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집값 추이는 잠재 수요자가 매입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는 ‘딜레마 존’에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를 통해 시장 상황을 살펴보자. 최근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전국 아파트 가격은 4.41% 올랐다. 하지만 집값이 피크를 기록한 2021년 10월과 비교하면 14.99% 하락한 상태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올해 들어 11.17% 올랐으나 최고점인 2021년 10월에 비해 16.35%나 떨어진 상태다.
이 같은 분석의 배경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앞서 언급한 부동산 통계를 다시 들여다보자.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가 7개월째 상승하고 있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가장 최근 조사된 7월 가격은 1.11% 상승해 전달(1.87%)보다 상승폭이 줄었다. 올해 집값이 첫 상승세를 보인 1월(1.10%)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상승폭이다. 잠정 집계된 8월 아파트 실거래가 상승률은 0.64%로 올해 들어 가장 낮다. 서울 도심권(중구·종로구·용산구) 아파트 가격은 1.76% 하락했고, 서북권(마포구·은평구·서대문구)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상승폭이 감소했다. 가장 최근 시장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변화폭이 크지 않지만 쉬어가는 느낌이 짙다. 8월 21일 발표된 지수가 전주에 비해 0.14% 올라 가장 큰 상승폭을 보인 반면, 10월 2일 발표된 최신 지수는 0.10% 올라 8월 초순 분위기로 돌아간 상태다. 따라서 향후 발표되는 부동산 지수 추이를 면밀히 관찰해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배경은 금리 변화다. 2021년 이후 집값이 크게 떨어진 데는 금리인상 영향이 컸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금리가 어디까지 오를지 예견할 수 없기에 수요자 지갑이 닫히면서 주택 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올해 들어 세계 금리인상 속도가 둔화했다. 특히 국내 기준금리는 속도 조절로 다른 국가에 비해 인상폭이 작았다. 경제 전반에 끼치는 영향은 차치하더라도, 이 같은 금리인상 둔화에 대한 시장 기대는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이는 데 일조했다. 결과적으로 부동산시장에 진입하려는 수요가 늘어 집값이 재차 상승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 기준금리 움직임을 놓고 소폭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중론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미국의 고용 호조와 소비자물가지수(CPI) 반등 때문이다.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견조한 것으로 드러나자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긴축정책에 다시 힘이 실리는 것이다. 물론 미국 고용 호조가 코로나19 엔데믹과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가속화돼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시각도 있다. 향후 오르내림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지만, 불확실한 금리 전망은 내 집 마련을 당장 서두르지 말아야 할 주된 이유다.
세 번째 배경은 국내 금융제도 변화다. 필자가 보기에 현재 주택 추격 매수를 주의해야 하는 가장 주된 이유다. 최근 집값 상승세의 핵심 원인이라 할 수 있는 완화적 금융제도가 하반기 들어 변화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도입된 각종 금융제도는 소비자가 집을 좀 더 쉽게 사게끔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례보금자리론의 경우 특정 조건을 갖추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미적용하는 것은 물론, 비교적 낮은 금리를 적용해 대출 차주의 부담이 적었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은 DSR을 적용하되 산정 기간을 늘려 대출 문턱을 낮췄다. 두 가지 금융정책을 통해 공급된 유동성은 올해 부동산 거래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8월까지 특례보금자리론 유효 신청액은 35조4000억 원,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은 8조3000억 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도합 43조7000억 원에 달하는 유동성이 공급된 셈이다. 실거래 자료를 기반으로 분석한 7월 기준 전국 아파트 거래 총액이 77조1000억 원임을 감안하면 정책적 유동성 공급에 따른 거래 증가가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완화적 금융제도를 통한 유동성 공급이 올해 하반기 막힐 것이라는 점이다. 연봉 1억 원이 넘어도 신청할 수 있던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은 이미 판매 중단됐고, 우대형도 1년 한정 상품이라 늦어도 내년 초 판매가 끝난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만기는 그대로 유지되나 DSR 산정 기한이 40년으로 줄어든다. ‘스트레스(stress) DSR’ 제도를 도입해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도 적용될 전망인데, 이 경우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든다.
