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1월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19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주요 참석자들과 함께 박수 치고 있다. [뉴스1]
고점 대비 하락 강도는 한국 코스닥이 가장 컸다. 한국 코스닥지수가 -32%,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30%, 한국 코스피와 독일 DAX지수가 -23%, 일본 니케이225지수가 -21%, 미국 S&P500지수가 -20%를 기록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부터 장기 강세장을 나타내던 미국 기술주의 타격이 컸다. 넷플릭스가 -44%, 페이스북이 -43%, 애플과 아마존이 각각 -36%, -34% 하락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증시, ‘베어 마켓’ 진입
최근 글로벌 증시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 조정은 강세장에서의 일시적 반락으로 보기에는 그 강도가 너무 세다. 주가의 조정 강도로만 보면 2009년 이후 진행된 글로벌 증시의 강세장이 일단락되고, 새로운 약세장이 시작된 게 아닌가라는 의심이 든다.사실 글로벌 증시가 순환적 약세장(cyclical bear market)으로 반전됐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주식시장에서는 강세장과 약세장이 반복되게 마련인데, 글로벌 증시 전반의 상승세를 선도하던 미국 주식시장의 경우 2009년 3월부터 2018년 9월까지 114개월 동안 강세장을 구가했다. 114개월의 장기 강세장은 미국 증시 120년 역사에서 최장 기간 상승 기록이다. 장기간 주가가 상승하는 과정에서 웬만한 호재는 이미 주가에 대부분 반영됐을 개연성이 크다.
다만 국가별 주가나 경기 사이클이 그동안 매우 이질적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최근 수년 동안 나타나고 있는 글로벌 경기 사이클의 특징은 ‘탈동조화’다. 1990년대 초 사회주의 국가의 몰락과 함께 본격화된 세계화 시대의 상식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 이후 글로벌 경제는 중국이 중심이 된 신흥국의 수출과 미국의 소비라는 분업 구도로 굴러갔다. 미국 경제가 좋으면 세계경제가 잘 돌아갔다. 미국 소비가 호조세를 나타내면 미국 이외 국가들의 대미(對美) 수출이 증가하면서 글로벌 경제가 동반 확장되곤 했다. 그렇지만 최근 경기 흐름은 국가별 차별화가 뚜렷하다. 정확히는 미국 경기만 활황이고, 다른 권역의 경기는 냉랭하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의 내수 중심 경제로의 전환 실패에 따른 결과로 진단된다.
최근 형성된 국가별 경기선행지수의 정점 기록 시기를 비교해보면 탈동조화 흐름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한국은 2017년 3월, 중국은 2017년 5월, 유럽과 일본은 2017년 10월 경기선행지수의 정점이 기록된 데 반해 미국은 2018년 3월이 고점이었다.
자산가격은 실물경제 사이클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좌우되는 유동성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이 중 유동성 환경은 미국의 긴축 논의가 본격화된 2014년 하반기부터 악화되기 시작했다. 미국은 연방기금금리를 9번이나 올렸고, 이 과정에서 파생된 강(强)달러는 미국 이외 자산을 압박했다.
나스닥 기술주에 ‘빨간불’
양적완화 종결을 앞둔 유럽중앙은행(ECB)과 다소 무리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었던 한국은행도 기본적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비슷한 스탠스를 취해왔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최근 글로벌 자산가격의 차이를 발생시킨 동력은 통화정책보다 경기 사이ㄴ클이라 할 수 있다. 경기 확장이 가장 오랫동안 지속됐던 미국 주식은 가장 늦게까지 올라갔다.향후 투자에 대한 핵심 이슈도 각국의 경기 사이클 차별화와 관련된다. 경기 하강을 선행적으로 반영한 자산은 기회가 빨리 올 것이고, 이제 막 경기가 꺾이기 시작한 국가의 자산은 추가 하락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한다.
반면 한국과 중국 등 최근 성과가 부진하던 시장에서는 오히려 기회를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 증시 약세의 전염 효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겠지만, 2007년 수준으로 회귀한 주가지수 레벨에 내재된 거품은 거의 없어 보인다. 한국, 중국의 경기 사이클은 미국보다 먼저 바닥을 치고 반등할 것으로 보이는데, 대체로 2019년 2분기가 경기 바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주요 6개 신흥국으로 구성된 ‘OECD 경기선행지수’는 2017년 8월 고점을 기록한 이후 줄곧 하락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OECD 경기선행지수의 최장 하락 기간은 21개월이었다. 최근 30년 이래 최장 기간의 하강이 전개된다 해도, 경기선행지수의 바닥은 올해 5월 정도가 될 것이다. 향후 한두 분기 더 어려운 세월을 보내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 2분기 이후에는 경기 측면에서 반전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코스피 PBR,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하락
2019년 증시 개장일인 1월 2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 종가가 보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2041.04)보다 31.04p(1.52%) 내린 2010.00에 마감됐다. [뉴시스]
이러한 코스피의 저점을 상장사들의 자기자본과 시가총액 비교를 통해 가늠해봤다. 자기자본이란 기업 총자산에서 채권자들에게 줄 부채를 차감한 값으로, 주주에게 귀속되는 몫이라 할 수 있다. 즉 주주에게 귀속되는 기업 자산과 시장에서 평가받는 시가총액을 비교한 것인데, 통상 이 비율을 PBR(Price to Book Ratio·주가순자산비율)라고 한다. 2018년 9월 말 기준 한국 상장사들의 자기자본 합계액은 1490조 원인데, 1월 2일 현재 코스피 시가총액은 1296조 원에 불과하다. 두 수치를 고려한 PBR는 0.87배로, 재무적으로 주주에게 귀속되는 몫보다 시장에서 평가받는 가치가 낮은 셈이다.
