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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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 이젠 선택 아닌 필수로…

경제성·편리성 이점 ‘신세대 취향에 딱’ … 항시 휴대하며 삶의 순간 ‘찰칵 찰칵’

  •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입력2003-03-06 15: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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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카, 이젠 선택 아닌 필수로…

    한 디카 사이트에 올려진 합성사진. 지붕 위에 올라앉은 장승업이 미끄러지고 엉뚱하게도 ‘광녀’의 얼굴이 등장한다. 디카족들이 좋아하는 ‘아햏햏한’ 사진이다. 디시인사이드

    지난 2월20일, 각 중앙 일간지에 일제히 한 장의 사진이 커다랗게 실렸다. 이틀 전 일어난 대구 지하철 참사 순간이 생생하게 담긴 사진이었다. 운명의 1080호 전동차 안, 시커먼 연기가 객차 안을 가득 채운 가운데 승객들은 불안에 찬 모습으로 서성거리고 있거나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가린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수많은 독자들을 전율하게, 그리고 눈물짓게 만든 이 사진은 사진기자나 전문가가 아닌 1080호 승객 류호정씨(30)가 촬영한 것이다. 컴퓨터학원 강사인 류씨는 언제나처럼 가방 속에 디지털카메라(이하 디카)를 넣은 채 출근하던 길이었다. 다행히 류씨는 사진을 찍은 후 전동차를 빠져 나왔다.

    생사가 위태로운 절체절명의 순간에 사진을 찍은 그의 행동은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디지털카메라 애호가인 소위 ‘디카족’들에게 이러한 일은 당연하다. 대학생 이건훈씨(23)는 “아마 그 자리에 있었다면 나 역시 당연히 디카를 꺼내 사진을 찍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에 가거나 친구를 만나러 나갈 때 항상 디카를 가지고 다녀요. 디카가 꼭 필요한 물건은 아니지만 다니면서 기록을 남기고 싶을 때나 친구들 만났을 때, 그리고 굉장히 우스운데 말로는 잘 설명하기 어려운 장면을 만났을 때 얼른 사진을 찍어요. 디카는 찍고 난 후 바로 내가 찍은 사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참 편리해요.”

    “친구들 대부분이 디카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는 이씨. 이씨와 같은 디카족은 이제 별로 유별난 경우가 아니다. 국내의 디카 산업은 급성장세를 계속하고 있다. 업계는 2002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45만대의 디카가 팔린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디카의 수는 200만대 정도.



    국내 판매량에서 필름카메라 추월할 듯

    디카, 이젠 선택 아닌 필수로…

    1080호 전동차 승객이었던 류호정씨가 디카로 찍은 대구 지하철 참사 당시 사진. 이처럼 디카는 시민언론의 역할도 한다.류호정

    지난해에 판매 금액에서 필름카메라를 앞지른 디카는 올해는 판매 대수면에서도 필름카메라를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 기관인 GfK마케팅서비스 코리아는 올해 디카의 국내 판매 대수를 80만대 이상으로 전망했다. 전자상가인 테크노마트 카메라 매장에서 올 들어 판매된 디카의 수는 전체 카메라 대수의 67∼70%를 차지한다고 한다. 필름카메라의 시대는 가고 디카의 시대가 열린 셈이다.

    디카의 인기는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확인된다. 인터넷의 디카 사이트는 400여개, 동호회의 수도 500여개다. 대표적인 디카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kr)’ 홈페이지의 경우 매일 방문하는 사람의 수가 35만명에 이른다.

    디카를 즐겨 사용하는 디카족들은 대부분 20, 30대의 대학생이나 직장인들이다. 디카족들은 앞서 말한 이씨의 경우처럼 항상 가방 속에 디카를 넣어 가지고 다니며 소소한 일상을 끊임없이 찍는다. 보통의 디카족이 한 달 동안 찍는 사진은 대략 1000장 선. 그러나 이들은 이 사진을 거의 현상하지 않는다. 대신 컴퓨터 파일에 보관하거나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다. ‘현상해봤자 짐만 된다’는 것이 디카족들의 설명이다. 앨범에 가지런히 정리해두던 과거의 사진과는 확연히 달라진 셈이다.

    디카, 이젠 선택 아닌 필수로…

    영화 ‘피아노 치는 대통령’ 포스터에 노무현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했다. 디카 사이트를 방문하면 이처럼 재치 있는 합성사진들을 만날 수 있다.디시인사이드

    디카족들은 단순히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동호회나 사이트를 통해 자신이 찍은 사진들을 자랑하기도 한다. 재미있는 사진, 좋은 사진에는 순식간에 200개가 넘는 ‘리플’이 달린다. 포토샵을 이용해 공들여 합성한 사진들 중에는 보는 사람이 배를 잡고 뒤로 넘어갈 만큼 우스운 사진들이 적지 않다.

    신기한 것이든 재미있는 것이든 위험한 것이든 우선 ‘찍고 보는’ 디카족들에게 디카는 필수품의 정도를 넘어서서 ‘제2의 눈’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렇게 디카 사진에 열광하는가.

    “컴퓨터·휴대폰처럼 급격하게 퍼질 것”

    젊은 세대가 디카에 매혹된 이유는 과거의 카메라에 비해 경제적으로 부담이 적은 데다 바로 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다수와 사진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과거의 필름카메라는 장롱 속에 잘 보관해두었다가 생일이나 졸업식, 백일 등 특별한 날에만 꺼낼 수 있는 귀중품이었습니다. 또 사진을 찍어도 인화, 현상 등의 단계를 거쳐야 했죠. 하지만 디카는 모든 과정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필름이 필요 없는 것은 물론이고요. 이 같은 편리성 때문에 디카 유저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는 것이죠.” ‘디시인사이드’ 김유식 대표의 설명이다. 김대표는 “디카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대구 지하철 참사에서처럼 시민언론의 역할을 하는 등 새로운 디카문화가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필름카메라에 비해 디카의 기능이 그만큼 편리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가족은 물론이고 동네 강아지, 영화포스터, 가게 간판, 노트나 책의 내용까지도 사정없이 찍어대는 디카족의 모습 속에는 삶의 모든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싶은 인간 본연의 욕구가 분명 숨어 있다. 사회심리학자인 최창호 박사는 “인간에게는 원래 글이나 사진, 그림 등으로 순간을 기록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고 설명한다.

    “삶은 흐르는 강물처럼 한번 가면 돌아오지 않습니다. 인간들은 흘러가는 삶의 순간 순간을 잡고 싶어하는 아쉬움과 유한한 인생에 대한 두려움을 항상 품고 있죠. 디카는 이러한 욕구를 보상해줄 수 있는 매체라고 봅니다.” 최박사는 “현재는 젊은 세대들이 주로 디카를 사용하고 있지만 디카는 컴퓨터나 휴대전화처럼 곧 세대를 막론하고 퍼져나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간은 시간을 잡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카메라를 발명했다. 그리고 이제는 디카와 컴퓨터, 인터넷의 보편화로 인해 ‘삶의 순간 잡기’는 한결 간편해졌다. 편리성과 본연의 욕구가 합쳐져 매년 100%의 급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디카 산업. 지금 우리는 진보된 기술이 새로운 문화를 탄생시키는 또 하나의 큰 변화 위에 서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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