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5

2003.03.13

‘국민경제자문회의’ 경제 조타수?

새 정부 상임위 신설 상설체제 검토 … ‘정책 조정 최고의결기구’로 자리매김할 듯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입력2003-03-06 11: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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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경제자문회의’ 경제 조타수?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상임위원회 체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마련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와대 경제정책 라인과 내각 인선이 마무리됨에 따라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조정 기능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역대 정부마다 경제정책 조정 기능 미비로 인해 정책 추진상의 혼란을 겪은 데다 참여정부에서는 특히 개혁파 교수 출신 인사들과 정통 경제관료 출신의 대립 양상이 나타나고 있어 더더욱 정책 조정 기능에 경제전문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게다가 정책 조정 기능을 수행해왔던 경제수석이 없어지고 ‘교수 출신 정책실장’과 ‘관료 출신 경제부총리’ 체제로 청와대와 내각 경제라인이 짜여짐에 따라 경제팀 내부의 팀워크 구축도 과제로 떠오르게 됐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중량급 부총리가 ‘기수(期數)’로 경제팀을 리드하면서 청와대와 2인3각 체제를 갖추기도 어려워진 형편이다.

    일단 청와대 내의 경제 라인업은 교수 출신이 정책실장과 경제보좌관을 맡고 관료 출신이 정책실장의 지휘를 받는 정책수석을 맡는 것으로 교통정리됐다. 게다가 이정우 정책실장, 조윤제 경제보좌관, 권오규 정책수석은 각각 경기고와 서울대 선후배 사이로 막역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실장이 조보좌관과 권수석의 경제학과 3년 선배이고 조보좌관은 권수석의 경기고 1년 선배로 서울대 경제학과까지 함께 다녔다. 대학 졸업은 권수석이 1년 먼저 했다. 그러나 교수 시절부터 분배 문제를 중요시해온 이실장과 정통관료 출신인 권수석, 그리고 주류 경제학자 그룹이라고 할 수 있는 조보좌관이 재벌개혁, 노사관계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어떻게 조화를 이뤄갈지에 대해서는 우려가 없지 않다. 자칫 청와대에서부터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올 경우 경제정책 조정 기능은 첫 단계부터 꼬이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 정책실은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 소득분배 개선, 국토 균형발전 등 주요 국정과제를 태스크포스 중심으로 꾸려가기 때문에 경제보좌관과는 다른 역할을 부여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경제보좌관 역시 적극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대통령에 대한 ‘자문’과 ‘보좌’ 역할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가경제위원회가 모델

    오히려 관심을 모으는 것은 청와대의 ‘지휘’를 받지 않고 주요 경제 현안을 다뤄나갈 내각의 경제팀이 어떤 팀워크를 보여줄 것이냐 하는 문제. 특히 행시 13회인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행시 10회의 최종찬 건설교통부 장관, 12회인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 동기인 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 등 선배 및 동료 그룹들을 어떻게 장악해 나갈 것이냐가 관건이다. 물론 경제부처 간 이견이 발생할 때는 경제정책조정회의나 경제장관간담회 같은 정책 조율 협의체가 가동되고 있고 경제보좌관 제도를 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필요에 따라서는 대통령이 직접 경제정책 조정 과정에 개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청와대 차원에서 나올 수 있는 개혁과제들 외에 조흥은행 매각 문제나 부동산 규제 대책, 세제 개편 현안 등 실무적인 쟁점으로 들어가면 부처간 이견이 생길 수 있는 현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그동안 헌법상 조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형식적으로만 운영돼온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상임위원회 체제로 바뀌면서 실질적인 경제정책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 떠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점이다.

    ‘국민경제자문회의’ 경제 조타수?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인수위 시절(국민경제자문회의 상임위원회 설치 방안이) 검토된 바 있으며 다음주 정도면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이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경제부처의 다른 관계자는 “인수위 운영 당시 국민경제자문회의 상임위원회 신설을 골자로 하는 보고서가 작성돼 대통령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제부총리가 의장을 맡는 경제정책조정회의나 경제장관간담회가 대통령령이나 국무총리 훈령에 근거를 둔 기구인 데 비해 국민경제자문회의는 헌법 및 국민경제자문회의법에 따른 기구. 그러나 그동안 국민경제자문회의 운영은 형식적인 수준에 그쳐왔다. 위원이 20명이 넘는 구조상 심도 있는 논의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헌법상 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제 몫을 다하지 못하는 요인이었다.

    대통령 ‘경제 챙기기’ 보여줘야

    참여정부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 내에 경제부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상임위원회를 신설해 사실상 상설체제로 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 국민경제자문회의 사무처 관계자는 “과거 국회에서도 대통령에게 경제 자문을 할 수 있는 유일한 헌법상 기구인 자문회의의 확대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며 자문회의 개편 방침을 시사했다.

    새 정부가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상임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면서 경제정책의 최고의사결정기구화하는 구상을 밝힌 것은 사실상 미국의 국가경제위원회(NEC) 체제를 그대로 옮겨놓는 성격이 강하다. 미국의 NEC는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국무장관 재무장관 경제보좌관 등이 참여하는 경제정책의 최고의결기구. 클린턴 행정부 시절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이 장관 취임 직전까지 NEC 의장 겸 경제보좌관을 맡았으며 부시 행정부 들어서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출신의 로렌스 린지가 경제보좌관을 맡은 데 이어 지난해 말 골드만 삭스 출신의 스티븐 프리드먼이 경제보좌관에 임명돼 부시 대통령의 감세정책을 통한 경기부양 방침을 주도해가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경제자문회의가 미국식으로 바뀐다고 했을 때 자문회의 사무처장을 누가 맡을 것이냐 하는 대목이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오를 것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의 청와대 정책라인 중 우선 떠오르는 사람은 이정우 정책실장과 조윤제 경제보좌관 정도. 미국의 경우 경제보좌관이 국가경제위원회를 책임지고 있으며 대통령 부재시 회의를 주재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와는 좀 상황이 다른 편. 청와대 관계자도 “미국식 경제보좌관의 경우 산하에 부보좌관과 50~60명 규모의 사무국을 두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게다가 조윤제 경제보좌관이 노무현 대통령 주변의 경제학자들과는 경제적 소신이나 경력면에서 다소 다른 길을 걸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통령의 경제철학을 직접 반영할 수 있는 이정우 정책실장이 사무처장을 맡고 조보좌관은 대통령에 대한 경제자문과 대외 관련업무를 맡는 ‘경제 가정교사’ 역할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경제정책조정회의, 경제장관간담회, 대외경제장관회의 등으로 경제정책 협의·조정 기능이 분산돼 있는 마당에 또 하나의 협의기구가 옥상옥(屋上屋)으로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상임위원회 체제로 전환할 경우 한두 개의 경제정책 조정기구는 재편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최근 계속되고 있는 경기 둔화 및 무역수지 적자 움직임과 검찰의 재벌 옥죄기에 대한 일부의 불안감을 감안할 때 대통령이 직접 경제를 챙기고 있다는 확신을 국민들에게 심어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청와대가 느끼고 있는 듯하다. 새 정부 조각 작업에서 경제팀을 ‘안정’ 기조를 반영할 수 있는 정통관료들로 꾸리고 경제보좌관에 대통령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주류 경제학자를 중용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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