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 ㈜나인스토리]
갑자기 찾아온 노년의 색다른 사랑을 다룬 연극 한 편이 한창 공연 중이다. 청춘의 사랑과는 달리 노년의 사랑은 고려해야 할 과거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또한 건강이라는 난관이 도사리고 있어 불투명한 미래가 항상 두렵다.
무뚝뚝한 고집쟁이 우유배달원 김만석(이순재·박인환 분)은 폐지 줍는 송이뿐(손숙·정영숙 분)을 보고는 한눈에 반해 그녀가 가는 곳이면 언제나 흑기사처럼 나타난다. 그는 전형적인 우리네 어르신으로 달콤한 사랑 표현에 서툴다. 무심한 듯 이뿐의 주변을 맴돌 뿐이다. 그러나 결심해야 하는 결정적 순간에 그는 마치 ‘밀당’(밀고 당기기)하는 연애 고수처럼 머뭇거리다 불현듯 사라지고 만다. 반면, 같은 동네 주차관리소에서 일하는 장군봉(이문수·신철진 분)은 치매를 앓는 부인 조순이(연운경·박혜진 분)를 살뜰하게 보살핀다. 막다른 길에 다다르자 그들은 의연하게 사랑의 귀결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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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석은 평생 고생만 하다 먼저 떠난 아내에게 미안해 차마 이뿐에게 ‘당신’이란 호칭을 붙이지 못한다. 그 대신 “그대를 사랑합니다”라고 말한다. 이들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지만, 그렇다고 사랑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확신에 차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방식대로 서로를 사랑한다.
이들이 그리는 사랑이 풋풋하고 생기발랄하지 않아 어색해 보일 수도 있다. 인간은 누구나 시간이 지나면 공평하게 늙는다. 이는 100세 시대를 맞아 확장되는 사랑의 또 다른 유형이다. 비록 사랑이 맺어지지 않을지라도,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차고 비는 달처럼 그윽한 사랑의 귀결을 담담하게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