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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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아름다운 사랑의 도시, 피렌체

[재이의 여행블루스] 피렌체 대성당, 우피치 미술관, 베키오 다리… 빛나는 르네상스 유산 탐닉하는 재미

  • 재이 여행작가

    입력2023-03-1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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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건축가 필리포 브루넬레스코가 건축한 피렌체 대성당. [GettyImages]

    이탈리아 건축가 필리포 브루넬레스코가 건축한 피렌체 대성당. [GettyImages]

    “홀로 멀리 여행을 떠나라. 그곳에서 가장 그리운 사람이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탈리아 피렌체를 ‘사랑과 낭만의 도시’로 전 세계인에게 각인시킨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에 나오는 명대사다. 영화는 피렌체를 배경으로 사랑을 다시 되돌리고 싶은 남자 ‘준세이’(다케노우치 유타카 분)와 외로움을 견디며 사랑을 간직하는 여자 ‘아오이’(진혜림 분)의 사랑, 이별 이야기를 전한다. 누군가의 사랑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나도 흔한 소재지만 유독 ‘냉정과 열정 사이’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이유는 아마도 영화 속 배경이 된 피렌체의 아름다운 풍경 때문일 거다. 준세이와 아오이의 뜨거웠던 사랑·이별의 흔적을 따라 르네상스를 꽃피운 도시 피렌체를 탐닉해보자.

    영화는 피렌체 전경을 비추면서 시작한다. 피렌체는 이탈리아 중부 지방 토스카나의 중심지로 영어로는 플로렌스(Florence)라고 부른다. 로마와 더불어 이탈리아 관광의 메카로 손꼽힐 만큼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이탈리아 관광의 메카

    우아한 곡선이 돋보이는 르네상스 양식의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 [재이 제공]

    우아한 곡선이 돋보이는 르네상스 양식의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 [재이 제공]

    피렌체 여행은 보통 중앙역에서 시작된다. 아오이가 밀라노로 떠나려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기차역인데 정식 명칭은 ‘산타 마리아 노벨라’다. 역 바로 앞에 있는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1470년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가 설계한 성당 파사드는 전형적인 르네상스 양식으로 부드럽고 우아한 곡선을 자랑하며, 후면부는 고딕양식으로 지어졌다. 이제 막 피렌체에 도착했을 뿐인데 압도적인 건축물 앞에서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다.

    준세이가 경쾌한 음악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누비던 피렌체의 유명 명소들은 역을 중심으로 오른쪽 방향에 있다. 모두 반경 3㎞ 안에 있기에 도보로 이동하기에 충분하다. 지도가 없거나 정보가 부족해 길을 헤매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앞서가는 여행객의 발걸음만 따라가도 결국 다 만나게 될 테니까.



    사실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모두 한곳을 향해 가고 있을 거다. 뭔가에 홀린 듯 걷다 보면 가죽 시장과 명품숍이 즐비한 거리를 지나게 된다. 그러다 마지막 상점을 지나 코너를 돌면 엄청난 규모의 ‘두오모 대성당’을 무방비 상태로 마주하게 된다. 모두가 향하고 있던 바로 그곳. 이탈리아 건축가 필리포 브루넬레스코가 건축한 ‘피렌체 대성당’(Duomo di Firenze·두오모)이다.

    르네상스 작품 가득한 우피치 미술관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나게 크고 아름다운, 르네상스 최고 걸작 앞에서 온몸은 이미 전율이 흐르는 것 같은 충격을 받는다. 어느 사이엔가 벌어질 대로 벌어진 입은 닫힐 생각이 없고 감히 사진기를 들이댈 생각조차 사라지게 만들어버린다. 그래서일까. 거룩하고 신성한 기운마저 감도는 이 대광경 주변에서는 긴장이 풀려 주저앉거나 고개를 들어 하염없이 두오모만 쳐다보는 사람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정신이 돌아왔다면 준세이와 아오이가 10년 후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 두오모 성당 전망대에 꼭 올라가보자. 436개 계단을 따라 옥상 전망대에 올라서면 오랜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중세풍 도시 피렌체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시뇨리아 광장 축제. [재이 제공]

    시뇨리아 광장 축제. [재이 제공]

    두오모 성당 관광을 마쳤다면 이제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인 ‘시뇨리아 광장’으로 향하자. 성당을 떠나 ‘칼차이우올리’ 거리를 지나쳐 천천히 걸어도 5분이면 충분하다. 피렌체 최고 행정기관이던 ‘베키오 궁전’이 광장 앞에 있다. 르네상스의 도시답게 ‘네프틴 분수대’를 중심으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조각상 같은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안타까운 사실은 이들 동상이 모두 복제품이라는 것이다. 진품을 보려면 인근 ‘아카데미아 박물관’으로 가야 한다. 광장 한켠에는 16세기 조각가 잠볼로냐의 ‘사비나 여인의 능욕’ 등 15개 조각품이 전시된 옥외 전시관 성격의 ‘로자 데이 란치’도 있다. 조각상을 보며 습작을 하는 거리 예술가와 지친 발걸음을 잠시 쉬어가려는 여행객으로 항상 북적이는 곳이니 계단에 앉아 각양각색의 사람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공간이다.

