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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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가 한국어 인식하는 이유… 국내 대표 번역 AI 개발 기업 ‘플리토’

전 세계 1000만 사용자 확보… AI 열풍 타고 글로벌 진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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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3-03-2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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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리토 제공]

    [플리토 제공]

    인공지능(AI) 챗봇 ‘챗GPT’가 전 세계적 돌풍을 일으킨 데는 ‘낮은 언어장벽’이 한몫했다. 한국어로 질문해도 그 의미를 이해하고 답변한다는 점 때문에 국내 사용자 사이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이를 가속화하는 건 '번역 AI'다. 챗GPT의 초거대 AI 언어 모델은 세계 각국어로 쓰인 질문을 영어로 번역해 인식할 수도 있어 영어권이 아닌 국가에서도 큰 불편함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챗GPT의 등장으로 번역 AI 개발 기업이 함께 떠오르는 이유다.

    국내 대표적인 번역 AI 개발 기업은 ‘플리토’다. 플리토 주가는 지난해 12월 14일 장중 1만8300원으로 최저점을 찍었으나, 챗GPT 열풍이 불면서 올해 2월 7일 최저점 대비 110% 넘게 오른 3만9700원을 기록했다. 플리토는 최근 글로벌 인재 채용, 현지 법인 확대 등 해외 사업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초거대 AI 언어 모델 개발 경쟁이 과열되고 그에 따라 번역 AI를 필요로 하는 고객사가 늘면서 플리토 또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2012년 창업 초기부터 승승장구

    플리토는 2012년 설립됐다. ‘언어장벽 없는 세상’을 목표로 번역 AI 개발 사업, 언어 데이터 수집 사업 등을 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173개국에서 1000만 명 넘는 사용자를 확보했다. 플리토의 모태는 이정수 플리토 대표이사가 2007년 창업한 크라우드소싱 번역 서비스 ‘플라잉케인(Flyingcane)’이다. 이 대표는 쿠웨이트에서 태어나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미국 등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여러 나라를 오가며 자연스레 언어에 관심을 가졌고 고려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던 2007년 플라잉케인으로 처음 번역 사업을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엔 SK텔레콤에 입사해 인수합병(M&A) 및 벤처 투자를 담당했는데, 이때 번역 AI 사업 기회를 발견해 플리토를 창업했다.

    플리토는 시작부터 승승장구했다. 2012년 설립 당시 아시아 기업 최초로 영국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육성 회사)인 ‘테크스타즈 런던’의 인큐베이팅(초기 인프라 지원 및 컨설팅) 대상에 선정됐다. 이후 국내에서도 시리즈 A, B 투자 유치에 연달아 성공하며 2015년 중국, 2018년 일본 지사를 세웠다. 플리토는 국내외 다수 기업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바이두, 텐센트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는 수년 전부터 파트너십을 맺어왔다. 2019년엔 사업모델의 성장가능성을 인정받아 ‘사업모델 특례상장 1호’로 코스닥에 상장했다. 미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선정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고성장 기업’에도 2020~2021년 2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고품질 데이터로 수준 높은 번역

    B2B(기업 간 거래) 번역 AI ‘플리토 API 솔루션’의 작동 메커니즘. [플리토 기업소개서 캡처]

    B2B(기업 간 거래) 번역 AI ‘플리토 API 솔루션’의 작동 메커니즘. [플리토 기업소개서 캡처]

    플리토가 주력하는 제품은 B2B(기업 간 거래) 번역 AI인 ‘플리토 API 솔루션’이다. 자체 개발한 번역 엔진을 고객사 시스템에 적용해 25개 언어에 대한 번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사 시스템에 번역이 필요한 단어나 문장이 입력되면 실시간으로 번역이 이뤄지는 체계다. 이때 번역 AI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내용은 ‘집단지성 번역’으로 보완한다. 플리토가 보유하고 있는 전 세계 언어 전문가 풀인 ‘링귀스트(linguist)’를 활용해 AI가 번역하지 못한 부분까지 해결하는 것이다. 또 플리토는 고객사의 사업 분야에 맞는 데이터를 번역 AI에 집중 학습시켜 각 기업에 특화된 번역을 제공한다. “The client is satisfied”라는 문장을 호텔에선 “고객이 만족합니다”, 로펌에선 “의뢰인이 만족합니다”, 병원에선 “환자가 만족합니다”로 각각 다르게 번역하는 식이다.



