밟아온 미얀마 군부에 강력한 경제제재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미얀마 군부는 지금까지 이런 경제제재 조치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버티고 있다. 쿠데타 이후 옥을 축재 및 국제사회 제재의 회피 수단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것도 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추정까지 나온다. 옥은 그동안 군부의 거대한 이권사업이었다. 군부는 미얀마 국영 보석회사(MGE)를 통해 옥광산 채굴사업 규제와 인허가권을 행사하면서 돈벌이를 해왔다. 그런데 수치 고문의 NLD 정부는 2016년 옥산업 개혁을 주요 국정 과제로 정하고 군부가 보유한 인허가권을 취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 고위층을 비롯해 이들과 연관된 미얀마 경제지주사(MEHL) 등 기업들은 정부의 개혁에 맞서 암암리에 영향력을 계속 행사해왔다. 이 때문에 지난 4년간 별다른 효과가 없자 NLD 정부는 지난해 총선 승리를 바탕으로 옥산업 개혁정책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할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자 이를 눈치 챈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 등 군 고위층이 자칫하면 자신들의 돈줄이 끊길 수도 있다는 우려에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장악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쿠데타 이후 옥 채굴 인허가권을 다시 차지한 군부는 대규모 비자금을 마련하는 등 축재에 나서고 있다.

    국제 자원개발 감시단체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는 최근 발표한 ‘옥과 분쟁: 미얀마의 잔인한 고리(Jade and Conflict: Myanmar’s Vicious Circle)’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쿠데타는 군 고위층과 그 가족에게 옥을 통해 축재하라는 백지수표를 제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미얀마 군부가 앞으로 정권 유지를 위해서 옥을 통해 통치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미국과 영국은 MGE와 MEHL 등을 블랙리스트(제재 대상 목록)에 올려 모든 거래를 차단하고 이들 기업의 자국 내 자산을 동결하는 조치를 내렸다.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총사령관 (앞줄 가운데)이 4월 보석박람회에서 옥 원석을 살펴보고 있다. [GNLM]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총사령관 (앞줄 가운데)이 4월 보석박람회에서 옥 원석을 살펴보고 있다. [GNLM]

    中, 유엔 안보리에서 군부 제재 결의안 거부

    하지만 정작 미얀마에서 생산되는 옥을 대부분 수입하는 중국은 아무런 조치도 없다.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미얀마 군부는 물론, 국영기업들을 대상으로 제재 조치를 전혀 내리지 않고 있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도 미얀마 군부 제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해왔다. 미얀마 군부에 대한 유엔 안보리 차원의 제재 조치가 한 건도 없는 이유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그동안 미얀마 군부를 철저히 비호했으며, 무기까지 지원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군부 쿠데타도 미얀마 내정이라 외국이 개입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주목할 점은 미얀마 옥을 밀수로 사들이는 국가가 중국이라는 것이다. 중국에 옥을 밀수출해 벌어들인 판매 대금은 대부분 흘라잉 총사령관 등 군부 고위층과 그 가족의 손에 들어간다. 중국은 미얀마 군부와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선 군부 고위층의 ‘뒷배’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윈 쑨 미국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전략은 항상 ‘우리는 누구든 권력을 잡는 사람과 함께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흘라잉 총사령관과 그 가족은 이처럼 옥을 비롯해 각종 이권사업을 통해 축재한 돈으로 호화판 생활을 해왔다. 흘라잉 총사령관은 미얀마에서는 엘리트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골프광이기도 하다. 흘라잉 총사령관의 아들과 딸, 며느리는 리조트와 건설, 통신, 영화산업, 의료 공급 사업, 식당 및 고급 체육관 등 각종 사업체를 소유하고 있다. 다른 군 고위층 자녀들도 마찬가지다.

    2달러짜리 마약 맞으며 玉 캐는 광산 노동자들

    지난해 기준 미얀마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527달러(약 179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꼽히는 미얀마에서도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은 옥광산 노동자들이다. 옥광산에는 매년 전국에서 30만 명의 광부가 모여들지만 이들 중 3분의 2는 불법 노동자다. 20, 30대인 이들은 2달러(약 2340원)짜리 마약을 맞으며 위험을 무릅쓰고 옥을 채취해 생계를 근근이 이어가고 있다. 매년 산사태로 광부 100여 명이 사망하지만, 불법채굴 인원이 많아 정확한 기록조차 없다. 지난해 7월 2일에는 카친주 흐파칸트 지역의 옥광산에 폭우로 토사가 흘러내리면서 광부 174명이 사망하는 등 역대 최악의 참사가 발생했다. 광부들은 코로나19에도 완전히 노출된 상태다. 일본 아사히신문 계열 시사주간지 ‘아에라’는 최신호(8월 31일자)에서 “광부들은 약물에 의존해 일하면서 코로나19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며 “코로나19 감염을 두려워해서는 가족을 부양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흘라잉 총사령관은 스스로 과도정부의 총리 자리에 앉아 장기 집권 야심을 보이고 있다. 8월 1일 국영 TV에서 연설을 통해 “2023년 8월 비상사태를 해제하고 총선을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설은 군부가 1년 내 총선을 치러 민간에 정권을 이양하겠다던 약속을 깨뜨린 것이다. 군부의 비상통치 기간이 쿠데타 직후 발표한 1년에서 최소 2년 6개월로 연장됐다고 볼 수 있다. 미얀마 전문가들은 군부가 2023년 8월 총선을 실시할지도 불확실할 뿐 아니라, 총선을 실시하더라도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브 르메이어 호주 로위연구소 연구원은 “미얀마에서 총선이 향후 2년 이내에 실시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망했다.

    미얀마에선 많은 국민이 코로나19로 숨지고 있다. 최근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3000~4000명대를 기록하는 가운데 하루 사망자도 200여 명이나 되고 있다. 국민은 백신 접종은커녕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군부는 저항하는 국민을 굴복시키고자 코로나19를 사실상 ‘무기’로 삼고 있다. 치료용 산소를 독차지해 산소 판매를 제한하고 있으며, 백신도 쿠데타를 지지하는 국민에게만 접종하고 있다. 군부가 이런 만행을 서슴지 않는 것은 옥이라는 든든한 돈줄과 중국의 비호가 있기 때문이다. 키일 디에츠 글로벌 위트니스 미얀마 자문관은 “미얀마에서 민주주의를 회복하려면 국제사회 제재를 통해 옥산업 등 군부가 수익을 거두고 있는 분야로 자금이 유입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 묻은 옥’이 군부 독재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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