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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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시대 종말? 고금리 환경에 맞춘 부채 관리 필요하다”

자본시장연구원 강현주·정화영 박사 “고금리에도 견조한 미국 경제가 상황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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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3-10-17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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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기준금리가 고금리를 장기간 유지하는 상황이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가 조만간 내릴 것이라고 기대하던 시장 분위기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식고 있기 때문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9월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했지만 당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적절하다고 판단 시 금리를 추가로 올릴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금융시장이 주목한 것은 연준 내 기준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도표(점도표)다. 연준 위원 19명 가운데 12명이 연내 한 차례 추가 금리인상을 예상했고, 경제전망요약(SEP)에서는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6월 1.1%에서 1.5%로, 내년 말 금리 전망치를 4.6%에서 5.1%로 올렸다. 연준이 고금리를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최근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6년 만에 최고점까지 오르는 등 자산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강현주·정화영 박사(왼쪽부터). [조영철 기자]

    자본시장연구원 강현주·정화영 박사(왼쪽부터). [조영철 기자]

    저금리 환경 회귀 어렵다

    국내에서도 과거 같은 저금리 환경이 돌아오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9월 말 자본시장연구원이 개최한 ‘금리 기조의 구조적 전환 가능성과 민간 부채’ 콘퍼런스에서 강현주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경제가 향후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주요 선진국 국가부채가 확대되고 세계화가 후퇴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글로벌 금리는 과거 같은 저금리 수준으로 복귀하기 어려우며, 한국도 가파른 인구 고령화 등으로 실질 중립금리가 낮은 수준에서 횡보하는 가운데 노동가능인구 부족 등으로 추세 물가가 상승해 금리를 큰 폭으로 내리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화영 연구위원 또한 고금리 고착화에 따른 가계부실 위험을 지적하면서 “중장기적 시계에서 가계부채의 점진적인 디레버리징(차입 축소·상환)을 도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997년 설립된 자본시장연구원은 국내 유일 자본시장 싱크탱크다. 강현주 선임연구위원은 거시경제 및 통화정책, 정화영 연구위원은 거시경제 및 거시건정성, 채권시장 등을 연구하고 있다. 10월 11일 거시경제 전문가인 두 사람을 만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과 그에 따른 부채 관리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9월 FOMC 정례회의 전까지만 해도 금융시장에서는 연내 금리인하 전망이 우세했다. 9월 회의가 어떤 시그널을 준 것인가.

    강현주 “엄밀히 말하면 9월 회의가 큰 이슈라기보다 그 앞 단계에서 사전 정지 작업 같은 것들이 있었다. 먼저 금리인하 전망은 금리가 내려가기를 바라는 시장의 탐욕이었을 뿐, 미국 통화정책 경로는 계속 불확실성을 갖고 있었다. 당장 9월 시점에서 내년 경제 전망치를 보면 0%에서 2%까지 다양하다. 미국 잠재성장률이 2%임을 감안하면 2%를 전망하는 것은 미국이 경기침체 없이 양호한 상태로 간다는 의미고, 0% 성장 전망은 고금리 등 이유로 부진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9월 들어서면서부터 금리가 높은 상황임에도 각종 경제지표에서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경기침체 우려가 약화되면서 금리가 당장 내려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힘을 얻었다. 여기에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을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를 밝혀 두 가지가 맞물리자 고금리가 장기화된다는 점을 시장이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실물경제와 통화정책 연결고리 약해져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이 경기침체를 불러올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조한 이유는 무엇인가.

    강현주 “현재 그것에 대한 다양한 설명이 나오고 있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미국 경제와 정책금리 간 연결고리가 과거와 달리 굉장히 약화됐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정책금리를 올리면 가계는 소비를, 기업은 투자를 줄이는 등 통화정책이 의도한 대로 움직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 고리가 약화됐다는 것이 여러 상황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 실물경제와 통화정책 경로를 믿는 사람은 금리가 많이 상승했으니 어쨌든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했지만 번번이 틀렸다.”

