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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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물린 삼성전자 주식 8만 원에 팔았더니 20만 원으로 급등, 속이 쓰려”

증시 활황에도 개미들은 손실… 비우량주 ‘물타기’ 재연, 일부는 점집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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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입력2026-03-17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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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투자자들은 수익 난 종목을 빨리 팔고 손실 난 주식은 오래 보유하는 ‘처분 효과’로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한다. GETTYIMAGES

    개인투자자들은 수익 난 종목을 빨리 팔고 손실 난 주식은 오래 보유하는 ‘처분 효과’로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한다. GETTYIMAGES

    1.4%. 서울 명문대를 졸업하고 경제 관련 단체에서 5년째 일하고 있는 직장인 A 씨(31)의 증권사 애플리케이션(앱)에 찍혀 있는 3월 16일 기준 주식투자 수익률이다. 아버지가 8만 원대에 산 삼성전자 주식 몇천만 원어치를 2021년 물려받으면서 투자를 시작한 A 씨는 16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 주가가 18만8600원에 이르는 상황에도 여전히 변변치 않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명문대생·증권맨도 손실 보는 주식투자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내 증시가 역대급 상승세를 기록하면서 많은 개인투자자가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 기준으로 이 증권사에 개설된 증권 계좌 303만1986개 가운데 손실을 본 계좌가 전체의 43.1%(130만7239개)에 이르렀다. 지난해 코스피가 연간 75.6% 상승해 세계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는데도 개인투자자의 절반 가까이는 되레 손실을 본 것이다. 

    국내외 주식 활황기였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마찬가지였다. 2020년 3월부터 10월까지 코스피는 1987.01에서 2267.15로 14.1% 상승했고, S&P500은 2954.22에서 3269.96으로 10.69% 올랐다. 그런데 이 시기 주식 계좌를 새로 개설한 신규 투자자의 60%가 손실을 봤다. 투자자산 1000만 원 이하 투자자의 합산 포트폴리오 수익률은 위탁매매 수수료와 증권거래세 등 거래비용까지 고려하면 -17.6%였다. 자본시장연구원이 국내 개인투자자 약 20만 명의 상장주식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다.

    왜 개미들 수익률은 높지 않을까. 대표적인 이유는 매도 시점을 잘못 잡아서다. A 씨는 삼성전자에 4년간 물려 있었다. 아버지가 8만 원대에 산 주식이 5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몇천만 원이 날아갔다. 묻어두기로 마음먹었지만 계속 주식 창을 들여다보게 됐다. “삼성전자는 끝물이다” “SK하이닉스에 밀린다”는 위기론이 들려오고 본전도 못 찾을까 불안해질 때마다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며 오르기를 기도했다. 지난해 10월 1일 구조대(주가가 자신의 매수 가격보다 더 올랐을 때를 가리키는 말)가 왔고 8만5000원에 탈출했다.

    그 주식이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현재 20만 원 내외에서 움직이고 있다. A 씨는 “지금까지 묻어뒀어야 했다”며 탄식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10만 원 직전에서 폭락한 것을 지켜본 학습 효과가 있어 이번에도 비슷한 패턴을 보일 거라 생각했고, 너무 오래 물려 있다 보니 빨리 처분하고 싶은 마음에 팔았다”며 “20만전자가 돼버려 속이 상한다”고 밝혔다.



    원금을 회복하자 바로 팔아버린 건 A 씨만이 아니다. 자본시장연구원 김민기 연구위원과 김준석 선임연구위원이 쓴 ‘국내 개인투자자의 행태적 편의와 거래행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개인투자자는 수익률이 0%일 때 주식을 가장 많이 매도했다(그래프 참조). 수익이 난 종목은 빨리 팔고 손실이 난 주식은 오래 보유하는 이러한 형태를 ‘처분 효과’라고 부른다.

    ‘물타기’는 삼전·하이닉스·현대차만 해야

    개미들이 돈을 잃는 또 다른 이유로 ‘물타기’가 있다. 물타기란 주가가 떨어졌을 때 추가로 매수해 평균 매입가를 낮추는 것을 뜻한다. 서울 소재 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증권사에서 6년째 일하고 있는 B 씨(30)는 “모든 자산은 장기적으로 상승한다”고 믿는다. 주식투자를 시작한 지 10년이 된 B 씨는 “오를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면 손실은 없다”며 “돈만 많으면 물타기가 최고”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도 손실을 봤다. “쓸 돈이 부족해 ‘오를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자꾸 팔아버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물타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 같은 우량 종목이나 인덱스펀드를 대상으로 기업의 내재가치를 분석한 뒤 주가가 결국 오를 것이라고 생각될 때 하는 것”이라며 “내재가치를 분석하지 않고 하는 물타기는 지옥”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 대표는 “실적을 전망하기가 어렵고 경영진과 대주주가 맨날 바뀌어 내재가치를 분석할 수 없는 기업이 많다”면서 “특히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종목은 물타기를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불안감이 높아진 일부 개미투자자는 점집을 찾기도 한다. 10년 경력의 무당 C 씨는 “2019년부터 주식 점을 보기 시작했는데, 의뢰인들이 한 번 물을 때마다 5만 원씩 내면서 ‘D 종목을 가지고 있는데 지금 팔고 E 종목으로 갈아탈까요?’라고 묻는다”며 “주식시장이 안 좋을 때 주식 점을 보려는 사람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는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할 수 있는 바람직한 주식투자법에 대해 “기업의 내재가치를 분석하지 않고 투자하는 사람들이 주가가 오르고 내릴 때마다 손절해야 하는지를 자꾸 묻고 두려워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애플처럼 3~5년 후 매출이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있고 주주 환원을 잘하는 우량 기업들을 내재가치 분석 후 투자한다면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도 손절매할지 고뇌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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