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쓰는 돈, 낭비 아니다

[돈의 심리] 사회적 지위 부각하려는 노력은 군집 생활 동물의 본능적 행동

  • 최성락 경영학 박사

    입력2026-02-01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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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여주기 위한 소비는 인간의 본능적 선택일 수 있다. GETTYIMAGES

    보여주기 위한 소비는 인간의 본능적 선택일 수 있다. GETTYIMAGES

    “돈 쓰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사회적 지위를 가늠하는 잣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돈을 쓰는 결정은 두 갈래로 나뉜다.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다른 눈으로 보게 하고, 당신을 좋아하게 하고, 당신을 부러워하게 하려고 돈을 쓰는가, 아니면 나 자신의 영혼을 채우고 행복해지기 위해 돈을 쓰는가.”

    모건 하우절의 책 ‘돈의 방정식’에 나오는 문장이다. 이 책은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다룬다. 하나는 순수하게 자신을 위해, 자신의 행복을 위해 쓰는 돈이다. 다른 하나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보여주기 위해 쓰는 돈이다.

    보여주기 위한 소비는 잘못일까

    대다수 사람은 자신을 위해 쓰는 돈을 ‘올바른 소비’로 여기고, 타인에게 보여주려고 쓰는 돈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소득 수준에 비해 과도한 명품, 비싼 외제차, 사치스러운 여행, 과한 꾸밈 등은 흔히 낭비로 비판받는다. 하우절 역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지출을 줄이고, 오직 자신의 필요에 따른 소비를 하라고 권한다.

    이런 인식은 하우절만의 주장이라기보다 소비에 관한 일반 통념에 가깝다.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돈을 쓰지 마라”는 말은 대부분 동의하는 방향이다. 실천은 쉽지 않지만 이상적인 소비 기준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는 마음에 돈을 쓰는 것이 정말 문제일까.



    이를 이해하는 데 진화론을 적용해볼 수 있다. 진화론에는 크게 두 가지 축이 있다. 하나는 자연선택이고, 다른 하나는 성(性)선택이다. 자연선택은 잘 알려진 이론으로, 생물은 주변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남는 방향으로 진화한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목적은 생존이다.

    그러나 자연선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상도 많다. 대표적 사례가 공작새다. 공작새의 화려한 깃털은 생존에 유리하지 않다. 크고 화려한 깃털은 천적에게 쉽게 노출돼 공격받을 가능성을 키운다. 개구리 역시 조용히 있는 편이 생존에 유리하지만, 실제로는 더 크게 울려고 경쟁한다. 이런 행동은 생존만을 목표로 하는 자연선택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이를 보완하는 이론이 성선택이다. 성선택론에서는 생물이 살아남기 위해서뿐 아니라, 짝을 선택하고 번식하기 위해서도 진화한다고 본다. 공작새의 화려한 깃털은 생존에는 불리하지만, 짝으로 선택받는 데는 유리하다. 개구리가 크게 우는 것도 마찬가지다. 생존과 번식은 항상 같은 방향을 가리키지 않는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서뿐 아니라, 선택받기 위해서도 자원을 쓴다. GETTYIMAGES

    인간은 생존을 위해서뿐 아니라, 선택받기 위해서도 자원을 쓴다. GETTYIMAGES

    성선택론이 작동하는 인간

    인간 역시 자연선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언어 능력이다. 말을 잘하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 대다수 동물은 정교한 언어 없이도 살아간다. 그럼에도 인간은 매우 복잡한 언어체계를 발달시켰다. 음악과 미술 등 예술도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다.

    자연선택론을 제시한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는 이런 인간의 특성이 자연선택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고 보고, 인간 탄생에 한해 창조론적 해석에 가까운 입장으로 선회했다. 반면 찰스 다윈은 성선택론을 통해 이를 설명하려 했다. 인간의 언어 능력과 예술적 표현은 생존이 아니라, 타인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선택받기 위한 수단이라는 해석이다.

    자연선택과 성선택 중 어떤 것이 더 강하게 작용할까. 많은 경우 성선택이 더 강하다. 생물은 자신의 생존에 불리하더라도 짝을 찾고 번식하고자 그 위험을 감수한다. 번식이 이뤄지지 않으면 종 자체가 이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진화론적 관점을 돈 쓰는 방식에 대입해보자. 자신의 삶을 더 편하고 만족스럽게 만들기 위해 돈을 쓰는 것은 자연선택적 관점의 소비다. 여기서는 다른 사람의 시선이 중요하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나에게 효용이 있는 것에 집중하면 된다. 절대적 기준이 작동한다.

    반면, 다른 사람보다 더 나아 보이기 위해 돈을 쓰는 것은 성선택적 관점의 소비다. 여기서는 상대적 기준이 중요하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선택해야 의미가 생긴다. 눈에 띄어야 하고, 차별화돼야 한다. 내가 아무리 좋은 옷을 입고 있어도 주변 사람이 모두 더 좋은 옷을 입고 있으면 효과는 줄어든다. 비교우위에 있어야 주목받는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기 위해 돈을 쓰는 행위도 반드시 비합리적인 소비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려는 노력은 인간만의 특성이 아니라, 군집 생활을 하는 많은 동물에게서 나타나는 본능적 행동일 것이다. 

    보여주기 위한 지출도 전략 중 하나

    인간에게 돈은 자원이다. 자신의 삶을 개선하는 데 쓰기도 하고, 지위를 높이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여기엔 자신의 지위뿐 아니라, 자녀의 지위를 높이려는 지출도 포함된다. 사람에겐 어느 한쪽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보여주기 위한 지출’을 무조건 낭비라고 비판할 필요가 없다. 그것 역시 개인의 선호와 전략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돈 사용 방식이다. 중요한 것은 맹목적 소비가 아니라, 어떤 목적을 위해 돈을 쓰고 있는지를 스스로 인식하는 일일 테다. 

    최성락 박사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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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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