    정화영 “고금리가 지속되면 가계는 부채 부담 탓에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데 미국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한국과 달리 고정금리다. 이 주담대도 2020~2021년 30년 만기에 금리 3~4%일 때 받은 이들은 아무리 금리가 올라도 이자비용이 부담되지 않기 때문에 가계 소비가 줄지 않고 있다. 이런 것도 미국 경제가 위축되지 않는 요인이 될 것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중립금리가 과거보다 높아진 것 같다”는 얘기가 자주 나온다. 중립금리는 무엇이고,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강현주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거나 억제하지 않는 균형금리’를 말한다. 예를 들어 한 나라가 대내외적 충격이 없을 때 평균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경제 기초 요건에 해당하는 어떤 생산 수준을 잠재 국내총생산(GDP)이라고 하는데, 거기에 대응되는 개념으로 경기를 크게 위축하지도 부양하지도 않는, 경제 기초 요건에 부합하는 수준의 금리를 균형금리라고 한다. 미국 중립금리는 오랫동안 잠재 경제성장률 2%에 맞춰졌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 기초체력이 떨어진 것이 확실해지면서 금리를 좀 낮게 유지하는 통화정책을 운영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 경기가 굉장히 좋다 보니 반대로 중립금리가 올라간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생겨난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일부 모형에서만 올라간 측면이 확인되고 있기에 정확히 올라간 것인지 여부는 불확실하며, 그래서 더 궁금해지는 상황이다.”

    최근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간 무력분쟁도 미국 기준금리 인상 혹은 인하에 영향을 미칠까.

    정화영 “아직까지는 분쟁 초기라 단정하기 어렵지만, 두 나라가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의 공급망에 연결돼 있지 않기 때문에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어떻게 보면 두 나라의 싸움이 중동 지역 불안으로 전이돼 유가 등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지만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나눈 대화를 종합하면 ‘고금리가 뉴노멀이 될 수 있고 저금리로 회귀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고금리 시대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정화영 “한국의 경우 2012년부터 금리가 계속 낮아진 결과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자산 가격이 많이 올랐다. 금리가 낮으니 큰돈을 빌려 부동산에 투자해도 부동산 가격이 빠른 속도로 올라 이자비용을 상쇄해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이런 풍경에 많은 이가 익숙해졌다. 물론 지금은 불확실성 시대이고 미국에서 정말 큰 사건이 터져 금리가 인하될 수도 있겠지만, 현 상황으로만 판단하면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은 굉장히 크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은 오를 것, 금리는 빠르게 내려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강현주 “지금 젊은 세대가 고금리라는 상황에 익숙지 않은 것 자체가 굉장히 큰 리스크 같다. 물론 전부는 아니겠지만 머릿속으로 상충된 시나리오를 그리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금리가 상당 기간 높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그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 집값도 과거처럼 계속 오르리라 판단한다는 뜻이다. 고금리가 지속되면 이자비용을 부담하지 못하는 이들로 인해 집값이 내려갈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韓, 고금리와 함께 소득 감소에도 대비해야

    고금리 장기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가계부채가 높다 보니 2008년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떠오른다는 이들도 있다.

    정화영 “가계부채 상당 부분이 부동산에 투자되고 고금리 상황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측면은 있으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비교하는 것은 과장이라고 본다. 미국은 신용등급이 낮은 이들에게 대출을 해줬지만 한국은 신용등급 등을 보고 판단해 대출을 해줬기 때문이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은 가계부채와 주택 가격이 거의 연동되기 때문에 디레버리징이 힘든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은 GDP 대비 가계부채가 105%로 전 세계 3위였는데 앞선 스위스, 캐나다와 달리 금융자산 비중이 적고 부동산 투자에 집중돼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따라서 대외적 충격이 발생해 경제가 영향을 받으면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기는 가계들이 나오고, 그럼 주담대 상환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한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것도 문제인데, 그 역시 가계소득이 줄어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실물경제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있고, 변동금리는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조정되다 보니 올해 2분기에 영향이 가장 컸던 것으로 파악되는데 그 영향이 한국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인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11월 열릴 FOMC 정례회의에서 또 한 차례 금리가 인상될까.

    강현주 “인상 여지가 조금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이 이렇게까지 금리를 많이 올린 이유는 앞서 설명한 대로 실물경제와 정책금리 간 연결고리가 약화됐기 때문인데, 그동안 정책금리를 아무리 올려도 별로 오르지 않던 미국 장기 채권금리가 최근 많이 상승해 연준 입장에서는 긴축을 한 것과 똑같은 상황이 됐다. 따라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지만 더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으로 시장에 대응할 필요성은 줄어드는 게 아닐까 싶다.”

    세계경제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한국은 올해 미국보다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앞으로 맞이하게 될 경제 상황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강현주 “한국은 세계화의 후퇴, 고령인구 증가, 인구 감소 등으로 경제성장률이 정점을 찍은 이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 없이 꾸준히 내려가고 있다. 1990년대 경제는 역동성이 있어 망해도 다시 회복될 수 있었지만 현 상황에서는 그럴 기회를 갖기 어렵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정화영 “적절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은 다 알지만 최근 수년간 소득은 오르고 금리는 낮은 상황이 계속되면서 그런 부분이 약화됐다. 앞으로 작은 충격에도 쓰러지지 않으려면 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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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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