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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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의존할수록 조직의 허리 약해진다

20대 직원 배울 기회 잃어… 성과 내는 40대는 과부하 시달려

  • 김지현 테크라이터

    입력2026-05-06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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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내 인공지능(AI) 도입으로 20대와 40대 간 차이가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기업 내 인공지능(AI) 도입으로 20대와 40대 간 차이가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기업들이 적은 비용으로 큰 성과를 내고자 인공지능(AI)을 도입하고 있다. 그런데 AI는 모든 구성원에게 똑같은 기회를 주지 않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가 같은 AI를 쓰고 있지만 AI가 만들어내는 효과는 사용자의 세대와 직급, 경험 차이에 따라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특히 20대와 40대 간 차이가 선명하다.

    20대에게 AI는 학습 도구다. 취업 준비 과정에서 자기소개서를 다듬고, 면접 예상 질문을 만들며, 업계 정보를 빠르게 찾는 데 AI를 쓴다. 입사 후에는 보고서 형식이나 이메일에 적합한 문체, 회의 준비 방식과 업무 절차를 익히는 데도 도움을 받는다. 과거에는 선배와 며칠씩 부딪히며 배워야 했던 것들이다. AI 덕분에 사회 경험이 부족한 사람도 일정 수준의 결과물을 빨리 만들 수 있게 됐고, 낯선 업무를 접했을 때도 두려움이 적다.

    세대 간 다른 AI 경험이 조직력 붕괴 원인

    하지만 이러한 장점이 역설적으로 20대에게 한계로 작용한다. AI가 대신 쓰고 정리하며 구조화하는 데 익숙해지면 사회 초년생이 스스로 헤매면서 배우는 과정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겉으로는 일을 하는 듯 보여도 실제로는 얕은 숙련 위에서 위태롭게 서 있는 상태에 처할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반면 40대에게 AI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 이미 오랜 시간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과 판단력, 사람과 조직을 다루는 감각, 문제를 우선순위대로 정리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AI를 만나면 AI 효과는 훨씬 크게 증폭된다. AI에게 같은 프롬프트를 넣어도 경험이 있는 사람이 더 나은 결과를 얻는 것이다. AI가 20대에게 ‘지식을 주는 존재’라면 40대에게는 ‘사람의 역량을 확대 재생산하는 기술’이다. AI 덕분에 경험 많은 40대 실무자는 더 많은 일을 더 적은 인력으로 빠르게 해낼 수 있다. 과거 한 팀이 며칠에 걸쳐 수행한 보고서 작성, 시장 분석, 고객 대응 같은 업무를 소수 인력이 하루 만에 끝내는 것이다.

    절약된 시간은 휴식이나 학습의 여유로 이어지지 않는다. 또 다른 업무를 처리하는 데 투입되기 때문이다. 기업은 당연히 같은 인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판단한다. 경력자에게 AI를 붙이면 곧바로 성과가 나오니 굳이 신입을 채용할 이유가 사라진다. 최근 2년 사이 많은 기업 현장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겉으로는 AI 도입을 통한 혁신이라는 이름을 쓰지만, 그 이면에서는 입문 단계 인력의 신규 진입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채용 축소 자체보다 성장 경로가 훼손된다는 점이다. 20대는 선배와 부대끼고 실수하면서 배우는 기회가 사라진다. 40대는 AI 덕분에 생산성은 높아지지만 후배를 육성할 시간과 인내를 잃는다. 팀장은 팀원을 키우기보다 AI를 활용해 팀 전체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압박에 놓인다. 이러한 조직은 당장 효율적인 것처럼 보여도 몇 년 뒤에는 중간층이 비어버리는 구조적 공백을 맞게 된다.

    이 흐름이 3~5년 지속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20대는 AI를 누구보다 익숙하게 다루지만 정작 깊이 있는 문제해결 경험은 부족한 세대가 될 수 있다. 40대는 AI를 통해 더 큰 성과를 내지만 그만큼 더 많은 책임과 과부하를 떠안는 세대가 될 것이다. 이 둘 사이의 연결이 끊기면 조직은 점점 취약해진다. 결국 세대 간 서로 다른 AI 경험은 조직 경쟁력의 붕괴를 예고하는 신호가 된다.

    조직원 직무·직급·세대별로 AI 사용 경험 파악해야

    AI에 따른 세대 간 유리를 어떻게 줄여야 할까. 현재 기업 현장에서는 갑작스레 너무 빨리 발전하는 수많은 종류의 생성형 AI와 에이전트 솔루션을 어떻게 업무에 잘 활용할지에 집중해 학습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경영진과 인사팀은 그다음을 준비하고 고민해야 한다. AI 때문에 더욱 벌어지는 세대 간극을 어떻게 메우고 모든 직원이 함께 성장할 구조를 만들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AI가 우리 업무 문화와 조직 체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AI가 직무별, 직급별, 세대별로 어떻게 도움을 주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한 뒤 이를 기반으로 협업과 의사결정, 회의, 학습 구조를 어떻게 바꿀지 설계해야 한다.

    AI 시대 기업 경쟁력은 AI를 얼마나 많이 도입했는지에 달려 있지 않다. AI를 활용해 단기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신입 직원에게 성장할 기회를 주는 회사, 중간 연차 직원에게 성과를 내면서도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회사, 조직 리더에게 후배 육성과 조직 미래를 설계할 여유가 있는 회사, 이러한 회사만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지금 기업이 고민해야 할 부분은 AI 활용 역량 재고뿐 아니라, AI로 끊어질 위기에 놓인 경험의 사다리와 세대 간 성장의 연결고리를 다시 잇는 것이다. 이를 준비하지 못한다면 AI는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가 아니라, 조직의 미래 인재를 고갈하는 가속 장치로 전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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