6억 원 미만 주택에 관심이 있다면 내년 초 상품 판매가 끝나기 전 매입을 고려할 수 있다. 금융제도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다시 완화된다면 주택 가격이 올해 상반기처럼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상황이나 금융정책 방향을 종합하면 하반기 주택시장에서 수요 증가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지금 바로 주택을 매입하지 않고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볼 여유가 생겼음을 의미한다. 연말까지 흐름을 지켜본 후 주택 매입에 나서도 내년 초 계약금을 걸어놓는 데 문제가 없다. 당장 분위기에 휩쓸려 일생일대 결정을 서두르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하자.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에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뉴시스]
‘어깨 위’ 주택 매입 피하는 게 상책
내 집 마련을 희망하는 실수요자로선 ‘올해 초 10억 원짜리 집을 샀다면…’이라는 생각에 빠지기 쉽다. 지금이라도 주택 매입에 나서야 고점보다 싸게 살 수 있을 것 같은 조바심도 들 테다. 매달 발표되는 부동산 관련 지수를 보면 이런 생각이 더 커진다. 서울 아파트 가격의 경우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꾸준히 올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할까.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시장 움직임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게 필자의 견해다. 누구나 집값 사이클 바닥에서 집을 사기를 꿈꾼다. 하지만 상승 변곡점이 시작되기 직전 주택을 매입하는 것은 그야말로 운(運)의 영역에 가깝다. 시세가 ‘발목’에 왔을 때를 노린다며 당장 시장에 뛰어들기보다 ‘어깨’ 위에서 사는 것을 피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본다.이 같은 분석의 배경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앞서 언급한 부동산 통계를 다시 들여다보자.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가 7개월째 상승하고 있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가장 최근 조사된 7월 가격은 1.11% 상승해 전달(1.87%)보다 상승폭이 줄었다. 올해 집값이 첫 상승세를 보인 1월(1.10%)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상승폭이다. 잠정 집계된 8월 아파트 실거래가 상승률은 0.64%로 올해 들어 가장 낮다. 서울 도심권(중구·종로구·용산구) 아파트 가격은 1.76% 하락했고, 서북권(마포구·은평구·서대문구)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상승폭이 감소했다. 가장 최근 시장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변화폭이 크지 않지만 쉬어가는 느낌이 짙다. 8월 21일 발표된 지수가 전주에 비해 0.14% 올라 가장 큰 상승폭을 보인 반면, 10월 2일 발표된 최신 지수는 0.10% 올라 8월 초순 분위기로 돌아간 상태다. 따라서 향후 발표되는 부동산 지수 추이를 면밀히 관찰해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배경은 금리 변화다. 2021년 이후 집값이 크게 떨어진 데는 금리인상 영향이 컸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금리가 어디까지 오를지 예견할 수 없기에 수요자 지갑이 닫히면서 주택 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올해 들어 세계 금리인상 속도가 둔화했다. 특히 국내 기준금리는 속도 조절로 다른 국가에 비해 인상폭이 작았다. 경제 전반에 끼치는 영향은 차치하더라도, 이 같은 금리인상 둔화에 대한 시장 기대는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이는 데 일조했다. 결과적으로 부동산시장에 진입하려는 수요가 늘어 집값이 재차 상승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 기준금리 움직임을 놓고 소폭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중론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미국의 고용 호조와 소비자물가지수(CPI) 반등 때문이다.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견조한 것으로 드러나자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긴축정책에 다시 힘이 실리는 것이다. 물론 미국 고용 호조가 코로나19 엔데믹과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가속화돼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시각도 있다. 향후 오르내림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지만, 불확실한 금리 전망은 내 집 마련을 당장 서두르지 말아야 할 주된 이유다.
세 번째 배경은 국내 금융제도 변화다. 필자가 보기에 현재 주택 추격 매수를 주의해야 하는 가장 주된 이유다. 최근 집값 상승세의 핵심 원인이라 할 수 있는 완화적 금융제도가 하반기 들어 변화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도입된 각종 금융제도는 소비자가 집을 좀 더 쉽게 사게끔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례보금자리론의 경우 특정 조건을 갖추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미적용하는 것은 물론, 비교적 낮은 금리를 적용해 대출 차주의 부담이 적었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은 DSR을 적용하되 산정 기간을 늘려 대출 문턱을 낮췄다. 두 가지 금융정책을 통해 공급된 유동성은 올해 부동산 거래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8월까지 특례보금자리론 유효 신청액은 35조4000억 원,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은 8조3000억 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도합 43조7000억 원에 달하는 유동성이 공급된 셈이다. 실거래 자료를 기반으로 분석한 7월 기준 전국 아파트 거래 총액이 77조1000억 원임을 감안하면 정책적 유동성 공급에 따른 거래 증가가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완화적 금융제도를 통한 유동성 공급이 올해 하반기 막힐 것이라는 점이다. 연봉 1억 원이 넘어도 신청할 수 있던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은 이미 판매 중단됐고, 우대형도 1년 한정 상품이라 늦어도 내년 초 판매가 끝난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만기는 그대로 유지되나 DSR 산정 기한이 40년으로 줄어든다. ‘스트레스(stress) DSR’ 제도를 도입해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도 적용될 전망인데, 이 경우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든다.
올 하반기 유동성 공급 ‘숨 고르기’
물론 필자가 짚은 변수만으로 부동산시장을 모두 전망할 수는 없다. 실제 주택 매입에 나선 수요자마다 소득 등 여건이 상이한 데다, 지역별 부동산 가격 추이도 다르기 때문이다. 가령 소득 수준이 우대형 특례보금자리론 기준에 부합하면서6억 원 미만 주택에 관심이 있다면 내년 초 상품 판매가 끝나기 전 매입을 고려할 수 있다. 금융제도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다시 완화된다면 주택 가격이 올해 상반기처럼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상황이나 금융정책 방향을 종합하면 하반기 주택시장에서 수요 증가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지금 바로 주택을 매입하지 않고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볼 여유가 생겼음을 의미한다. 연말까지 흐름을 지켜본 후 주택 매입에 나서도 내년 초 계약금을 걸어놓는 데 문제가 없다. 당장 분위기에 휩쓸려 일생일대 결정을 서두르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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