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연출가 채윤일씨(58)는 올해 벽두부터 1년 동안 8편의 작품을 연이어 연출하는 ‘2003 채윤일 연출시리즈’를 시작했다. ‘두 달에 한 작품씩 한다 해도 6편밖에 못하는데 어떻게 그 많은 작품을 다 하려 하나’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1탄인 창작극 ‘이상의 날개’는 순조롭게 공연을 계속해 3월1일로 100회 공연을 맞았다.
“IMF 외환위기 이후에 연극 관객들은 모두 악극과 뮤지컬로 가버렸어요. 7만5000원짜리 악극 표는 팔리는데 3만원짜리 연극표는 안 팔립니다. 그러나 어쩌겠어요, 이것저것 불평하기 전에 연극인인 우리가 헤쳐 나가야지요.”
‘이상의 날개’ 공연과 동시에 3월12일부터는 두 번째 연출 작품인 그리스 고전극 ‘엘렉트라’가 시작된다. 그리스 신화의 인기 때문인지 엉뚱하게도 “그리스 신화를 연극으로 하는 거 아니냐”는 문의전화가 많이 온다고.
“2500년 전, 연극의 태동기를 보여주려고 일부러 ‘엘렉트라’를 선택했어요.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엘렉트라 콤플렉스’를 다룬 연극이죠.”
‘올 한 해 동안 죽어라고 연극을 하기 위해’ 전 재산인 아파트까지 저당 잡혔다는 채윤일씨.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과연 연극계의 ‘열혈청년’답다. 그의 열정으로 대학로는 다시 연극의 봄을 맞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