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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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의 천국 대만

[재이의 여행블루스] 카페와 맛집 즐비한 ‘융캉제’, 길거리 간식 맛있는 ‘스린 야시장’이 핫플레이스

  • 재이 여행작가

    입력2024-04-3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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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은 좀처럼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일까. 인생을 여행에 빗대어 말하기도 한다. 누구나 단 한 번밖에 할 수 없는 길지 않은 여행인데 버거울 때가 참 많다. 한 번 사는 인생 신명 나게 살면 좋으련만 사람들은 너무 많은 짐을 이고 지고 살아가느라 지쳐버리고 만다. 때로는 내 의지와 무관하게 상처가 되는 순간들도 생긴다. 마음에 담아두면 일상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아 잊어버리려, 털어버리려 애쓰지만 잘 되지 않는다. 상처에 얽매여 있다 보면 내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우선순위마저 놓쳐버린다. 길을 잃지 않았는데도 길을 잃었다는 착각마저 든다. 이럴 때는 자유로운 마음이 필요하다. 인생에는 중요한 것도 많지만 중요하지 않은 것이 훨씬 더 많다. 그 누구도 내 삶을 제어할 수 없다는 분명한 사실. 내 인생은 오직 나만이 걸어갈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느 순간 분명한 정리가 필요하다. 내 정신을 내리누르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시간. ‘여행’이 필요할 때다.

    대형 쇼핑몰이 즐비한 시먼딩 거리. [GETTYIMAGES]

    대형 쇼핑몰이 즐비한 시먼딩 거리. [GETTYIMAGES]

    자유여행하기 제격인 대만

    잠시 멈춰 서서 정말로 길을 잃은 것인지, 갔던 길을 자꾸 되풀이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인생 지도 위에 서봐야 한다. 주위를 한 번 돌아볼 여유를 가질 때, 그리고 자유로운 마음을 그려볼 때 비로소 삶의 여정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여행의 맛이다. 최선을 다해 살아가려 애쓰고 있는 나 자신에게 자유로움을 더해줄 여행을 자주 떠나보자.

    자유로운 마음을 찾아 떠나볼 이번 여행지는 ‘대만(臺灣)’이다. 대만은 중국 동남쪽 푸젠성(福建省)과 대만해협 사이 동남쪽에 위치해 있다. 북쪽으로는 일본, 남쪽으로는 필리핀 중간에 있는데, 면적은 한반도의 6분의 1 크기다. 사면이 에메랄드빛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남국 매력을 한껏 누릴 수 있고,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함께 중국 본토에서 가져온 수많은 유물이 여행객을 매혹시킨다. 여기에 더해 비교적 짧은 비행시간은 물론, 다채로운 문화가 섞인 볼거리와 수많은 먹거리까지 여행객 마음을 끌 요소가 넘쳐난다. 또한 남북으로 해발 3000m가 넘는 산들로 이어진 중앙산맥이 가로놓여 있고, 동부에는 타이둥산맥이 자리해 동북아 최고봉인 옥산(玉山·3952m)을 필두로 133개나 되는 3000m급 고산이 즐비해 트레킹 애호가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대만 여행은 수도 타이베이를 중심으로 시내 관광을 한 뒤 인근 온천 지역에서 온천욕을 즐기거나, ‘예류(野柳)’ ‘스펀(十分)’ ‘진과스(金瓜石)’ ‘지우펀(九份)’ 같은 근교 도시들을 다녀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타이베이와 주변 소도시까지 돌아보면 대만이 가지고 있는 다채로운 매력과 트렌디한 분위기를 빠짐없이 확인할 수 있다.

    타이베이 최대 규모 스린 야시장

    타이베이는 대만 정치·문화·역사·경제 중심지이며 대중교통 인프라까지 잘 갖춰져 있어 자유여행을 즐기기에 부담 없는 도시다. 게다가 일제강점기 이후 일본 문화가 많이 유입돼 중국과 일본을 섞어놓은 듯한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곳은 ‘시먼딩(西門町)’이다. 지하철 반난선(板南線) 시먼역에서 내리면 서울 명동, 도쿄 신주쿠와 비슷한 번화가가 나타난다. 대형 쇼핑몰이 즐비한 시먼딩 거리는 시끌벅적한 젊음의 열기를 선호하는 여행객에게 안성맞춤이다. 구경할 게 너무 많다 보니 눈이 쉴 틈이 없다. 덩달아 입도 즐거워진다. 이미 소문이 자자한 망고빙수와 펑리수, 버블티는 물론, 이름처럼 초대형 크기를 자랑하는 대왕카스텔라 등 대만 국민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카페와 맛집에서 트렌디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융캉제. [타이베이시정부 관광국 제공]

    카페와 맛집에서 트렌디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융캉제. [타이베이시정부 관광국 제공]

