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1월 22일 더불어민주당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에서 중복 상장 문제를 지적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의 1월 22일 발언이 알려지자 LS그룹은 나흘 만에 에식스솔루션즈 기업공개(IPO) 추진을 중단하기로 했다. 2022년 LG에너지솔루션 상장 논란 이후 중복 상장이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다시 한 번 수면으로 떠올랐다.
LS 소액주주 “성장성 보고 LS 주식 사”
이 대통령은 1월 22일 더불어민주당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에서 ‘L자 들어간 주식은 안 사’ 제목의 언론 보도를 인용하며 “아직도 이런 사례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여기서 언급된 기업은 LS그룹으로, ㈜LS의 증손회사인 에식스솔루션즈의 중복 상장을 겨냥한 말이다. LS는 한국거래소 예비심사를 청구한 에식스솔루션즈 상장 신청을 26일 철회하면서 “소액주주·투자자 등 상장 추진을 우려하는 내외부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경청한 뒤 주주 보호와 신뢰 제고를 위해 상장 신청 철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에식스솔루션즈는 LS가 2008년 인수한 미국 전선업체 슈페리어에식스의 전기차 모터·변압기용 특수 권선(捲線: 전선을 코일처럼 감아놓은 것) 분야를 떼어내 만든 회사다. 테슬라·도요타 등 글로벌 공급업체를 가진 해당 분야 선두 기업이다. LS는 미국 기업 인수 후 지배구조 개편을 거쳐 LS(지주)-LS I&D(자)-슈페리어에식스(손자)-에식스솔루션즈(증손) 체제를 갖췄다. LS는 5000억 원 규모의 설비투자금 확보를 명분으로 상장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LS 소액주주들은 “에식스솔루션즈의 성장성을 보고 LS 주식을 샀는데, 핵심 사업을 따로 상장시키는 것은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구자은 LS 회장이 지난해 3월 “중복 상장이 문제라면 주식을 사지 않으면 된다”고 말해 또 한 번 논란에 불을 지폈다. LS는 ‘모회사 주주 우선 배정’ 등 보완책을 제시했지만 중복 상장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고, 이 대통령의 언급이 상장 철회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6월에도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내가 분명히 암소를 샀는데 송아지를 낳으면 송아지 주인이 남이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내 증시에서 중복 상장 논란이 본격화된 계기는 2022년 LG에너지솔루션 상장 때다. 당시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물적분할 상장해 기존 주주들이 큰 손실을 봤다. 수익성이 높은 자회사가 떨어져 나가면 모회사 주가가 하락해 주주들이 피해를 입는다.
이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이기도 하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증시 시가총액에서 중복 상장 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18%에 달한다. 일본(4%), 미국(0.05%)은 물론 대만(2.7%), 중국(2.4%)보다 높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1월 27일 논평을 통해 ‘자본시장 개혁 완수를 위해 이재명 정부에게 바라는 10대 과제’ 중 하나로 자회사 상장의 원칙적 금지를 꼽으면서 “(그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원칙적 금지는 자본시장에 도움”
LS의 상장 철회 결정으로 중복 상장을 계획 중인 다른 기업들도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HD현대 자회사인 HD현대로보틱스(지분 81.8%)와 SK가 보유한 SK에코플랜트(63.2%)가 대표적이다(표 참조). 소액주주 권리 침해 지적에도 이들 기업이 중복 상장을 하려는 데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고금리와 경기 불황으로 회사채 발행 등 외부 차입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상장이 대안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또 중복 상장은 신사업 확장을 위한 핵심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해왔다. HD현대로보틱스는 피지컬 AI(인공지능) 시대를 위한 선제적 투자 재원 확보 차원에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업계에서는 중복 상장을 전면 금지하면 해외 상장을 검토하는 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증권업계 한 전문가는 “중복 상장의 원칙적 금지는 자본시장 정상화에 긍정적”이라면서도 “성장 산업 등 설비투자가 많이 필요한 기업에는 예외 규정을 적용하는 등 사안별로 자금 조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거래소는 올해 1분기 상장규정 시행세칙 개정을 목표로 ‘중복 상장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섰다. 중복 상장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면서 정확한 규정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예외적으로 자회사 상장이 불가피한 경우 모회사 주주 이익이 침해받지 않도록 법제도가 뒷받침되고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작동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LS그룹 중복 상장은 미국 기업을 사오는 데 기여한 주주들에게도, 이후 권선 분야 성과를 기대하며 투자한 주주들에게도 피해를 끼치는 결정이었다”며 “상장 철회는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중복 상장은 원칙적으로 금지돼야 하고, 대규모 투자가 꼭 필요한 사업이더라도 지분 일부를 함께 상장해 모회사의 지배력을 유지하거나, 인적분할 후 상장하는 스핀오프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안녕하세요. 문영훈 기자입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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