    르네상스를 빛낸 미술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우피치 미술관. [재이 제공]

    르네상스를 빛낸 미술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우피치 미술관. [재이 제공]

    단테와 베아트리체가 처음 만난 장소로 알려진 베키오 다리. [GettyImages]

    단테와 베아트리체가 처음 만난 장소로 알려진 베키오 다리. [GettyImages]

    광장 오른쪽 골목에는 준세이가 일했던 ‘우피치 미술관’이 자리 잡고 있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카라바조의 ‘젊은 바쿠스’, 파올로 우첼로의 ‘산 로마노의 전투’ 등 메디치 가문이 후원했던 르네상스를 빛낸 위대한 미술가들의 작품 2500점이 모여 있는 곳이다. 현지 한인 여행사를 통해 미술관 투어를 꼭 신청하자. 그냥 한번 둘러보는 것보다 훨씬 더 만족도가 높다. 우피치 미술관을 나서면 준세이가 매일 아침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지나갔던 바로 그 장소 ‘아르노강’을 만나게 된다. 강변길을 따라 걷다 보면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 ‘베키오 다리’까지 이어진다. 아치형 석교(石橋)인 베키오 다리 주변은 고풍스러운 풍경을 배경 삼아 인생 샷을 남기려는 사람들로 항상 북적인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 피렌체 젤라토. [재이 제공]

    입안에서 살살 녹는 피렌체 젤라토. [재이 제공]

    피렌체 중앙역에서 출발해 베키오 다리까지 건넜다면 이제 슬슬 출출해질 시간이다. 다리와 이어진 ‘귀치아르디니’ 거리에는 맛집과 디저트 가게가 즐비하다. 꼭 맛봐야 할 음식은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bistecca alla fiorentina)’로 불리는 피렌체 스타일의 두툼한 티본스테이크다. 메디치 가문이 축제 때 뼈에 붙은 쇠고기 등심 요리를 선보이면서 유명해졌다고도 한다. 버터를 녹여 굽는 스테이크와 달리 오직 숯불로만 고기를 굽는다. 겉만 익힌 레어 정도로 나오기에 쇠고기의 신선한 육즙을 좋아하는 이라면 특히 추천한다. 다만 한국식으로 완전히 익혀 달라고 얘기할 요량이라면 다른 음식을 맛보는 편이 낫다. 후식으로는 당연히 브라운 슈거를 한 스푼 넣은, 크레마 가득한 에스프레소가 제격이다. 이왕이면 이탈리아에 왔으니 바에 선 채 홀짝홀짝 마셔보자. 달달한 게 빠져 아쉽다면 다채로운 젤라토 맛을 탐험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야경 감상을

    최고 행정기관이던 베키오 궁전. [재이 제공]

    최고 행정기관이던 베키오 궁전. [재이 제공]

    다시 걸을 힘이 생겼다면 마지막 종착지인 ‘미켈란젤로 광장’으로 향해보자. 광장으로 향하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아기자기한 상점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피렌체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미켈란젤로 광장은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해 있어 야경을 감상하기에 그만이다. 이곳이 영화에 등장하는 첫 장소인 것을 떠올리면 더 로맨틱한 기분이 든다. 아르노강 위 베키오 다리에서부터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과 베키오 궁전, 그리고 거대한 크기의 주홍빛 돔을 얹은 두오모 성당까지 피렌체의 명소가 황금빛 석양 아래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쏟아지는 밤하늘의 별빛은 차분하면서도 따뜻한 하루의 마무리를 도와준다. 사랑하는 사람과 특별한 순간을 원한다면 경탄할 만한 아름다움을 가진 피렌체로 향하라고 제안하고 싶다. 피렌체는 준세이와 아오이처럼 곱고 애틋한 사랑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아름다운 도시임에 틀림없기에.

    재이 여행작가는… 
    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지금은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로 이주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다양한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노마드 인생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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