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도 총선 좌우하는 양파의 정치학

농민들, 양파 값 폭락으로 4월 총선에서 모디 총리에 등 돌릴 가능성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19-01-07 11: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도 농민들이 가격 폭락에 분노해 양파를 길에 버리고 있다(왼쪽).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PTI]

    인도 농민들이 가격 폭락에 분노해 양파를 길에 버리고 있다(왼쪽).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PTI]

    양파는 인도인의 주된 반찬일 뿐 아니라 카레, 비리아니(볶음밥), 바지(채소볶음) 등 대다수 요리에서 재료로 사용된다. 인도의 양파 생산량은 전 세계의 20%로, 중국(27%)에 이어 2위다. 연간 양파 소비량은 1500만t이고, 인당 연간 양파 소비량 또한 8.2kg에 달해 미국에 이어 2위다. 세계 평균 소비량인 6.2kg보다 훨씬 많다. 

    인도 농촌은 대부분 양파를 재배한다. 하지만 좁은 경작지에서 과거 방식으로 재배하기 때문에 생산성이 좋지 않다. 인도의 ha(1만㎡)당 양파 수확량은 14.2t으로 중국의 22t에 비해 상당히 적다. 또 양파 경작지에는 관개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비가 많이 내리면 작황이 타격을 입는다. 도시로 양파를 공급하는 유통망도 열악해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작황이 좋을 경우 가격 하락을 막을 저장시설이 부족하다. 게다가 전국의 양파 생산 현황을 파악한 뒤 수급을 조절해 가격을 안정화하는 시스템도 미흡하다. 

    최근 양파 가격이 폭락하면서 인도 농민의 분노가 고조되고 있다. 양파 가격은 kg당 1루피(약 16원)로 두 달 전 21.5루피(약 346원)와 비교해 2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여름 집중적으로 수확된 양파가 시장에 마구 풀리면서 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많아진 탓이다. 주요 소득원인 양파 가격이 폭락하자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일부 농민이 집단시위까지 벌이고 있다.

    20여 년간 생활고로 자살한 농민만 30만 명

    인도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당의 라훌 간디 총재. [PTI]

    인도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당의 라훌 간디 총재. [PTI]

    인구 13억 명 중 70%가 농업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지만 농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7%밖에 되지 않는다. 열악한 유통 인프라와 저장시설 미비 등으로 채소, 과일 등 농산물의 40%는 폐기된다. 설상가상으로 가뭄이나 폭우 등 자연재해로 농산물 가격은 널뛰기를 한다. 영농 자금을 빌려 쓰다 보니 농가 대부분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부채를 상환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지난 20여 년간 생활고로 자살한 농민만 30만 명이 넘는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집권여당인 인도국민당(BJP)이 양파 가격 폭락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양파 가격의 폭락이나 폭등이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양파 선거(onion election)’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양파 가격이 폭락하면 성난 농심은 집권여당에 반대표를 던지고, 폭등하면 도시 서민들이 오른 음식값 때문에 불만을 표출한다. 실제로 1980년 총선에서 집권여당이던 BJP가 양파 가격 폭등으로 야당인 인도국민회의당(INC)에게 패배했다. 1998년 델리주 의회선거에서도 BJP가 양파 가격 폭등으로 INC에게 졌다. 이번에는 반대로 양파 가격이 폭락하면서 모디 총리와 BJP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7일 실시된 마디아프라데시, 라자스탄, 텔랑가나, 미조람, 차티스가르 등 5개 주의 의회선거에서 BJP가 모두 패배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마디아프라데시, 차티스가르, 라자스탄 등 3개 주는 BJP의 텃밭임에도 농민들이 몰표를 던지는 바람에 INC가 승리했다. 이에 따라 모디 총리의 재집권에 빨간불이 켜졌다. 



    INC는 인도 최고 정치 명문가인 ‘네루-간디 가문’의 라훌 간디가 이끌고 있다. INC는 1947년 창당 이래 지금까지 70여 년간 인도 정치를 좌지우지했다. 특히 INC를 이끈 ‘네루-간디 가문’의 역사는 인도의 현대 정치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와할랄 네루 초대 총리를 비롯해 그의 딸 인디라 간디, 인디라의 아들 라지브 간디 등이 있다. 라지브 간디 전 총리의 부인 소냐 간디는 2004년과 2009년 총선에서도 승리했으나 만모한 싱이 총리직을 맡았다. 하지만 INC는 2014년 총선에서 BJP에 패해 정권을 내줬다. 네루의 외증손자인 간디는 2017년 12월 INC 총재직을 맡으면서 농촌지역을 돌며 농민들의 애로사항을 경청하는 등 정치 명문가의 ‘도련님’ 이미지를 벗고자 노력해왔다. 간디 총재는 “집권하면 농가 부채를 탕감하고 농민 복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벌써부터 농심(農心)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농가 부채의 악순환 구조

    모디 총리는 집권 이후 제조업 활성화 캠페인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를 앞세워 강력한 경제개혁을 추진해왔다. 2016년 말 부패 척결과 조세 기반 확대 등을 위해 화폐개혁을 실시했고, 2017년에는 주별로 달랐던 부가가치세를 상품서비스세(GST)로 통합했다. 경제성장률도 지난해 이사분기 8.2%까지 오르는 등 연평균 7%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저소득에서 벗어나지 못한 농민들의 불만이 쌓여갔다. 인도의 농업 부문은 2012년 이후 연평균 2.75%씩 성장 중이지만, 이는 전체 경제성장률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모디 총리는 집권할 당시 농가 소득을 2022년까지 2배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오히려 지난 2년 동안 농민 자살률이 42%나 늘어났다. 

    인도 농민들이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은 부채다. 농민들은 관개용 장비를 사려고 대출을 받는다. 하지만 몬순으로 인한 폭우 등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농민은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게 되고, 대출금을 상환할 돈을 마련하고자 더 많은 돈을 빌리는 악순환에 빠진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디 총리는 대규모 농민 지원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2월 예산안에 영세 농가를 대상으로 1조2500억 루피(약 20조 원) 규모의 파종, 비료, 농약 관련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포함시킬 것을 검토하고 있다. 또 농산물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농산물 가격 보전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관개수로 개선 등 인프라 투자와 농산물 유통망 정비 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모디 총리는 농민들이 요구하는 부채 탕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막대한 부채를 탕감할 경우 정부 재정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파 가격 폭락이 모디 총리와 간디 총재의 정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