크게 나빠지지도, 좋아지지도 않을 듯
하지만 필자는 이번 하락 사이클에서 PBR가 0.8배를 크게 하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한국 경기의 순환 사이클이 매우 완만해졌기 때문이다. 통계청에서 매월 발표하는 한국 경기동행지수를 보자(그래프4 참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기의 경기 순환 사이클이 매우 좁아졌음을 알 수 있다. 경기가 좋을 때도 회복 탄성이 매우 약하고, 경기가 나빠지더라도 경기 하강의 골이 깊지 않다. 과거에 보지 못했던 밋밋한 경기 사이클이다.
이 같은 변화는 기업의 투자 부진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과거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졌던 과잉투자 시대에는 경기 확장 국면에서 투자가 강하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었고, 과잉투자로 경기 하강의 깊이도 깊어졌다. 그런데 최근에는 투자가 부진하다 보니 경기가 좋을 때도 확장력이 약하고, 경기가 나쁠 때도 충격이 덜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정치권에서 벌어졌던 경제위기론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경기 하강의 골이 깊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쪽에서는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떠올리게 하는 ‘위기론’이 매우 불편하게 들릴 것이다. 반대로 회복 탄성이 약해 경기가 좋아지더라도 개선의 폭이 제한적이라고 주장하는 쪽애서는 한국 경제의 중기 행보를 비관적으로 전망할 수밖에 없다. 경기 회복 사이클이 나타나더라도 회복 탄성이 약해 한국 경제에 내재된 여러 어려움이 구조적으로 개선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을 분석하는 입장에서는 이번 경기 하강이 과거 같은 심각한 위기 형태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싶다. 이런 시각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주가가 PBR 0.8배 밑으로 심하게 떨어지지는 않으리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2019년 주식시장 흐름은 전약후강, 약세 국면에서 코스피 저점은 1900p를 크게 하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조언을 전하고 싶다. 코스피는 2600p에서 이미 2000p 내외까지 하락한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 조정이 있더라도 이를 감내하기를 권한다.
앞으로 서너 달가량은 힘든 조정 시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의 조정이 깊어질수록 기회를 찾아보는 용기가 필요하다. 올해는 해외자산보다 주가에 내재된 거품이 거의 빠져버린 한국 주식에서 찾을 수 있는 기회 요소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주요 증권사가 추천하는 2019 유망 종목은?
가치주보다 성장주, 5G 상용화에 ‘관심’을
KT는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 내 무인 로봇카페 ‘비트’에 5G 네트워크를 적용했다고 지난해 1월 25일 밝혔다. ‘비트’에서는 바리스타 로봇이 주문을 받고 커피를 제조한다. [뉴시스]
새해 코스피는 2018년 최고점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되진 않는다. 주요 증권사는 2019년 코스피 최저점을 1900p 선으로, 최고점은 2300~2400p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다면 어떤 종목이 투자 유망할까. 한국투자증권은 ‘가치주보다 성장주’라고 진단한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금리 하락이 예상되는 환경에서는 가치주보다 성장주가 상대적으로 투자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같은 성장주로 분류된다 해도 업종별로 투자 전망에 차이가 난다. 한국투자증권은 전형적인 성장주로 꼽히는 정보기술(IT) 업종은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고 본다. 반면 미디어, 화장품, 의류 업종은 전망이 밝다고 평가한다.
하나금융투자는 반도체, 조선, 정유/화학, 바이오 등을 유망주로 꼽았다. 시장의 초호황이 끝나가고 있다는 점은 우려되지만, 그렇다고 다음 수순이 곧장 초불황은 아니기 때문에 초불황을 선(先)반영한 주식 매수가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바이오/제약, 미디어/엔터테인먼트, IT 분야의 5G/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등에서 투자 기회를 노리라고 조언한다.
신한금융투자는 2019년 국내 주식시장을 주도할 업종으로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그리고 남북경협 관련 주식을 꼽았다. 반도체는 이익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올해 1분기 저점을 찍고 2분기부터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2차전지 및 바이오는 재상승기에 돌입할 것이라고 봤다.
한편 삼성증권은 기업 실적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현 환경에서는 업종별 접근보다 테마별 접근이 유효하다고 조언한다. 긴축적인 경제환경을 고려해 성장 산업이라 하더라도 선별적으로 접근하고, 구조조정 효과가 가시화돼 실적이 개선될 기업이나 미국 금리인상으로 수혜를 입는 기업, 가치가 저평가된 중·장기 유망주, 가치주 및 고배당주, 재료주 등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이 같은 유력 테마에 근거해 삼성증권이 추천하는 종목은 삼성SDI, 현대중공업, 삼성화재, 롯데쇼핑, 삼성전자,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이다.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