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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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의 봄’ 꿈꾸는 50대 열혈청년

  •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입력2003-03-05 1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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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의 봄’  꿈꾸는 50대 열혈청년
    “공연이 거듭되면서 관객들이 늘고 있는데 특히 주부 관객들이 많이 오십니다. 젊은 세대들은 ‘이상이 누구냐’고 묻는 반면에 중년 여성들은 연극 속에 등장하는 이상의 시(詩)만 들어도 ‘옛날 생각 난다’고 하세요. ‘여성연극’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에요. 이상 선생이 살아 계셨다면 야단맞았을지도 모르겠어요.”

    연극연출가 채윤일씨(58)는 올해 벽두부터 1년 동안 8편의 작품을 연이어 연출하는 ‘2003 채윤일 연출시리즈’를 시작했다. ‘두 달에 한 작품씩 한다 해도 6편밖에 못하는데 어떻게 그 많은 작품을 다 하려 하나’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1탄인 창작극 ‘이상의 날개’는 순조롭게 공연을 계속해 3월1일로 100회 공연을 맞았다.

    “IMF 외환위기 이후에 연극 관객들은 모두 악극과 뮤지컬로 가버렸어요. 7만5000원짜리 악극 표는 팔리는데 3만원짜리 연극표는 안 팔립니다. 그러나 어쩌겠어요, 이것저것 불평하기 전에 연극인인 우리가 헤쳐 나가야지요.”

    ‘이상의 날개’ 공연과 동시에 3월12일부터는 두 번째 연출 작품인 그리스 고전극 ‘엘렉트라’가 시작된다. 그리스 신화의 인기 때문인지 엉뚱하게도 “그리스 신화를 연극으로 하는 거 아니냐”는 문의전화가 많이 온다고.

    “2500년 전, 연극의 태동기를 보여주려고 일부러 ‘엘렉트라’를 선택했어요.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엘렉트라 콤플렉스’를 다룬 연극이죠.”



    ‘올 한 해 동안 죽어라고 연극을 하기 위해’ 전 재산인 아파트까지 저당 잡혔다는 채윤일씨.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과연 연극계의 ‘열혈청년’답다. 그의 열정으로 대학로는 다시 연극의 봄을 맞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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