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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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지지율 흔들리지 않는 이유 [데이터 View]

  •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ankangyy@hanmail.net

    입력2020-11-04 10: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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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대한민국 대통령들은 임기 말 레임덕(Lame Duck)에 시달렸다. 당선 후 임기 초반 개혁 드라이브로 높은 인기를 누리다가 중후반에 급격하게 흔들렸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예외가 없었다. 임기 4년차 2∼3분기부터 지지율이 급락해 20% 수준까지 떨어졌다. 국정현안은 대부분 중단되고 사실상 식물정부 취급을 받았다. 

    승자독식 양당제, 제로섬게임(zero-sum game)에 비유되곤 하는 후진적 정치문화, 5년 단임제 등이 초래한 독특한 한국 정치현상이다. 다른 나라는 이와 다르다. 미국 트럼프, 일본 아베 전 총리는 리더십·건강 논란에도 임기 말 30∼40% 지지율을 지켰다. 중도를 표방하고 당선한 프랑스 마크롱은 최소 30% 중반 이상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지지기반 약화로 레임덕 촉발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DJP 연합(DJ+김종필·JP 연합)을 통해 당선했다.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의 덕도 봤다. 이 후보는 거의 500만표를 가져갔다. DJ 득표율은 40.3%였다. 지지기반은 수도권 20∼30대와 호남, 그리고 DJP 연합 효과로 인한 충청권 일부가 가세했다. DJ는 임기 4년차 2∼3분기부터 지지율이 급락해 2001년 후반엔 20% 전후까지 추락했다. 2000년 총선에서 DJP 연합 공천이 무산된 뒤에 지지기반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종 비리가 터지면서 레임덕을 촉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영남후보론을 통해 당선했다. 노 전 대통령 지지기반은 수도권 젊은층(주로 20∼40대 중반), 호남, 영남개혁 세력이었다. 여기에 당시 정몽준 무소속 후보와 단일화 시너지가 더해졌다. 정 후보는 투표 전날 단일화 파기를 선언했지만 노 전 대통령 당선을 막지 못했다는 평가다. 노 전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지지기반 일부(정 후보 지지층)를 잃고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2006년부터 여당 내분, 측근비리 등이 터지면서 지지율이 20% 수준까지 하락했다. 노 전 대통령 레임덕 원인은 허약한 지지기반이 직접적 원인이다. 임기 말 레임덕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MB)은 중도 실용을 기치로 당선했다. 2007년경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에는 386 운동권, 전문가 등이 대거 영입됐다. MB의 지지기반은 보수 외에 중도 성향층이 가세했다. MB 지지율은 2011년 가을부터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 등 측근비리가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보다 직접적이 원인은 중도층 이탈에 있다.



    임기 후반 지지기반 되레 확장

    박근혜 전 대통령은 보수층 외에도 중도층 흡수를 통해 당선했다. MB 임기 말 레임덕 속에 치러진 2012년 총선에서 박 전 대통령은 김종인, 이준석 등을 영입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MB와의 차별화에 주력했다. 그는 총선에서 승리한 후 진보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경제민주화를 선점하고 중도를 흡수했다. 그러나 취임 이후 수동적 국정운영과 편협한 인재 등용 등으로 중도층과 젊은층을 잃었다. 2016년 10월 말 박 전 대통령 지지율은 4∼5%를 기록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4년차 2분기를 지나고 있다. 과거 대통령들을 보면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할 시기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올해 추석 연휴 전후로 실시된 각종 전화면접 여론조사에서 50% 내외를 나타냈다. 한국갤럽 10월 4주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43%였다(한국갤럽 자체·10월27∼29일 1001명 대상·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자세한 내용은 갤럽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비슷한 시기에 역대 대통령 중에선 MB가 2011년 가을 30% 중후반으로 가장 높았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MB보다 10%p나 높다. 문민정부 이후 역대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율로 보면 매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셈이다. 

    2017년 5월 대선에서 문 대통령의 득표율은 41%였다. 대선 당시 문 대통령 지지기반은 19세∼40대, 그리고 50대 일부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이는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도 확인된다. 19세∼29세 47.6%, 30∼40대 50%, 50대 36.9%였다. 임기 1년 6개월여를 남겨둔 시점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기반은 흔들림이 없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40대 지지율은 방송3사 출구조사와 큰 차이가 없다. 다만 30대 지지율이 대선 당시보다 14.9%포인트 내려갔다. 50대, 60대 이상 지지율은 출구조사보다 크게 높아졌다. 대선 직후보다 지지기반이 확장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안철수·유승민·심상정 후보 지지층 일부를 흡수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대통령 지지층은 웬만한 비리, 의혹으론 지지를 거두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지지기반 약화는 치명적이다. 문 대통령은 현재 지지기반이 확장돼 있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 의혹’ 올해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논란’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의혹’ 등에도 문 대통령 지지율은 견고하다. 여당 안에서는 차기 대권 인물들도 풍부하다. 이에 비해 야권은 원래 지지층이 좁은데다 지지기반 확장을 보여주는 데이터를 찾을 수 없다. 지금 추세로 볼 때 앞으로 치명적인 비리 의혹과 국가재난 등 돌발 변수가 없다면 문 대통령은 레임덕도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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