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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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드론업체 中 DJI, ‘인권 탄압’ 의혹받고 美 제재대상에 올라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20-12-23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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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DJI가 제작한 매빅 2 프로가 날아가는 모습. [DJI]

    중국 DJI가 제작한 매빅 2 프로가 날아가는 모습. [DJI]

    중국 기업들 중에서 세계에서 1위를 차지하는 업체를 꼽자면 화웨이와 다쟝(大疆‧DJI)을 들 수 있다. 화웨이는 세계 최대 5G 통신 장비 업체다. 다장테크놀리지는 세계 최대 드론 제작업체다. DJI는 세계 민간 드론 시장의 70%를 장악하며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기업가치만 1600억 위안(약 28조 원)이다. 최고경영자(CEO) 겸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왕타오(汪滔·40) 회장이 홍콩과기대 대학원생이던 26세 때인 2006년 창업한 DJI는 부품을 만드는 회사였다. 왕 회장은 ‘자동 항법제어장치’(autopilot)를 집중 연구해 드론의 ‘저가‧소형화‧저전력’에 성공하면서 세계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 이 회사의 직원은 12년 전 20명이었지만 현재는 1만4000여 명이나 된다. 미국 독일 일본 중국 한국 홍콩 등에 17개의 지사를 두고 있다.

    드론 업계의 스티브 잡스

    세계 최대 드론 업체인 중국 DJI의 왕타오 창업자 겸 최고 경영자. [DJI]

    세계 최대 드론 업체인 중국 DJI의 왕타오 창업자 겸 최고 경영자. [DJI]

    ‘드론 업계의 스티브 잡스’로 일컬어지는 왕 회장은 항저우 출신이다. 어렸을 때부터 학교 공부 대신 모형 비행기 조립에 빠져 살았다. 상하이 화둥사범대 심리학과에 진학했지만 중퇴하고 홍콩과기대로 옮겨가 로봇과 전기공학을 공부했다. 당시 그가 이끈 로봇연구팀이 2005년 홍콩 로봇 경진 대회에서 1등을 했다. 왕 회장은 이 상금으로 3억 원의 사업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왕 회장은 특유의 편집증적 집요함으로 유명하다. 2006년 DJI 설립 이후 사무실 책상 옆에 간이침대를 두고 매주 80시간씩 먹고 자며 일했다고 한다. 자산 48억 달러를 보유한 왕 회장은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가 지난 11월 선정한 세계 부자 순위에서 349위에 올랐다. 

    DJI가 세계 드론 시장을 장악하게 된 비결은 성능이 우수한데다 가격도 싸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가성비가 좋다는 뜻이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DJI 드론 부품 대부분은 미국산이다. 일본 닛케이 아시안 리뷰(닛케이)는 “DJI는 경쟁사의 절반 가격으로 글로벌 상용 드론 시장에서 점유율 70%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DJI의 가격 경쟁력 비결은 상용부품(완성부품)을 80%나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닛케이는 “부품 가격은 제품 판매가의 20%에 불과하고, 게다가 대부분 미국산 부품이었다”고 지적했다. 물론 DJI의 최신 저가형 모델인 ‘매빅 에어2’의 성능은 뛰어나다. 초고화질(UHD) 4K 비디오 촬영이 가능하고, 물체도 자동으로 추적하고 장애물도 피한다. 무게도 570g에 불과하다. DJI가 독자적으로 확보한 기술력 덕분이다. DJI는 지난해 기준 185개의 일본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2위 업체보다 3배 이상 많다. 특히 DJI는 지난해 미국에서 하루에 1개 수준으로 총 364건의 특허를 신규 출원했다. 

    그런데 매빅 에어2의 가격은 750달러 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부품 원가는 135달러로 판매가의 20% 수준이다. 부품 중 80%가 완성된 부품이다. DJI가 만든 독자적인 부품은 프로펠러를 제어하는 반도체뿐이다. 일본 드론 제조업체의 한 임원은 “우리가 DJI와 동일한 기능을 가진 제품을 만들면 DJI의 두 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더욱 주목할 점은 DJI의 핵심부품은 주로 미국산이라는 것이다. 통신 부품은 미국 반도체 업체 코르보(Qorvo), 전원 부품은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반도체 칩을 사용했다, 코르보 반도체는 드론의 무선 통신 신호를 강화해 주고 간섭을 없애주는 핵심 칩이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반도체는 드론의 배터리를 관리하는 전원 컨트롤 IC다. 저장장치와 카메라는 삼성전자, D램은 SK하이닉스 제품이 사용됐다. GPS는 스위스의 유블럭스(ublox) 제품이다.

