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대공황 당시 사람들이 돈을 찾으려고 뉴욕 아메리칸 유니온 은행 앞으로 몰려들었다. 위키피디아
대공황기에 주식시장은 폭락과 폭등을 거듭했다. 1929년 대공황이 시작할 때에 비해 1932년 주가지수는 90% 하락했다(그래프 참조). 하지만 한 번에 수직 낙하한 게 아니다. 중간에 계속 커다란 반등이 있었고, 그사이 얼마든지 큰 수익을 올릴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1932년 저점을 지나 1936년까지 주가지수가 거의 4배나 올랐다. 그리고 1937년 또다시 대폭락이 시작된다. 이렇게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면서 많은 사람이 주식시장에 몰두했다. 주식 움직임을 잘 예측하면 돈 벌 기회가 많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로스도 계속 주식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일기에 적었다.
현금을 챙겨라, 그리고 행동하라
몇 년 동안 주식시장을 바라보고, 또한 주위 사람들이 대공황 시기에 망하거나 흥하는 모습을 계속 지켜본 로스는 공황에서 살아남고 오히려 큰돈을 벌 수 있는 원칙들이 무엇인지 관찰했다. 그 원칙들을 살펴보자.첫째, 공황은 굉장히 살아가기 어려운 시기이지만, 큰 이익을 올릴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공황 때는 주식이나 부동산이 굉장히 싼 가격에 팔린다. 이런 것들을 사놓으면 큰 이익을 올릴 수 있다.
여기엔 두 가지가 조건이 필요하다. 현금 같은 유동자산을 보유할 것, 그리고 행동할 용기가 있을 것. 대다수 사람은 현금이 없다. 현금이 있는 사람은 행동할 용기가 없다. 지금 사도 될지, 더 떨어지지 않을지 하는 두려움 때문에 막상 사지를 못한다. 그리고 투기꾼은 수익을 올리지 못한다. 투기꾼은 시기에 맞춰 계속해서 주식을 사고팔며 이익을 얻으려 한다. 단기적으로는 이익이 나기도 하지만, 예상치 못한 폭등과 폭락이 계속되는 공황기에는 언젠가 돈을 다 잃거나, 아니면 높은 가격대에 매수한 채 물리고 만다.
둘째, 현금은 항상 따로 떼어내서 유지해야 한다. 예측하지 못한 기회를 잡으려면 현금이 필요하다. 로스의 일기에는 “지금 투자할 돈이 조금만 있어도 큰 부자가 될 수 있을 텐데”라며 아쉬워하는 내용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
“현재 싼 가격으로 주식, 부동산을 사야 한다는 이야기로 넘친다. 상황은 좋아질 것이고, 큰 부를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아무도 더 이상 돈이 없다는 점이다(1931. 6. 30).” “좋은 주식들을 지금 굉장히 싼 가격에 살 수 있다. 기회가 여기 있다. 그런데 돈이 없다(1932. 12. 31).” “평소에 저축액을 만들어놓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다. 대공황 시기에 2500달러가 있고, 이걸 제대로 투자하기만 했다면 평생 재정적으로 문제없이 살 수 있었다(1936. 8. 26).”
대공황기에는 주식시장이 90% 폭락하면서 엄청나게 싼 주식이 많았다. 사람들은 이게 싸다는 걸 알았지만 살 돈이 없었다. 이때 주식을 살 돈이 있었던 사람은 크게 한몫 챙길 수 있었다. 유동자산이 있느냐 없느냐가 재정적으로 성공하느냐 아니냐를 결정했던 것이다.
셋째, 사업은 항상 다시 살아난다. 즉 완전히 망해서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대공황 때 많은 사업체가 망했고, 사람들은 그것들이 완전히 사라질 줄 알았다. 하지만 경기가 조금 좋아지자 사업체들이 다시 생기기 시작했다. 다시 경기가 추락하면서 사업체들은 불황을 맞았지만 조금 지나자 실적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좋은 기업이나 대기업은 망하지 않고, 실적이 나빠졌다가 다시 좋아졌다가를 반복한다. 지금 기업 실적이 나쁘다고 해서 이 기업이 망해 사라질 거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시간이 지나 경기가 좋아지면 다시 일어선다. 그래서 주식시장에는 항상 기회가 존재한다.