    플리토의 번역 AI와 일반 번역 AI가 차별화되는 지점은 고품질 데이터다. 언어 데이터엔 감정과 주관적 견해 등이 섞여 있어, 그것을 정제해 AI에 학습시키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하지만 플리토는 ‘아케이드’라는 자체 언어 데이터 수집 플랫폼을 구축해 이런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아케이드는 번역, 교정, 받아쓰기 등 언어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를 푼 사용자에게 플리토 안에서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하는 일종의 ‘놀이 플랫폼’이다. 이때 플리토는 각 언어를 실제 사용하는 사람들의 데이터를 일일 최대 50만 건씩 수집해 저작권 문제없이 AI에 학습시킨다. 여기에 더해 언어 데이터를 주제별로 분류·저장해 최종적으로 AI가 학습하기 용이한 형태로 만드는 ‘코퍼스(말뭉치) 운영 시스템’까지 보유하고 있어 더 정확하고 자연스러운 번역을 할 수 있는 것이다.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번역·교정 서비스 이용 화면. [플리토 제공]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번역·교정 서비스 이용 화면. [플리토 제공]

    플리토는 일반 사용자를 위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번역, 교정 서비스도 제공한다. 네이버 ‘파파고’와 유사한 플리토 번역기는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 영상 파일을 첨부해도 번역이 가능하다. 보다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번역은 유료로 운영한다. 문자메시지나 이메일을 보낼 때 사용하면 좋은 ‘집단지성 번역’의 경우 300자당 1달러로, 사용자가 평균 3분 이내에 번역본을 받아볼 수 있다. 완성도가 중요한 계약서, 논문 등은 1000자당 20달러에 ‘전문 번역’을 맡길 수 있다. 교정 서비스 또한 번역과 비슷하게 이용 가능하다. 플리토 교정기는 무료, ‘집단지성 교정’은 300자당 0.6달러, ‘전문 교정’은 1000자당 12달러로 가격이 책정돼 있다.

    최근 글로벌 IT 기업 두 곳과 계약

    최근 플리토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두 곳과 제품 판매 계약을 맺었다. [GETTYIMAGES]

    최근 플리토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두 곳과 제품 판매 계약을 맺었다. [GETTYIMAGES]

    다만 플리토의 수익적 성과는 아직 두드러지지 않는다. 지난해 3분기까지 공개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플리토의 1~9월 누적 매출은 97억1100만 원, 영업이익은 -48억3200만 원이다. 매출 72억4900만 원, 영업이익 -41억2100만 원을 기록한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매출 규모는 증가했지만 영업손실 폭이 약간 커졌다. 이에 대해 플리토 관계자는 “이전까진 플리토의 언어 데이터를 단순 구매하려는 수요가 많았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턴 함께 언어 데이터 수집 플랫폼을 만들어보자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제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면서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 수익을 위해선 그런 시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제안에 응했고, 이후 공동 플랫폼 구축을 위한 설비, 인력 등에 투자를 크게 늘리면서 영업손실 폭이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리토의 최근 영업 상황에는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플리토의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 내역에 따르면 플리토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글로벌 IT 기업과 제품 판매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 규모는 각각 18억 원, 27억 원이다. 플리토는 이들 글로벌 IT 기업이 어딘지에 대해선 ‘계약 상대방의 영업비밀 보호요청’을 사유로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플리토 관계자는 “계약 상대가 알려지면 플리토 입장에선 굉장한 PR(홍보)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계약 당시 (상대 기업이) 비밀 유지를 주요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공개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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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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