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대외 악재 출현에도 상승하는 수수께끼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0월 7일(현지 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분쟁이 벌어졌으나 미국 증시는 도리어 반등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 11월 연방정부 셧다운 가능성 등 기존 악재에 ‘큰 놈’이 하나 더 얹혔는데도 증시가 상승 전환한 것이다.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알 수 없는 증시 흐름에 서학개미는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장우석 유에스스탁 부사장은 10월 11일 “하나의 악재가 다른 악재를 덮는 복잡한 증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3분기 기업들이 호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되기에 이들이 하나 둘 실적을 공개하면 증시 분위기가 한층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그는 “이럴 때일수록 실적 외 요인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며 “이스라엘-하마스 무력분쟁이 일어났다고 방산주를 담는 등 단기 테마성 투자에 나서는 것은 금물”이라고 당부했다.
장우석 유에스스탁 부사장. [지호영 기자]
전쟁으로 연준 금리인상 어려워져
중동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미국 증시는 오르고 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그동안 미국 증시는 분쟁, 전쟁, 테러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6·25전쟁, 중동전쟁 등 대부분의 경우에 길어야 한 달 정도 조정을 받고 다시 올랐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높은 상황에 국제 정세까지 불안해져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월요일(10월 9일)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은 금리인상이 끝났다는 시그널을 줬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도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이에 이슈가 이스라엘-하마스 무력분쟁에서 금리인상 종료로 넘어갔고, 증시가 안도의 한숨을 쉰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하마스 무력분쟁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장기화하면 증시에 충격을 주지 않을까.
“미국이 적극 개입하지 않고 있어서 아마도 잠깐의 분쟁으로 끝날 것 같다. 중동 경기가 상당히 어려워 오랫동안 전쟁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또 행여 장기화하더라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처럼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지는 않을 듯하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 곡물 창고이자 에너지 저장고지만 중동은 그렇지 않다. 곡물이나 에너지를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그 영향이 크게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전쟁보다 연준의 금리정책이 더 중요하다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어떻게 전망하나.
“8월(3.7%)보다 살짝 떨어진 3.6%가 될 것 같다. 다만 연준 목표인 2%대와는 아직 거리가 있으니 이것을 금리인하 가능성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고금리를 계속 유지할 테지만 금리를 더 올리지는 못하는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고금리 장기화? 경제 뒷받침된다는 뜻
고금리로 달러 강세가 지속된다면 미국 주식투자 매력도 자체가 낮지 않나.“고금리를 유지한다는 건 그만큼 경제가 뒷받침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부분 국가에서 기업의 주당순이익(EPS)이 하락하는 반면, 미국은 혼자 오르고 있다. 사실상 미국 이외에 투자할 만한 나라가 없다는 의미다. 고금리를 버티면서 실적을 내는 기업들이 있다는 것, 이 부분을 높이 평가해야 하지 않나 싶다.”
기업들이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 증시가 확실히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전망하던데.
“당장 어제 펩시코만 봐도 그렇다. 비만치료제 열풍에 가장 피해를 볼 종목으로 예상되던 펩시코인데, 실상은 아니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어닝서프라이즈였다. 펩시코처럼 주요 기업 대부분이 3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인력 감원에 나섰던 기업들이 비용 절감 효과를 보고 인공지능(AI) 관련주, 즉 빅7(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엔비디아·메타플랫폼스·테슬라)의 실적이 잘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의 20%를 차지하는 빅테크 실적이 좋으면 전체 실적이 괜찮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3분기 실적 발표가 있은 후 증시 분위기가 한 차례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투자전략은 무엇인가.
“투자전략을 짜기가 굉장히 어렵다(웃음). 일단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안 파는 것이다. 어제 미국 CNBC에 그런 기사가 나왔다. 데이터상 올해 증시 퍼포먼스가 가장 좋았던 열흘이 있는데, 그때 시장을 나간 사람은 수익을 못 낸다는 게 골자다. 그러면서 오늘이 그 열흘 중 하루에 추가될 것 같다는 무서운 얘기를 했다. 전쟁을 뚫고 장이 올랐다는 건 사실 상당히 좋은 퍼포먼스이긴 하다. 그러니 팔지 않는 게 지금으로서는 제일 중요할 것 같다.
