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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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경합 지역의 막판 변수 4개

‘샤이트럼프’가 최대 변수, 플로리다와 펜실베이니아에선 노인층, 백인, 일자리 이슈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20-10-26 11:3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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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대 바이든. [일러스트레이션 Frontline]

    트럼프 대 바이든. [일러스트레이션 Frontline]

    미국 동남쪽에 기다랗게 위치한 플로리다 주는 미국인들이 은퇴 후 거주지로 선호하는 지역이다. 플로리다 주 섬타카운티에 있는 ‘더 빌리지스’(The Villages)의 경우 은퇴자들의 집단 거주지와도 같다. 이곳에 사는 주민 대부분은 은퇴 이후 따뜻한 기후를 찾아 옮긴 노인들이다. 이곳에서 태어난 토박이는 단 한명도 없을 정도다. 주민들 대부분은 그동안 각종 선거 때마다 공화당 후보를 지지해왔다. 그런데 올해 대선을 앞두고 주민들 중 상당수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등을 돌리고 있다고 한다.

    최대 승부처 플로리다, 노인층이 좌우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올란도 공항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올란도 공항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핵심 경합 주(州)로 꼽히는 플로리다 주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미국 50개 주 가운데 두 번째인 20.9%에 달한다. 2016년 대선 때 당시 트럼프 후보가 플로리다 주 노인층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17%포인트 차로 압도했다. 하지만 정치전문 매체인 더 힐이 보도한 10월 12~15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플로리다 주 노인층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51%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46%)에 5%포인트 밖에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언론들은 노인층 가운데 상당수가 코로나19 대응에 분노해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플로리다 주에서 코로나19 사망자들 중 84%는 노인층이다. 미국 언론들은 플로리다 주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그레이 리볼트’(grey revolt·노인층의 반란)덕분에 바이든 후보가 대권을 잡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플로리다 주는 미국 대선에 최대 변수로 꼽히는 6개 경합 주들(swing states) 가운데 선거인단(29명)이 가장 많은 곳일 뿐만 아니라 50개 주 가운데서도 세 번째로 많다. 미국 역대 대선에선 공화당과 민주당이 서로 상대를 압도하지 못해온 6개 경합 주들이 후보들의 당락을 좌우해왔다. 플로리다를 비롯해 펜실베이니아(20명)·미시간(16명)·노스캐롤라이나(15명)·애리조나(11명)·위스콘신(10명) 등 6개 경합 주 선거인단은 101명이다. 전체 선거인단 538명 중 5분의 1에 달한다. 특히 플로리다 주가 최대의 승부처다. 4년 전 대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1.2%포인트 차이로 클린턴 후보를 이기면서 대선 승리의 발판이 됐다. 8년 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에 0.9%포인트 차로 겨우 승리했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 앨 고어 후보가 맞붙었던 2000년 대선에서는 재검표를 놓고 연방대법원까지 소송전을 벌인 끝에 부시 후보가 승리해 백악관에 입성했다. 

    미국 언론들과 여론조사 기관들은 전체적 판세에서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고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선거인단이 많은 플로리다 주 등 경합 주들에서 승리해야 승산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 주에서 승리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바이든 후보도 플로리다 주에서 패배할 경우 자칫하면 당선을 장담할 수는 없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는 모두 플로리다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두 후보는 지난 5월 이후 플로리다에 가장 많은 광고비를 쏟아 부었다. 바이든 후보는 7400만 달러(약 845억4000만 원), 트럼프 대통령은 5300만 달러(약 605억47000만원)를 지출했다. 두 후보는 플로리다를 가장 많이 방문해 유세전까지 벌여왔다.

    펜실베이니아 주의 최대 쟁점은 일자리

    바이든 후보가 열차를 타고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에 도착해 연설하고 있다. [AP]

    바이든 후보가 열차를 타고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에 도착해 연설하고 있다. [AP]

    특히 지난해 11월 플로리다주로 주소상 거주지를 옮긴 트럼프 대통령은 노인층의 표심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을 노인층에게 무료로 우선 배포하겠다고 약속했다. 바이든 전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신경 쓰는 노인은 단 한 사람뿐인데, 바로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노인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77세인 바이든 후보와 74세인 트럼프 대통령 모두 노인이지만, 스스로 ‘노인’이라는 표현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두 후보의 건강도 중요한 쟁점이기 때문이다. 



