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항모’로 분류되는 일본 이즈모급 구축함. [AP=뉴시스]
양국군은 1962년 국경지역에서 전쟁까지 벌인 바 있다. 올해 들어서도 3차례나 국경지역에서 무력 충돌했다. 특히 6월 라다크 지역 갈완(중국명 자러완) 계곡에서 몽둥이 등으로 육박전을 벌여 상당한 인명 피해를 입기도 했다. 당시 인도군은 최소 20명이 사망했고, 중국군도 공식 발표를 하지는 않았지만 상당수 병력이 죽거나 부상했다. 양국군은 9월 7일 라다크 동부에서 위협사격을 주고받는 등 총격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이 총격전을 벌인 것은 1975년 이후 45년 만이다. 양국군은 이 지역에 탱크, 미사일, 전투기 등 각종 무기와 장비를 배치한 채 무력 충돌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과 인도의 외교 및 국방장관들이 10월 2+2 회담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US DOS]
인도군, 중국군에 전력 열세
그런데 인도군은 중국군에 비해 전력 면에서 열세다. 무엇보다 중국군은 인도군보다 각종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를 더 많이 배치했을 뿐 아니라, 공격 능력도 월등하게 우세한 수준이다. 양국 국경지대는 산과 계곡이 많기 때문에 미사일과 무인기를 운용하려면 정확한 위치 정보가 필수적이다. 중국군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인 베이더우(北斗) 시스템 덕분에 각종 지리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받고 있다. 중국은 7월 말부터 베이더우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베이더우 시스템은 군사용의 경우 위치 오차가 10cm 이하일 정도로 상당히 정확하다. 중국군은 베이더우 시스템을 이용해 인도군 공군기지 등 주요 군사 목표를 미사일로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다. 게다가 중국군의 무인기들은 인도군의 감시망을 피해서 산과 계곡을 이용해 정찰 활동에 나설 수도 있다. 미국 국방부도 ‘2020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서 베이더우 시스템을 언급하며 중국군 전력이 대폭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인도 역시 2018년 독자적으로 위성위치확인시스템인 ‘NaviC’를 구축하기는 했지만 정확도 면에서 베이더우 시스템에 비해 상당히 떨어진다.
인도가 지금까지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고려해 관계 강화에 소극적이었던 미국과의 군사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미국과 체결한 ‘기본교류협력협정(BECA)’을 들 수 있다. 미국과 인도는 10월 27일 인도 뉴델리에서 외교·국방장관(2+2) 회담을 갖고 BECA를 체결해 양국 간 군사 분야 협력을 확대해나가기로 합의했다. 이번 회담에는 미국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인도에서는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외교장관과 라지나트 싱 국방장관이 참석했다.
BECA에는 양국이 지상은 물론 해상·항공 지도와 인공위성 사진 등 군사지리 정보를 공유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인도 언론들은 BECA를 체결함으로써 인도군이 미국 인공위성을 통해 제공되는 군사·지리 정보를 활용해 크루즈 및 탄도미사일의 목표물 타격과 무인기의 운용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인도군은 그동안 히말라야 산맥 국경지대에서 위성 정보 부족으로 중국군에 비해 정밀유도무기 운용 면에서 열세를 보여왔다.
게다가 이번 BECA 체결로 양국 군사협력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것이 분명하다. 양국은 2002년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2016년 ‘군수지원협정(LEMOA)’, 2018년 ‘통신 상호 운용성 및 보안협정(COMCASA)’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에 BECA에 서명함에 따라 양국은 18년 만에 사실상 군사동맹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4대 협정을 마무리한 셈이다. 인도는 전통적인 비동맹 노선을 유지하고자 BECA 체결을 망설여왔지만, 국경 분쟁으로 유혈사태까지 벌어지자 중국과의 무력 충돌에 대비한 전력 보강을 위해 미국과의 군사협력 강화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국과 인도는 중국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위협에 대응하고자 협력을 강화해갈 것”이라고 밝혔고, 에스퍼 국방장관도 “양국은 중국의 증가하는 위협에 맞서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는 BECA 체결에 따라 무인기 전력을 대폭 증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미국으로부터 정찰과 미사일 공격이 가능한 다목적 무인기 MQ-9B 스카이 가디언(Sky Guardian) 구매를 추진하고 있다. MQ-9B 스카이 가디언은 미국이 1월 이란 군부 실세이자 혁명수비대 정예부대인 쿠드스군의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를 제거하는 데 투입한 MQ-9 리퍼(Reaper)의 개량형이다. 제네널 아토믹스사가 제작한 이 무인기는 최첨단 관측·표적 확보 장치 등을 장착해 원하는 표적을 족집게처럼 골라내 미사일로 타격할 수 있다.
