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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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안창호급 잠수함, 9조원 수출 잭팟 기대 [웨펀]

  • 신인균(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입력2020-09-05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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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산안창호 잠수함. [뉴시스]

    도산안창호 잠수함. [뉴시스]

    최근 국제 방산시장에서 인도는 ‘큰손 중 큰손’으로 통한다. 인도는 전통적인 적국 파키스탄의 군사력 현대화에 대응하고자 2010년대 이후 다양한 신형 무기 도입을 추진해왔는데, 지난해부터 중국과의 국경 분쟁이 재점화하면서 중국을 겨냥한 고성능 무기체계 도입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인도군 무기는 ‘백화점’으로 통한다. 냉전 시절부터 비동맹 노선을 표방하며 여러 나라에서 무기를 사들인 탓에 영국제와 소련제, 이스라엘제, 심지어 남아프리카공화국제 무기도 널려 있다. 인도 정부는 엉망진창이 된 군수지원체계를 바로잡고 무기체계 운용을 정상화하는 한편, 무기체계 기술 자립을 위해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며 무기체계 국산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차세대 잠수함 사업이 바로 이러한 유형이다. 인도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하는 전략 원자력 잠수함(SSBN) 아리한트(Arihant)급을 자체 개발해 2척을 배치하고 있으며, 이를 지원하는 공격용 원자력 잠수함(SSN)으로 러시아제 아쿨라 II(Akula II)급 1척을 임차해 운용 중이지만, 인도 해군 수중함대의 실질적 주력은 14척을 운용하고 있는 재래식 잠수함이다. 

    인도는 옛 소련의 킬로(Kilo) 877EKM 버전 8척과 독일 209-1500형 버전 4척을 수입해 주력으로 운용 중인데, 노후화된 잠수함 12척 전량을 18척의 신형 AIP(공기불요추진체계) 잠수함으로 대체하는 차세대 잠수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인도는 이 사업을 3개 차수로 나눠 차수별로 6척씩 도입하는 것으로 결정했는데, 1차 사업은 6척에 24억8000만 달러(약 2조9500억 원)로 합의한 프랑스 스콜펜(Scorpene)급 잠수함이 수주해 현재 칼바리(Kalvari)급이라는 이름으로 4척이 진수되고 2척이 취역한 상태다. 

    칼바리급은 재래식 잠수함 가운데 비교적 베스트셀러로 평가받는 스콜펜급을 바탕으로 한 잠수함이기 때문에 준수한 성능을 갖고 있지만, 1800t도 채 되지 않는 소형 잠수함으로는 인도 해군의 작전적 소요를 완전히 충족할 수 없었고 이에 인도는 2차 사업에서 더욱 강력한 성능의 대형 잠수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번 잠수함 사업에서 인도가 요구하는 조건은 ‘Make in India’, 즉 인도 현지 생산과 높은 국산화율을 달성하는 것이 첫 번째였고, 기존에 보유한 재래식 잠수함보다 지속 잠항 능력과 공격 능력이 월등하게 뛰어나야 한다는 것이 두 번째였다. 

    인도는 1월 세계 잠수함 메이커들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자국 조선업체 2개를 잠수함 사업의 주계약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이 조선업체들은 독자적인 잠수함 설계∙건조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인도는 이들 업체와 협력할 해외 파트너를 찾아 나섰다. 사업 규모는 75억 달러(약 8조9200억 원). 당연히 세계 각국 주요 잠수함 메이커는 모조리 입찰 참가 의사를 밝혔다. 

    가장 먼저 도전장을 던진 것은 스페인 조선업체 나반티아(Navantia)였다. 나반티아는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방산전시회 ‘수중 방어 및 보안 2020(Underwater Defense & Security 2020)’ 행사에서 인도 해군 잠수함 사업 입찰 모델인 S80+를 공개했다. 스페인 해군이 전력화 중인 S80 잠수함을 대대적으로 개량한 이 잠수함은 길이 81m, 수중 배수량이 무려 3777t에 달하는 대형 잠수함으로, 이번 입찰 참가 후보 모델 가운데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한다. 나반티아는 이 잠수함이 바이오 에탄올을 이용하는 독특한 AIP 기관을 사용해 최대 30일간 수중 작전이 가능하다고 선전하고 있다. 이 잠수함은 최대 620m까지 잠항이 가능하며, 6개의 533mm 어뢰발사관에서 최신형 독일제 어뢰 DM2A4를 운용할 수 있어 우수한 공격 능력까지 갖췄다는 것이 나반티아 측 주장이다. 