    플로리다에서는 전체 인구에서 26.4%를 차지하고 있는 히스패닉(스페인어를 사용하는 계층)의 표심도 매우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히스패닉 유권자 중에서도 30%에 달하는 반공·보수 성향이 강한 쿠바계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들어 쿠바에 대한 강력한 제재 조치를 계속 내리고 있는 것도 쿠바계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의도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 독재정권과 수교함으로써 쿠바인들을 배신했다”고 비판하면서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부통령을 지낸 바이든 후보를 공격해왔다. 트럼프 선거운동캠프는 바이든 후보를 카스트로 정권과 연결짓는 스페인어 광고를 플로리다에서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바이든 후보도 히스패닉 유권자들에게 광고를 통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바이든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가 10월 19일 플로리다 주를 방문해 대규모 유세를 벌인 것도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들을 겨냥한 전략이다. 

    6개 경합주 가운데 또 주목되는 곳은 펜실베이니아 주다. 이곳의 선거인단(20명)은 미국 50개 주 전체 중에서 다섯 번째로 많다. 이곳은 북동부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지대)에 속하기 때문에 유권자들 중 80%가 백인이다. 이들은 대부분 노동자층이다. 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코로나19가 아니라 일자리다. 실제로 2016년 대선 때 당시 트럼프 후보는 투표 3주 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클린턴 후보에게 6.8%포인트 뒤졌지만, 일자리 회복을 내세워 0.7%포인트 차로 이기면서 선거인단을 차지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펜실베이니아주의 최대 쟁점은 일자리 문제다. 

    이 지역 유권자들 중 상당수는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 개발을 적극 추진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낙선하고, 신재생 에너지 중심의 ‘그린 뉴딜’을 앞세운 바이든 후보가 집권하면 일자리가 사라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바이든 후보의 ‘그린 뉴딜’이 되면 화석연료를 없앨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이곳의 수백 만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면서 펜실베이니아주 백인 노동자층의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 일대는 셰일가스가 대량 매장돼 있는데 수평파쇄법으로 이를 채굴하고 있다. 문제는 물과 모래, 화학약품 등을 섞은 혼합액을 고압으로 분사하는 수압파쇄법이 환경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바이든 후보는 셰일가스 등 화석 연료 개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이런 점을 노려 펜실베이니아주 백인 노동자층에 자신을 지지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셰일가스를 채굴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압파쇄법을 절대 금지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를 차단하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백인 노동자층에 상당한 인기가 있다. 바이든 후보는 펜실베이니아주의 광산촌인 스크랜턴의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자동차 세일즈맨이었다. 이 때문에 미국 최대 도시 뉴욕에서 부유한 사업가 아들로 태어난 트럼프 대통령보다 백인 노동자층의 정서 자체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말을 들어왔다. 바이든 후보는 대선 출사표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던지는 등 러스트 벨트 공략에 올인해 왔다. 바이든 후보로선 고향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만큼은 클린턴 후보처럼 절대 역전패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바이든 후보나 트럼프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주를 대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하는 곳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인층 샤이 트럼프도 변수

    트럼프 대통령에 투표할 것을 독려하고 있는 지지자들. [Shaw Media]

    트럼프 대통령에 투표할 것을 독려하고 있는 지지자들. [Shaw Media]

    바이든 후보에 투표할 것을 호소하고 있는 지지자들. [Palm Beach Post]

    바이든 후보에 투표할 것을 호소하고 있는 지지자들. [Palm Beach Post]

    이번 대선에서 또 눈여겨봐야할 점은 6개 경합주의 이른바 ‘샤이 트럼프’(숨어있는 트럼프 지지자) 규모다. 4년전 대선에서는 백인 노동자층에서 ‘샤이 트럼프’ 유권자가 트럼프에게 몰표를 줬다. 이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지지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분열적이고 도덕적 문제가 많기 때문에 가족이나 동료들의 비난을 받을까봐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거나 여론조사에서도 거짓 응답을 하지만, 투표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을 찍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들은 4년 전 트럼프가 역전승한 것은 6개 경합 주에서 3~5% 정도의 ‘샤이 트럼프’ 때문이었다고 분석했다. 이번 대선에도 여론조사에서 잡히지 않는 ‘샤이 트럼프’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를 결정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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