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만보

처칠의 검은 개 카프카의 쥐 外

  • 입력2019-01-07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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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읽기 만보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처칠의 검은 개 카프카의 쥐
    앤서니 스토 지음/ 김영선 옮김/ 글항아리/ 456쪽/ 1만8000원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는 유전적 우울증을 앓았는데, 이를 ‘검은 개’라고 불렀다. 20세기 최고 작가인 프란츠 카프카는 조현병과 편집증 증세를 보였는데 특히 쥐에 대한 공포가 심했다. 두 사람은 이러한 우울증과 편집증을 극복하려고 분투하면서 불굴의 의지와 빛나는 문학성을 길어 올렸다. 영국 정신분석학자 앤서니 스토가 현실에 대한 불안을 빛나는 성취로 끌어올린 사례 분석을 통해 무의식이 창조성과 통찰력의 근원이 될 수 있음을 설파한다.


    동방의 부름
    피터 프랭코판 지음/ 이종인 옮김/ 책과함께/ 420쪽/ 2만2000원

    저자는 1195년 시작된 십자군전쟁의 주역이 교황 우르바누스 2세라는 주류 학계의 주장에 반기를 들고 동로마제국 황제 알렉시오스 1세 콤네노스가 진짜 주역이라고 주장한다. 25세에 제위를 찬탈한 야심가 알렉시오스는 이 무렵 국내적 신망을 잃고 대외적으로는 튀르크의 침략으로 악전고투 중이었다. 그는 이런 위기상황을 돌파하고자 교황 2명이 옹립된 서방교회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이던 우르바누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십자군원정을 제안하고 배후 조종해 동로마제국의 안보 문제를 해결했다. 십자군전쟁이 종교가 아닌 정치의 산물임을 뒷받침한다.


    자존감의 첫 번째 계단
    너새니얼 브랜든 지음/ 고연수 옮김/ 교양인/ 288쪽/ 1만5000원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인 ‘자존감’을 어떻게 하면 키울 수 있을까. 저자는 ‘의식하며 살기’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말과 행동을 의식한다면 친구에게 상처 줄 ‘말’을 삼갈 테고, 상대를 향해 함부로 주먹을 뻗는 일을 ‘자제’할 것이며, 다음 날 배앓이를 예상해 술 ‘욕구’를 가라앉힐 수 있다는 것. 의식하면서 말과 행동을 선택하고 그 선택에 기꺼이 책임지는 것, 그것이 곧 건강한 자존감을 결정하는 첫째 조건이자 자존감의 핵심인 셈이다.


    세상이 버린 위대한 폐허 60
    리처드 하퍼 지음/ 김후 옮김/ 예문아카이브/ 320쪽/ 2만6000원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터미널’을 어디서 찍었을까 궁금했는데, 이 책을 보고 알았다. 공항 터미널이 거의 모든 배경인 이 영화는 캐나다 몬트리올의 버려진 공항 ‘미라벨공항’에서 촬영됐다. 저널리스트이자 전문 여행가인 저자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섬, 도시, 사원, 군사기지, 기차역, 병원 등 지구촌 방방곡곡을 돌며 60곳의 폐허에 담긴 사연을 조명한다. 그리고 “모든 폐허는 저마다 찬란한 번성과 비참한 쇠락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축소된 제국”이라고 말한다. 시원한 사진과 함께 이색적인 간접 여행을 하기에 좋은 책이다.


    피뢰침
    헬렌 다윗 지음/ 김지현 옮김/ 열린책들/ 432쪽/ 1만3800원

    “직장 내 성범죄를 막기 위해, 성욕을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인 ‘피뢰침’을 설치한다.” 이 발칙한 발상을 바탕으로 시작되는 이야기. 설정은 다소 과하다 싶다. 하지만 다양한 직업을 전전한 작가의 이력 덕분에 인물의 성격과 사건 진행은 현실적이다. 세일즈맨에서 피뢰침으로 사업가가 되는 주인공과 피뢰침으로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성차별, 인종차별, 종교, 정치, 지배, 권력, 자본주의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발생하는 비인간적 행태를 꼬집는다. 무거운 주제지만 유머러스하게 풀어내 가볍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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