    그러나 이 잠수함은 경쟁 모델 가운데 지상 타격 능력이 가장 떨어지고, 스페인 해군 납품 과정에서 설계 오류로 인한 중량 과다로 시운전 중 침몰할 뻔한 사례도 있었으며, 재설계 과정에서 기술력이 부족해 미국 업체의 도움을 받는 등 신뢰성 부족 시비에 시달린 바 있어 수주 전망은 밝지 않은 편이다. 

    다음으로 도전장을 던진 후보는 1차 사업을 수주했던 프랑스 DCNS이다. 이 업체는 1차 사업을 차지한 모델의 확대 개량형인 AM-2000 모델을 들고 나왔다. 이 잠수함은 2000t급 모듈식 설계를 취하고 있으며, 후보 모델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자동화 시스템을 갖춰 승조원 수를 25명까지 줄였다. 

    DCNS 측은 새 모델이 에탄올을 사용하는 MESMA(Module d'Energie Sous-Marin Autonome) AIP 모델을 채택해 기존 모델보다 수중 지속 작전 능력이 3배 이상 뛰어나며, 신형 잠대함 무장을 사용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MESMA 시스템은 연료전지 등 다른 AIP 기관보다 부피가 크고 출력이 떨어져 이 모델의 실제 수중 지속 잠항 능력은 경쟁 모델 중 가장 하위권에 속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DCNS는 1차 사업 당시 인도와 상당한 마찰을 겪은 바 있다. 인도가 DCNS와 스코르펜급 기술 도입 생산 계약을 체결한 것이 2008년인데, 그 결과물인 칼바리급 잠수함 1번함이 나오기까지 9년이나 걸렸고, 그 과정에서 무수한 분쟁이 있었다. 이러한 사업 관리 능력 부족이 MESMA 시스템의 성능 부족과 더불어 스콜펜 AM-2000 모델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 Amur 1650 잠수함. [러시아의 개방형 주식회사 United Shipbuilding Corporation]

    러시아 Amur 1650 잠수함. [러시아의 개방형 주식회사 United Shipbuilding Corporation]

    인도 해군의 현용 주력 잠수함인 킬로급을 설계한 러시아 루빈 설계국도 도전장을 냈다. 루빈 측은 러시아가 킬로급 잠수함의 후계로 개발한 라다(Lada)급 잠수함의 수출형인 아무르(Amur)급의 하이급 모델 아무르 1650을 제안하고 나섰다. 이 잠수함은 수중 배수량이 2700t에 달하는 대형이며, 선체 후방에 수직발사기(VLS)를 탑재해 함대함∙함대지순항미사일 운용이 가능하다. 루빈 측은 인도가 이미 킬로급 잠수함을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르 1650 모델을 선택하면 조기 전력화와 군수 지원에 유리하다는 점을 어필하지만, 문제는 ’신뢰성‘이다. 러시아는 아무르 1650 모델의 원형인 라다급을 기존 킬로급 대체 전력으로 대량 도입할 예정이었지만, 성능이 실망스럽다며 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5척 건조에서 사업을 종결한 바 있다. 무엇보다 이 잠수함은 중국이 위안급 잠수함을 설계할 때 상당한 기술 자료를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져 중국과 적대적인 인도가 이 잠수함을 채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 다른 도전자는 209급과 214급, 218급 등을 전 세계적으로 히트시키며 재래식 잠수함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독일 조선업체 하데베(HDW)이다. 인도에 209-1500형 잠수함을 납품한 바 있는 HDW는 이번에는 214급 잠수함을 개량한 2000t급 잠수함을 제안했다. 우리나라가 손원일급으로 9척을 도입한 모델과 유사한 이 모델은 2주의 수중 지속 작전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고성능 연료전지를 탑재해 정숙성과 잠항 능력이 경쟁 모델 가운데 가장 우수하다는 것이 HDW 측 주장이다. 그러나 이 잠수함은 우리나라에 납품된 초기 모델은 물론, 그리스와 터키에서도 연달아 설계 결함을 노출하며 납품 거부 또는 지연 사태를 빚은 바 있어 이번 사업을 통해 선진 잠수함 건조 기술을 안정적으로 획득하려는 인도가 선정을 꺼릴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상 4개 모델은 사실 인도 잠수함 사업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다크호스인 대우조선해양(DSME)의 도산 안창호급 개량형을 돋보이게 만들기 위한 들러리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가 전략적 임무에 투입하기 위해 개발한 도산 안창호급 개량형은 연안 방어 임무 정도에 특화된 다른 경쟁 모델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DSME 모델은 수중 배수량 3705t 안팎으로, 이번 경쟁 모델 가운데 스페인 나반티아의 S80+ 다음으로 크며, 범한에서 개발한 고성능 연료전지를 탑재해 1개월에 가까운 수중 지속 잠항 능력도 갖추고 있다. 지속 잠항 능력에서부터 경쟁 모델과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잠항 속도 역시 20노트로 경쟁 모델 중 가장 빠르며, 고품질 HY-100 고장력강을 사용해 300m급까지 안정적으로 잠항할 수 있는 우수한 잠항 능력도 갖췄다. 무장 능력은 다른 경쟁 모델과 비교 자체를 불허하는 압도적 수준이다. 

