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
새 정부 출범 전 문수석은 부산 모 기업의 노조 관계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부산의 쭛쭛쭛쭛노동조합에 전화를 걸어 노조원들의 건강진단 병원을 쭛쭛병원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한 게 사실이냐”는 게 통화 요지. 새 정부 인사와 관련해 바쁜 나날을 보내던 문수석은 이 뜬금없이 걸려온 전화를 받고 확인작업에 나섰다. 결국 청와대를 사칭한 사기사건임을 확인하고 작은 사안이지만 관계기관에 구속을 요청했다. 새 정부 초기 권력 실세를 사칭하는 사건들이 범람할 것을 우려,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문희상 대통령비서실장은 아예 민원인들과의 접촉을 차단, 민원 청탁의 근거를 없애는 스타일이다. 이 때문에 문실장은 인수위 시절 서울시내 호텔을 전전했다. 승용차에는 갈아입을 속옷과 와이셔츠가 항상 준비돼 있다. 신계륜 당선자 비서실장도 비슷한 케이스. 밤늦게 집에 들어갔다가 아침 일찍 집을 나선다. 그러다가 민원인을 만나면 ‘패가망신’한다며 호통을 쳐 돌려 보낸다.
그럼에도 일부 민원인이나 기업들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기존 창구나 채널이 끊기자 새로운 방법을 모색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학연을 동원하는 것. 청와대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사석에서 “내가 사양한 돈 봉투가 10여개가 넘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학교 친구들이 만나자고 해서 가보면 꼭 처음 보는 사람을 한 명씩 데리고 나오는데 주로 대기업 관계자들인 경우가 많았다”는 것. 청와대 한 비서관은 최근 “학교 동창 중 기업을 하는 친구가 이렇게 많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고백했다. 학교 선후배들이 줄줄이 전화를 해 술자리 참석을 요청했다는 것. 그는 “도덕적 우월성을 최고 덕목으로 치는 참여정부의 성격상 ‘권력과 돈’이 공생하는 정경유착 문화는 더 이상 발을 붙이기 힘들 것”이라며 “달라진 이런 환경을 기업인들이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L그룹의 한 관계자는 “정권 초기에는 항상 ‘군기’가 세다”며 “시간이 지나면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보인다. 권력과 돈의 쫓고 쫓기는 활극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