자료 | 매크로트렌드
일희일비하지 말고 기다려라
넷째, 투자 가치가 있는 회사는 해당 분야의 1등 기업뿐이다. 다른 기업들은 망해도 1등 기업은 잘 망하지 않는다. 또 1등 기업들은 불황기에 주가가 폭락하더라도 경기가 조금 살아나면 주가가 크게 오른다. 공황기에는 1등 기업 주식만을 투자 대상으로 해야 한다. 공황에서 조금 벗어나면 2~3등 기업도 괜찮다. 그렇다고 2류, 3류 기업에 투자해선 안 된다. 공황기에 이런 회사들은 언제 망할지 모르고, 설령 망하지 않더라도 실적이 언제 회복될지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다섯째, 작은 이익을 얻으려고 큰 모험을 해선 안 된다. 즉 신용 거래나 마진 거래 등 레버리지를 이용한 투자는 금지다. 공황 경제가 오랜 기간 이어지면서 많은 투자자가 모든 재산을 잃고 망해가기 시작했다. 특히 대출 받아 투자하거나 마진 거래를 한 사람은 모두 망했다. 1929년 주가 대폭락 이후 1930년대 내내 주식시장은 예측할 수 없는 폭등과 폭락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예측 못 하는 폭락이 발생할 때마다 레버리지 거래를 한 사람은 주식시장에서 탈락했다. 어떤 사람은 레버리지를 쓰지 않았고, 1936년 대폭등 시기에 큰돈을 벌었다. 더 큰돈을 벌려고 이때부터 레버리지를 쓰기 시작했고, 1937년 대폭락을 맞이하면서 모든 돈을 잃었다. 로스는 레버리지를 쓴 사람이 차례로 망해가는 모습을 계속 지켜본다. 그리고 결국 공황기에는 레버리지를 써서는 안 된다는 원칙, 작은 이익을 얻으려고 큰 모험을 해선 안 된다는 원칙을 정한다.
여섯째, 매일 매일 주식 움직임보다 좀 더 큰 경제적 움직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대공황이 시작된 1929년 대폭락 이후 주식시장은 10년 넘게 폭락과 폭등을 거듭한다. 이렇게 변동성이 커지다 보니 많은 사람이 주가 움직임을 예측하는 타이밍 거래를 했다. 주가가 떨어지면 사고, 오르면 팔아 큰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런데 몇 년 지난 뒤 보면 이렇게 주식을 사고팔고 한 사람 중에서는 큰돈을 번 이가 없다. 망하거나, 아니면 그냥 제자리걸음이다. 오히려 그냥 주식을 사서 가만히 들고 있기만 하면 큰 부자가 될 수 있다. 로스의 일기에는 이렇게 그냥 사놓고 기다렸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성공적인 투자자는 반드시 인내의 습관을 길러야 한다는 게 나의 결론이다(1933. 6. 6).” “1932년에 5000불을 투자한 사람은 지금은 10만 불을 보유하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주식을 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후 충분한 수익을 얻었다고 생각하고 다 미리 팔아버렸다(1936. 7. 16).” “주식시장에서 돈을 번 유일한 사람은 현금으로 주식을 사고(신용으로 사지 않고), 오래 들고 있었던 사람이다. 신용으로 사고파는 트레이더는 언젠가는 잃는 것으로 끝났다(1940. 12. 4).”
이처럼 작은 이익을 위해 주식을 사고팔고 한 사람 중에서는 큰돈을 번 이가 나오지 않았다. 큰돈을 번 사람은 오래 주식을 들고 있던 이들이었다. 로스는 단기적인 주가 움직임에 신경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을 얻는다.

벤저민 로스의 책 ‘대공황 일기’. 아마존
“시간은 지나도 인간 본성은 같다”
로스는 대공황기를 직접 경험하고 주식시장을 계속 관찰한 사람으로서 공황기에 큰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런데 이런 방법들은 그 당시만 유효했던 것일까. 로스의 1937년 1월 2일 일기는 이렇다. 당시는 1936년 말 새로운 공황이 닥친 이후였다.“사람들은 이번 공황은 다르다고 한다. 정부가 강력히 경제를 조정하려 하고 있으니 다를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투기를 좋아하는 인간 본성은 언제나 동일하다. 투기를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이 이어지는 한 미래에도 경제적 붐과 불황은 계속해서 오고갈 것이다.”
로스의 말대로 불황은 계속해서 온다. 언젠가 불황이 올 테니, 불황기 투자법을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