    DSME의 모델은 현존하는 어뢰 발사관 가운데 가장 첨단기술인 ATP(Air Turbine Pump) 방식의 어뢰발사관 6기를 갖추고 있다. ATP 방식은 방사 소음도 적지만 다른 방식보다 부피가 작아 공간 운용 효율이 높으며, 현존 어뢰발사관 방식 중 가장 빠른 연속 발사 능력을 제공한다. 이 어뢰발사관에서는 현존 최강의 중어뢰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사거리 50km급의 범상어 중어뢰와 하푼 블록 II 버전이 탑재되며, 이와 별개로 선체 상단에 수직발사관이 설치돼 사거리 1500km급의 순항미사일 12발 또는 800km급 탄도미사일 6발을 수납할 수 있다.

    한국 기업의 관리 능력도 경쟁력

    한국 기업 특유의 안정적인 사업 관리 능력도 인도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최근 한화디펜스는 100여 문의 K9 자주포 현지 기술 도입 생산 사업을 관리하면서 계획 일정보다 빠른 납품, 기대 이상의 성능과 신뢰도를 보여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라즈나트 싱 국방장관으로부터 극찬을 받은 바 있다. 한국 방산업체에 대한 인도 정부 고위층의 신뢰는 DSME가 이번 사업을 수주하는 데 상당한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사실 제안 모델 자체의 성능과 업체의 사업 관리 능력만 놓고 보면 이번 사업은 DSME가 수주하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할 정도다. 그러나 국제 무기시장에서 의사결정은 무기체계의 성능과 업체의 사업 관리 능력, 가격만 보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정치적 판단이 다른 모든 요소를 덮어버리기도 한다.

    도산 안창호급의 최대 매력은 바로 해외 동급 재래식 잠수함이 따라올 수 없는 강력한 타격 능력에 있고, 이 능력은 여기에 탑재되는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에서 나온다. 문제는 이들을 패키지로 수출하는 데 MTCR(Missile Technology Control Regime)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MTCR는 탄두중량 500kg, 사거리 300km를 초과하는 탄도미사일과 무인기 완성품 또는 기술 수출을 금지하고 있고, 한국 역시 회원국이다. 우리나라가 인도에 잠수함과 미사일을 패키지로 판매하려면 MTCR 규제를 우회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미국 측 동의가 필요하다. 

    인도는 미국, 일본, 호주와 함께 중국 봉쇄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쿼드(Qaud)의 핵심 멤버다. 인도 군사력이 강해질수록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 강도는 높아질 테고, 이 때문에 미국은 인도에 대형 항공모함 건조 기술은 물론 함재기까지 판매를 추진할 만큼 인도의 군사력 증강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한국이 인도에 판매하는 잠수함은 강력한 대중(對中) 전략무기가 될 것이고, 이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부합하는 일이다. 즉 미국과 공감대만 형성된다면 잠수함+SLBM 인도 패키지 판매는 물 흐르듯 진행될 것이다. 

    이번 인도 잠수함 수주전은 단순히 인도라는 지구 반대편 나라에 잠수함이라는 무기를 파는 영업 행위가 아니라, 미·중 대립구도 속에서 우리가 막대한 경제적 이익과 더불어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에 기여해 상당한 전략적 지위 향상을 노려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부디 관계 당국과 업체의 혼연일체 팀플레이로 승전보가 들려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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