두 번째는 배당주로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다. 재미없어 보일 수 있지만 배당주 수익률이 꽤 괜찮다. 그런데도 서학개미 대부분이 빅7 혹은 루시드, 리비안 같은 꿈과 희망의 소형주에 가 있다. 투자의 기본이 분산이기에 빅7에 전부 베팅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 또 소형주는 고금리가 지속되면 버티기 힘드니 권하지 않는다.”
대형주 가운데 분산투자할 만한 곳을 어떻게 찾아야 하나.
“3분기 S&P500의 섹터별 영업이익 성장률이 대부분 두 자릿수였다(표 참조).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는 섹터에서 배당을 많이 주는 종목을 고르면 된다. 배당을 잘 주는 기업이 실적이 좋기도 하다. S&P500 평균 배당률이 1.5%니 그것보다 살짝 높은 종목을 담는 게 어떨까 한다.”
연말 랠리 가능하지만… 4600 선
지금이라도 빅테크에 올라타고 싶은 사람이 있을 텐데, 그나마 저평가된 종목을 추천한다면.“사실 빅7은 이제 저평가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 기업들이다. 다만 미국 펀드평가업체 모닝스타가 기업 평가를 박하게 주기 때문에 이들의 분석이 참고가 될 것 같다. 현재 빅7 중에서는 알파벳, 메타가 언더 밸류이고 고평가된 종목은 엔비디아와 애플이다. 의외로 테슬라는 적정 주가다. 굳이 저평가된 종목을 찾는다면 알파벳과 메타 정도를 들 수 있겠다.”
비만치료제 열풍은 이제 고점을 찍었다고 보면 되나.
“미국 증시의 한 축은 AI 열풍, 나머지 한 축은 비만치료제라고 할 정도로 굉장히 붐인 상황이다. 그러니 위고비, 일라이 릴리 같은 기업들이 3분기는 물론, 앞으로도 높은 실적을 올릴 것이다. 지금이 정점이 아닐까 너무 빠르게 결론 내릴 필요가 없다. 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잠깐 쉬어갈 수 있지만 실적은 쉬지 않을 것 같고, 개인적으로는 향후 2년 동안 가져가도 괜찮은 주식이라고 본다.”
이스라엘-하마스 무력분쟁으로 방산주도 떠오르고 있다. 투자 가치가 있는 건가.
“단기로 끝날 것이다. 증시도 한 달이면 조정이 끝나는데 방산주는 더 빨리 식지 않겠나. 미국 증시 전체 시가총액이 약 6경 원인데, 이런 시장에서 단기 테마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위험하다. 또 최근에는 방산주의 실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앞서 항공기 엔진 결함이 대규모로 발생하는 등 악재가 터졌기 때문이다. 전쟁이라는 특수한 사건이 아니면 딱히 못 가는 업종으로 분류되는 게 사실이다. 가볍게 넘기면 좋을 듯하다. 참고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을 때도 방산주 주가가 엄청나게 올랐다가 한 달 만에 다 제자리로 돌아왔다.”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연말 랠리에 물음표가 찍히고 있다. 지난 인터뷰 때 연말 S&P500 지수가 4800까지 갈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여전히 유효한가.
“기업들 실적이 좋긴 하지만 어쨌든 악재가 여럿 있어서 4800은 좀 어려울 것 같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아주 강경한 매파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증시가 신나게 달리기 힘든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4600 정도를 예상한다. 다만 눈높이 차이일 뿐, 하반기에 기업 실적과 증시가 지금보다 더 좋아진다는 것 자체는 자신한다.”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LG엔솔, 일론 머스크 ‘화성 탐사선’ 배터리 납품 소식에 주가 급등세
203조 원 빚더미 빠진 한국전력, 재무구조 개선 첩첩산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