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딥시크’ 줄줄이 등장… 미국 위협하는 중국 AI

알리바바, 가성비 뛰어난 AI 개발… 마누스, 오픈AI 딥리서치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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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5-03-16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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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베이징에 있는 알리바바 제2 사옥. [뉴시스]

    중국 베이징에 있는 알리바바 제2 사옥. [뉴시스]

    “인공지능(AI)은 성장 잠재력이 상당한 분야다. 그중에서도 중국이 딥시크, 알리바바 등 AI 기업들을 통해 가장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 알리바바 자회사 알리바바닷컴의 장쿼 총괄대표가 3월 10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중국의 AI 주도권 확보를 자신하며 한 말이다. 최근 중국 AI 기업들은 딥시크 ‘R1’ 모델을 필두로 저비용-고성능의 추론 AI 시장에서 발 빠르게 치고 나가는 모습이다. ‘제2 딥시크’가 연달아 출현하고, 중국 정부와 기업이 막대한 규모의 AI 투자를 예고해 ‘AI 종주국’ 미국을 긴장케 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제2 딥시크 수식을 두고 AI 개발 경쟁이 한창이다. 중국판 빅테크 알리바바의 AI 챗봇 ‘QwQ-32B’와 AI 스타트업 모니카가 선보인 AI 에이전트 ‘마누스’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R1 공개 두 달여 만에 새롭게 등장해 서로 제2 딥시크를 자처하고 있다.

    딥시크 R1 등장 두 달 만에…

    알리바바 측은 QwQ-32B 모델의 매개변수

    (320억 개)가 R1(6710억 개) 대비 5% 수준이지만 성능은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RI보다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것이다. 통상 AI 모델은 매개변수가 클수록 높은 성능을 낸다. 다만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이때 증류, 압축 등 경량화 기술을 사용해 매개변수를 줄이면서도 답변 수준은 유지하는 게 최근 중국 AI 기업들의 강점이다. 마누스는 이 같은 추론 능력을 에이전트에 적용한 사례다. 기존 AI 에이전트가 여전히 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단순 요청을 수행하는 데 머물러 있다면, 마누스는 경량 AI 모델을 기반으로 스스로 복잡한 추론 단계를 거친다. 이에 금융 분석, 보고서 작성 등 심층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 마누스는 AI 에이전트 성능 평가 기준인 ‘GAIA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오픈AI의 AI 에이전트 모델 ‘딥리서치’보다 높은 성적을 냈다.

    중국은 이 기세를 몰아 ‘AI 최강국’으로 올라서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 양회에서 1조 위안(약 200조6400억 원) 규모의 ‘국가창업투자유도펀드’를 조성해 AI, 양자기술 등 첨단 분야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리바바는 앞으로 3년 동안 클라우드 등 AI 인프라에 3800억 위안(약 76조25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지난 10년간 알리바바의 AI 투자 총액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중국과 미국 증시에도 이 같은 지각변동이 반영되고 있다. 중국판 나스닥100인 항셍테크지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에도 딥시크 R1 공개 이후 우상향했다(그래프 참조). 반면 나스닥100은 최근 급격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 주가가 연초 140달러대에서 110달러 밑으로 곤두박질쳤다(현지 시간 3월 11일 종가 기준 108.76달러). R1 등장으로 엔비디아향 고성능 AI 칩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는 탓이다. 국내 해외주식 투자자도 중화권(중국+홍콩) 증시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올해 1월 26억3680만 달러(약 3조8000억 원)를 기록한 중화권 주식 보관금액은 2월 30억4302만 달러(약 4조4000억 원), 3월(1~11일) 32억4351만 달러(약 4조7000억 원)로 증가했다.

    “중국 AI 엔지니어링 수준급”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중국이 AI 분야에서 미국을 빠르게 따라잡을 가능성이 크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국에는 딥시크 같은 AI 스타트업이 1000여 개 있다. 이들 기업이 모두 개발에 몰두하고 있어 향후 추론 등 분야에서 폭발적 성장을 기록할 것 같다. 아직까지 자체 AI 모델 비율이 낮고, 트럼프가 말하는 ‘민감국가’에 지정될 수 있는 등 한계는 존재한다. 그러나 이는 중국이 자체 신경망처리장치(NPU) 개발에 어느 정도 성공하면 해소될 문제다. 그보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중국 기업들이 AI 모델 경량화, 이기종 간 결합 등 분야에서 굉장히 많은 창의적인 시도를 하면서 엔비디아 측에 역으로 ‘너희 칩이 어떻게 해야 더 잘 작동하는지’를 알려줄 정도가 됐다는 점이다. 이를 서비스화해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지만, AI 엔지니어링 실력만 놓고 봤을 때는 중국이 앞으로 무서운 진전을 보일 가능성이 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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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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