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이 조립한 F-35A가 후지산 인근을 비행하고 있다. [JASDF]
이와 함께 전자식 조종 시스템인 플라이 바이 와이어(fly by wire)도 미국의 기술 이전 거부로 일본이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무기로는 공대함미사일과 스마트 폭탄 JDAM을 비롯해 일본이 자체 개발한 AAM-4B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을 장착한다. 애초 단좌형인 F-2A와 복좌형인 F-2B 전투기 등 140대가 생산될 예정이었지만, 예산 문제로 94대만 제작됐다. 이 전투기가 처음 등장했을 때 일본 언론들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 해군 주력기였던 제로센(零戰)이 부활했다고 평가했다.
‘가미카제(神風)’가 사용했던 전투기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이 제작한 스텔스 전투기 시제품인 ATD-X. [일본 방위성]
일본 정부가 ‘21세기판 제로센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한다. 일본 정부는 미쓰비시 중공업이 주도하고 미국 록히드마틴이 기술 지원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F-2 후속기로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개발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2024년까지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를 시험제작하고, 2031년부터 양산 초도기 생산을 개시해 F-2가 완전 퇴역하는 2035년까지 90대를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F-2는 2030년 초부터 퇴역을 시작한다. 개발비 총액은 1조 엔(약 10조6000억 원), 총사업비는 5조 엔(약 53조1700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정부는 내년 국방예산에 개발비로 700억 엔(약 7444억 원)을 우선 반영할 예정이다.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는 성능 면에선 항공자위대가 도입한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A보다 우수한 기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쓰비시 중공업이 차세대 스텔스의 엔진 등을 독자 개발할 계획이지만 록히드마틴의 기술 지원을 받기로 한 것은 이 때문이다. 록히드마틴은 현존하는 세계 최강 F-22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제작한 방산업체다. 일본 정부는 록히드마틴과 협력이 미·일 동맹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항공자위대의 주력 전투기로 부상할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는 F-22에 버금가는 기종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 경우 일본 공군력은 중국보다 훨씬 앞설 수 있다. 중국은 미국 F-22와 F-35에 이어 젠(殲·J)-20 스텔스 전투기를 실전 배치했지만 성능과 무장 등 화력 면에서 훨씬 뒤떨어진다. 일본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F-35A/B를 147대나 구매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항공자위대가 F-35를 모두 운영할 경우 중국 공군력에 상당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가 F-22에 버금가는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를 독자적으로 개발·제작하겠다는 것은 동북아는 물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제공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아시아·태평양 제공권 장악
일본 항공자위대의 주력전투기 중 하나인 F-2가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JASDF]
게다가 미쓰비시 중공업은 미국으로부터 면허를 받아 공장에서 부품을 조립하는 방식으로 F-35A를 생산하고 있다. 이에 미쓰비시 중공업은 F-35A 제작은 물론, 부품 등에 대한 노하우도 완전히 습득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미쓰비시 중공업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운용 중인 모든 F-35의 정비를 맡고 있다. 록히드마틴은 미쓰비시 중공업과 F-35 최종 조립 및 점검(FACO)시설 건설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쓰비시 중공업의 아이치(愛知)현 정비창은 올해 7월 1일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이 공장은 일본 항공자위대는 물론, 주일미군이 운용하는 F-35와 한국 공군이 보유한 F-35를 정비한다.
미쓰비시 중공업은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의 개발·제작을 주도하면서 다른 일본 기업의 관련 기술도 활용할 계획이다. 스텔스 성능 등 최신 기술에 대해선 록히드마틴으로부터 도움을 받기로 했다. 미쓰비시 중공업 측은 F-2 전투기를 함께 개발한 경험이 있고, F-35 조립과 정비도 맡고 있는 만큼 록히드마틴과의 협력체제가 긴밀하게 구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2028년부터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시험비행을 실시할 방침이다.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외에도 일본은 적 요격 범위 밖에서 발사해 지상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스탠드오프(standoff)’ 미사일을 개발하겠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 스탠드오프는 지상, 항공기, 함정, 잠수함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멀리 떨어진 목표물을 타격하는 방식이다. 반면 이와 반대인 ‘스탠드인(standin)’은 스텔스 전투기가 적 방공망을 뚫고 들어가 목표물 인근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다. 스탠드오프 미사일은 장거리 순항(cruise)미사일을 말한다. 대표적인 장거리 순항미사일로는 미국 토마호크를 들 수 있다. 인디언이 사용하던 전투용 도끼를 뜻하는 토마호크는 현재 미 해공군의 주력 미사일이다.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과 달리 자체에 제트엔진이 달려 있어 항공기처럼 일정 고도를 유지하면서 날아가 목표물을 타격한다. 토마호크는 크게 지상용과 함정용이 있고, 재래식 탄두(450kg급)뿐 아니라, 핵탄두(200kt급)도 탑재할 수 있다. 함정 발사의 경우 최대 1250km, 지상 발사의 경우 최대 2500km 떨어진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사거리 200여km인 육상자위대의 최신형 12식 지대함유도탄(SSM)을 5년에 걸쳐 개량해 스텔스 기능을 갖춘 사거리 1000여km인 장거리 순항미사일로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내년 국방예산에 개발 비용으로 335억 엔(약 3561억 원)을 반영할 방침이다. 12식 SSM은 미쓰비시 중공업이 2012년 개발한 것으로, 기존 88식 지대함유도탄의 개량형이다. 12식 SSM은 관성항법장치(INS)와 위성항법장치(GPS), 지형지물 탐색 장치 등이 장착돼 있어 표적 식별력과 타격 정확도가 상당히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은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지상은 물론, 함정과 항공기에서도 발사할 수 있도록 제작할 계획이다. 이 미사일의 속도는 최대 마하 3.0~5.0이 될 것으로 보인다. 12식 SSM의 최대 속도는 마하 1.5다.
중국과 러시아 일부 지역도 사정권
일본 육상자위대가 12식 지대함 유도탄을 시험 발사하고 있다. [JGS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