    美, DJI 드론 최다 구입

    게다가 DJI의 드론을 가장 많이 구입하는 국가는 미국이다. 글로벌 드론 시장조사업체 드로니(DRONEII)에 따르면 DJI는 지난해 미국 드론 시장에 점유율 76.8%로 1위를 차지했다. 올해 미국에서만 사진가들이 사들인 드론이 700만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이 부품을 수출해 DJI가 드론을 제작하면 미국이 수입하는 셈이다. 미국에선 4차 산업혁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분야인 드론 산업을 중국이 장악한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드론은 민간용뿐만 아니라 군사용으로도 활용 가치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19년 기준 중국 드론 제작기업은 1353개, 등록 드론 대수는 33만대에 달한다. 중국 드론 업체들은 취미·촬영용 시장 선점을 기반으로 감시·농업 분야 시장까지 선도하고 있다. 때문에 미국은 중국의 드론 산업 독점을 저지하기 위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정보 수집과 인권 탄압 등에 활용된다는 이유를 들어 제재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미국 내무부는 지난 1월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중국산 드론의 사용을 영구적으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드론이 활용될 위험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DJI의 드론 조종 애플리케이션(앱)에 보안 취약점이 발견되기도 했다. DJI는 드론 조종 앱을 통해 사용자 휴대전화에서 단말기 고유 식별번호(IMEI), 국제 모바일 가입자 식별번호(IMSI), 심(SIM) 카드 시리얼 번호 등 드론 운영에 불필요한 개인 정보를 수집해왔다. 윌리엄 에바니나 미국 국가방첩안보센터(NCSC) 소장은 “모든 중국 기술 업체는 중국 법에 따라 자신들이 수집하거나 자체 네트워크에 저장된 정보를 중국 정부에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 육군은 이미 2017년부터 DJI가 중국 정부와 기밀 정보를 공유한다고 판단하고 DJI의 드론 사용을 금지해 왔다. 미국 의회는 국방부의 중국산 드론을 구입하지 못한다는 조항이 포함된 2020회계연도 국방수권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크리스 머피(민주·코네티컷) 상원의원은 “미국이 중국산 드론을 구매하면 중국에 민감한 데이터 수집을 허락하는 셈이고, 미국 기업을 희생시켜 적국에 보상을 주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 상무부는 지난 12월 18일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SMIC(中芯國際) 등 중국 기업 60개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면서 DJI도 포함시켰다. 미국 기업들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들과 거래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DJI는 지난 2017년 중국 신장웨이우월(위구르) 지역 공안당국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고 감시용 드론을 납품해왔다. 중국 정부는 이 지역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인 위구르족들을 강제수용소에 감금하는 등 인권탄압을 자행해왔다. 미국 상무부는 DJI의 드론들이 중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인권탄압에 활용돼왔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DJI는 미국 부품 공급업체로부터 납품을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닛케이는 “DJI 드론에 들어간 미국 부품은 최근 대체재를 찾기 어렵다”며 “향후 부품 조달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DJI는 다른 국가 기업들로부터 부품을 수입하겠지만 질이 좋은 미국산 부품을 구매하기 힘들 것이 분명하다. 미국 드론 스타트업인 임파서블 에어로스페이스 창업자 스펜서 고어는 “DJI가 이번 조처로 주요 설계를 대폭 변경하기 전에는 생산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욱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도 중국의 위구르족 인권탄압을 강하게 비판하는 등 앞으로 인권 문제를 중요하게 다룰 것이 분명한 만큼 미국 정부가 이번 조치보다 더욱 강력하게 제재를 내릴 수도 있다. 반면 DJI는 이번 조치에 대해 인권탄압 등은 그냥 허울일 뿐 세계 1위 드론업체인 자사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상업적인 목적이 진짜 이유라고 주장했다.

    중국 DJI가 제작한 매빅 에어2의 모습. [DJI]

    중국 DJI가 제작한 매빅 에어2의 모습. [DJI]

    이번 조치에 따라 DJI가 자칫하면 ‘제2의 화웨이’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후미아키 야마자키 일본 국가안보정보보안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DJI가 화웨이처럼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화웨이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후 한동안은 그동안 재고로 보유했던 부품으로 버텼지만 부품이 고갈되면서 시장에서 밀리기 시작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또 각국에 화웨이 사용 금지를 독려해왔다. 일본 정부는 중국으로부터 드론 수입을 완전히 금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일본정부는 2021회계연도부터 국방과 인프라 산업 등에 쓰이는 드론에 대한 보안대책을 강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일본의 모든 정부 기관은 드론을 새로 구매할 때 계획서를 내고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일본 정부의 이런 조치는 무역 분쟁을 우려해 중국산을 배제하겠다고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산을 겨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 드론 업체는 미국과 일본 정부의 이런 조치에 따라 앞으로 시장 판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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