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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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원 넘나드는 원/달러 환율, 경제위기 징후는 아니다

달러 강세와 자본 유출 결합된 결과… 2분기 1400원대로 떨어질 것

  • 김유미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입력2026-04-13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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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뉴시스

    4월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뉴시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나들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원에 근접하거나 상회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경계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원화가치 변동성이 단기간에 확대되면서 금융시장 전반에 불확실성 또한 동반 상승하는 모습이다. 다만 현재 환율 상승을 과거와 같은 외화 유동성 위기나 국가 신용 리스크의 재현으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현 고환율은 글로벌 매크로 환경 변화와 한국 경제의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흑자로 유입된 달러, 해외로 재유출

    환율 상승의 1차 요인은 대외 변수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장기화되면서 국제유가(WTI)가 배럴당 100달러(약 15만 원) 내외까지 치솟았고, 이는 글로벌 위험회피 성향을 강화했다. 또한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를 자극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기조 장기화 가능성을 키웠으며, 이에 따라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달러화 가치)가 100 선을 상회하는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과 금융 불안이 동반되는 구간에서 나타나는 ‘달러화 쏠림’ 현상이 재차 확인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주요국 통화 대비 원화 약세 폭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이다. 2월 말 이후 달러가 약 3% 상승하는 동안 원화는 5% 이상 절하되며 엔화 및 대만달러 대비 약세가 두드러졌다. 이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 구조상 고유가가 경상수지와 물가에 미치는 충격이 더 크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다.

    국내 성장 전망 하향도 환율 상승 압력을 가중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월 발표한 수정 전망에서 한국의 2026년 경제성장률을 기존 대비 0.4%p 낮은 1.7%로 하향 조정했다. 선진국 대비 조정 폭이 크다는 사실은 한국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책 측면에서는 추경 편성 및 긴급재정명령 검토가 경기 대응 의지로 읽히는 동시에 재정 부담 확대에 따른 펀더멘털 약화 신호로 인식될 여지가 있다. 다만 이번 조정은 반도체 호조에 기대 선제적으로 상향됐던 기대치가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특정 산업에 집중된 성장 구조의 다변화 필요성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환율 결정 구조의 변화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 환율이 주로 경상수지에 의해 결정됐다면 최근에는 자산수익률에 따른 ‘자본 흐름’의 영향력이 압도적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 통합이 심화되고 자본 이동의 제약이 완화된 환경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는 특징이다. 실제로 2025년 한국 경상수지는 약 1230억 달러(약 185조7000억 원) 수준의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환율은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경상수지 흑자로 유입된 달러가 국내 외환시장에 잔류하지 않고 해외 투자로 재유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직접투자와 증권투자를 합한 자본유출 규모는 경상수지 흑자액과 유사한 1230억 달러 수준까지 확대됐다(그래프 참조). 특히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 내 주식 비중이 2015년 39.1%에서 2025년 81.5%까지 급증했으며, 낮은 환헤지 비율로 구조적인 달러 수요가 고착화됐다. 최근에는 연금 및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해외 투자 확대까지 더해지면서 자본 유출 흐름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환율은 무역수지보다 글로벌 자산수익률과 자본 배분 흐름에 더 크게 영향받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현 환율 상승을 외환위기 신호로 해석하는 시각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의 대외 건전성 지표는 과거 위기 국면과 뚜렷이 다르다. 경상수지는 대규모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국가 부도 위험에 대비해 투자자가 지급하는 보험료) 역시 상승했지만 과거 위기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안정적인 범위에 있다. 

    변화된 환경에 맞는 자산배분 전략 수립해야

    또한 한국은 순대외금융자산 흑자국으로, 외화 조달 능력이 과거보다 크게 개선된 상태다. 외환보유액 역시 충분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단기적인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따라서 현재 환율 상승은 외화 유동성 부족에 따른 위기라기보다 글로벌 자산배분 변화와 리스크 프리미엄 조정 과정에서 나타난 가격 조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즉 달러 강세와 자본 유출이라는 두 축이 결합된 결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향후 환율 흐름의 핵심 변수는 국제유가와 글로벌 통화정책 기대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수준으로 안정될 경우 시장의 관심은 인플레이션에서 성장 둔화로 이동하고, 연준의 긴축 기대 역시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달러 강세 압력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동시에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가 회복될 경우 원화 약세 압력도 점진적으로 완화될 여지가 있다.

    수급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요인이 존재한다. 3월부터 시행된 국내시장 복귀 계좌(RIA)와 4월부터 시작된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은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이어져 환율 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환율이 2008년 고점인 1570원을 상회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며, 2분기 중 1400원대로 점진적 하향 안정이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현재 원/달러 환율 상승은 단기적인 충격이라기보다 구조적 변화가 반영된 결과다. 경상수지 흑자에도 자본 유출이 확대되는 환경에서는 과거와 동일한 환율 안정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어렵다. 따라서 환율 1500원 수준을 위기 신호로 해석하기보다 자본 흐름 중심으로 재편된 환율 결정 구조를 반영하는 새로운 균형 수준의 일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책적으로는 변동성 관리에 집중하는 한편, 시장 참여자들은 변화된 환경에 맞는 자산배분 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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