MQ-9B는 길이 11.7m, 너비 24m, 최대 이륙중량 5.67t, 연료 탑재 중량 2.7t이다. 날개와 동체 중앙 등 총 9곳에 각종 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 다양한 센서와 무기 등의 탑재 중량은 2.155t이다. 최고 속도는 시속 389km, 상승 한도는 12km, 비행거리는 1만1100km, 체공시간은 40시간이다. 전자광학과 적외선 카메라, 360도 탐색레이더, 자동정보체계(AIS) 등을 탑재하고 있다. 인도군이 이 무인기를 보유하면 중국군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인도군이 국경지대인 라다크 지역에 실전 배치한 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있다. [PTI]
가장 중요한 전략요충지
양국 간 무기거래는 2008년에는 거의 없다 올해 200억 달러(약 22조7000억 원) 수준까지 늘어났다. 미국은 인도에 레이더, 미사일과 경량어뢰, 헬기, 해군 함포, C-17 수송기 등 다양한 전략무기를 수출해왔다. 이번 협정 체결로 조만간 MQ-9B도 인도에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에스퍼 국방장관은 “인도에 전투기와 무인기 판매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은 록히드마틴이 제작한 F/A-18 슈퍼 호넷과 F-15EX 이글을 인도가 구입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인도는 이와 함께 중국의 인도양 진출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과의 군사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인도군은 10월 3일 LSA에 따라 벵골만의 안다만 제도에 있는 자국 군 기지에 착륙한 미 해군 P-8A 포세이돈 초계기에 연료를 지원했다. 양국 간 LSA 체결 이후 미 군용기가 안다만 제도에 착륙한 건 당시가 처음이다. 인도 해군 함정들은 7월 벵골만의 안다만 제도 해상에서 미 해군 니미츠호 항공모함 전단과 함께 해상 합동 훈련도 실시했다. 벵골만은 인도와 미얀마 사이에 있는 바다로, 인도가 가장 중요시하는 전략요충지다.
인도는 11월 초 인도양에서 미국, 일본, 호주 등 쿼드(Quad·4개국 안보협의체) 회원국들과 함께 ‘말라바르(Malabar)’라는 해상 연합 훈련도 실시할 예정이다. 인도는 13년 만에 실시하는 말라바르 연합 훈련에 호주를 초청했다.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이 연합 훈련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호주 해군은 2007년 미국, 인도 등과 함께 말라바르 연합 훈련에 참가한 적이 있으나, 당시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반대에 따라 이후엔 불참해왔다. 4개국은 이번 훈련에서 중국의 인도양 등 해양 진출에 확실히 맞서겠다는 공동 의지를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또 일본과의 군사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양국은 9월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체결했다. 판카지 지하 인도 진달글로벌대 교수는“인도·태평양지역의 주요 국가인 인도와 일본이 상호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양국 간 군사협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양국은 2015년 군사장비 및 기술 이전에 관한 협정과 정보보호협정을 각각 체결한 바 있다. 인도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는 9월 27일 인도양에서 중국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해상 연합 훈련인 지맥스(JIMEX)를 실시했다. 당시 훈련에 인도는 콜카타급 미사일 구축함 첸나이, 테그급 호위함 타르카쉬, 유조선 디팍, 일본은 경항공모함으로 간주되는 이즈모급 구축함 카가, 이카즈치 유도미사일 호위함을 동원했다.
양국은 이처럼 해군은 물론 육군과 공군의 합동 훈련도 실시하고 있다. 인도 육군과 일본 육상자위대는 2018년 11월 인도 북동부 미조람주에서 첫 공동 훈련을 했고, 인도 공군과 일본 항공자위대는 2018년 12월 인도 북부 아그라에서 첫 공동훈련을 진행했다. 인도와 일본은 지난해 12월 뉴델리에서 외교와 국방장관(2+2) 회담을 처음으로 갖고 군사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인도 입장에선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놓고 중국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과의 군사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묘책’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미국, 일본과 군사협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인도의 전략은 앞으로 중국에 맞서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