    미식 천국에 왔으니 다양한 요리도 빼놓을 수 없다. 중국식 샤부샤부인 훠궈부터 맛도 좋고 보기에도 좋은 딤섬, 곱창국수와 우육면 같은 이색적인 면 요리, 그리고 닭 살코기만 납작하게 펼쳐 통째로 튀긴 지파이까지 각종 먹거리가 여행객 입맛을 사로잡는다. 식도락 여행이 주된 포인트라면 아기자기한 카페와 맛집이 몰려 있는 ‘융캉제(永康街)’와 먹거리가 풍성한 ‘스린 야시장(士林夜市)’을 놓쳐서는 안 된다. 타이베이에서 규모가 가장 큰 스린 야시장은 현지인의 생생한 삶의 모습과 다양한 전통 먹을거리를 접할 수 있는 곳이다. 스테이크를 깍둑썰기해 간편하게 즐기는 큐브 스테이크, 삶은 감자를 반으로 쪼갠 후 그 안에 고기, 채소, 튀김 등 토핑을 얹어 먹는 왕자치즈감자, 여러 재료로 만든 꼬치구이, 정체 모를 각종 음식 등 저렴하고 맛있는 길거리 간식을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야시장 마니아라면 뱀의 거리로 불리는 ‘화시지에 야시장(華西街夜市)’과 현지인의 식사 장소인 ‘닝샤 야시장(寧夏夜市)’도 서민들의 땀 냄새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매력적인 곳이니 꼭 찾아가보자.



    타이베이에서 규모가 가장 큰 스린 야시장. [타이베이시정부 관광국 제공]

    타이베이에서 규모가 가장 큰 스린 야시장. [타이베이시정부 관광국 제공]

    충분히 배를 채웠다면 지하철을 타고 ‘국립고궁박물관(國立故宮博物院)’이 위치한 스린역으로 향하자. 고궁박물관은 세계 4대 박물관 중 하나로 중국 5000년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유물 70여만 점을 소장하고 있다. 중국공산당에 패한 장제스 총통이 대만으로 쫓겨 오면서 중국 보물과 미술품들을 가져왔다. 규모도, 전시품도 한 마디로 대단하다. 국보 1호 ‘취옥백채(翠玉白菜)’, 3대 보물로 손꼽히는 ‘모공정(毛公鼎)’, 중국 본토와도 바꾸지 않는다는 ‘육형석(肉形石)’, 청나라 유물인 ‘진조장조감란핵주(陳祖章雕橄欖核舟)’ 등 정교한 조각품들은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유물이 워낙 많다 보니 3개월에 1번씩 소장품을 전부 바꿔 전시하고 있다. 이렇게 해도 모든 소장품을 관람하려면 8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대만 역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물인 장제스를 위한 ‘중정기념관(中正紀念堂)’은 복잡다단한 대만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건물이다. 그림처럼 조경이 잘된 인상적인 명소인데, 25t에 이르는 장제스 총통 동상이 본 건물에서 도시를 바라보고 있다. 양옆으로는 우아한 명나라식 아치를 사이에 두고 국립극장과 콘서트홀이 자리하고 있다. 두 건물 사이 자유광장에서는 매일 정시마다 근위병 교대식이 열려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화려한 용 장식을 자랑하는 가장 오래된 대만 사원 ‘용산사(龍山寺)’도 연중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 중 하나다. 1738년 건립됐으며 태평양전쟁 중 본전이 손실됐지만 관세음보살상은 훼손되지 않았다는 일화가 전해지는 곳이다. 이 때문에 소원을 비는 이들이 즐겨 찾는다.

    세계 4대 박물관 중 하나인 국립고궁박물관. [타이베이시정부 관광국 제공]

    세계 4대 박물관 중 하나인 국립고궁박물관. [타이베이시정부 관광국 제공]

    야경 맛집, 타이베이 101빌딩

    중국 본토와 비슷한 문화를 가졌으면서도 대만 특유의 깔끔함이 더해져 도심 곳곳에는 보석 같은 명소들이 숨겨져 있다. 대만의 상징이자 타이베이의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는 ‘타이베이 101빌딩(101大廈)’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중 하나다. 세계 초고층 빌딩 역사에서 500m를 처음 돌파한 건물인데,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가 완공되기 전까지는 세계 최고층을 자랑했다. 빌딩 전망대에선 360도 어디에서나 타이베이 시내가 손에 잡힐 듯 보인다. 해마다 12월 31일 자정을 전후해 360초 동안 건물 외벽에서 폭죽 수만 발이 터지는 장관이 연출된다.

    다음에 이어지는 ‘볼거리·먹거리 가득한 대만’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피로를 씻어내는 뜨끈한 온천 여행지와 기암괴석으로 유명한 지질공원 ‘예류’부터 천등 소원 날리기 명소인 ‘스펀’, 옛 탄광 유적지 ‘진과스’,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해 더욱 널리 알려진 ‘지우펀’까지 옛 낭만과 추억을 찾아 타이베이 근교 소도시로 여행을 떠나보자.

    ※ 주간동아 1439호에서 ‘미식의 천국 대만’ 두 번째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재이 여행작가는…
    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지금은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로 이주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다양한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노마드 인생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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