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홍 국토교통부 가덕도신공항건립추진단장(오른쪽)이 3월 14일 가덕도신공항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이를 위해 토지보상 작업을 1년 이상 줄이고, 공항 활주로를 바다에 설치하는 대신 육지와 바다에 걸친 형태로 건설하기로 했다. 또 부지 조성 공사도 통째로 발주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정부의 말 바꾸기와 대규모 국책사업의 타당성 검증 장치인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건너뛰기 등 무리수가 잇따랐다. 기대만큼 경제성 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적잖은 후폭풍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3월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 용역 중간 보고회를 열고 ‘건설공법과 공항배치, 사업일정 조기화 방안 등에 대한 계획안’(계획안)을 발표했다.
사전타당성 조사보다 5년 6개월 개항 앞당겨져
계획안에 따르면 건설공법은 매립식으로 정해졌다. 정부는 그동안 매립식, 부체식, 잔교식 등 3개 공법을 두고 7차례에 걸쳐 전문가 자문회의와 관련 지방자치단체(지자체) 협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해상에 구조물을 띄우는 부체식 공법은 사전 절차 준비에 장기간이 필요하고, 매립식과 부체식을 혼합한 잔교식 공법은 공사비가 과다하게 투입될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매립식이 비용도 적게 들고 공사 기간도 짧을 것이라는 평가다.공항배치는 육상(가덕도)과 해상(가덕도 앞바다)에 걸치는 방식으로 정해졌다. 정부는 지난해 4월 예타 면제를 결정할 때까지만 해도 공항을 모두 해상에 배치하기로 했다. 당시에는 부등침하(땅이 고르지 않게 침하하는 현상) 우려가 적고 미래에 공항 이용객 수요가 늘어날 경우에 대비해 확장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부산엑스포 개최 전 개항하려면 공사 기간을 최대한 단축해야 한다는 요구에 따라 육해상 공항으로 바꿨다. 국토부는 이를 통해 “해상 매립량이 사전타당성 조사 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육상 절취부에서 여객터미널 공사를 조기에 착수할 수 있다”며 “공사 기간이 27개월 단축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업 일정을 앞당기기 위한 조치도 여럿 제시됐다. 우선 토지 매입 등 보상 작업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는 방안이다. 일반적으로 실시계획 수립 후 시작하는 보상을 기본계획 수립 이후 착수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공사 착수 시기는 1년가량 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지 조성 공사도 통째로 단일 사업자에게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두 맡기는 턴키방식으로 발주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국책공사는 다수의 사업자에게 참여 기회를 주고자 여러 개 공구로 나눠 발주한다. 정부 방식대로 공사 발주가 이뤄지면 공사 기간은 29개월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효율적인 사업 관리를 위해 전문사업관리조직(가칭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을 신설하고, 사업이 지연되는 것을 막고자 종합사업관리(PgM)를 설계 단계부터 적용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종합사업관리는 토목, 건축, 전기, 항행안전시설, 관제, 공항 운영 같은 다수의 프로젝트를 통합해 감독하는 업무다.
계획안대로 진행되면 가덕도신공항은 2029년 12월 개항한다. 지난해 4월 진행된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제시된 일정(2035년 6월 개항)보다 5년 6개월 앞당겨지는 셈이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정부 말 바꾸기 논란
하지만 정부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빠듯한 일정이 문제다. 국토부도 이를 의식한 듯 발표자료를 통해 “(사업 기간 단축과 관련해) 안전한 신공항 적기 개항을 위해 국내외 대규모 공항 건설 경험이 많은 민간의 창의적인 제안을 기대한다”고 밝혔다.사전타당성 조사에서 제기됐던 활주로 육해상 배치에 따른 부등침하 우려도 깔끔하게 해소되지 않았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20년 후 예측 부등침하량(0.076%/30m)이 국제 기준 허용치(0.1%/30m)보다 작아 항공기 운항 안전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정부의 말 바꾸기는 두고두고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가덕도는 2016년 실시된 영남권신공항 입지 평가에서 김해공항과 밀양에 이어 3위에 그친 지역이다. 이로 인해 김해공항 확장안이 결정되고,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폐기 처분됐다. 하지만 2020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이듬해 대선까지 겹치면서 표심을 잡기 위한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부활했다.
대규모 국책사업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할 예타를 무력화한 점도 적잖은 후유증을 예상하게 한다. 정부는 정치권 요구에 따라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예타를 면제했다. 1999년 예타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첫 사례였다. 예타는 정부 부처에서 중구난방으로 추진하는 국책사업을 사전에 걸러낼 객관적이고 신뢰할 만한 검증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됐다. 대상은 총사업비가 500억 원을 넘으면서 300억 원 이상 정부 재정 지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국책 사업이 포함된다.
그동안 예타는 효율적인 재정 운용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아왔다. 김주영 한국교통대 교수가 최근 대학교통학회에서 발표한 논문(‘현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하에서의 특별법 적용 문제점’)에 따르면 예타가 도입된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진행된 767개 사업에 대한 예타 결과 207개 사업이 타당성 미미로 평가돼 중단됐다. 이를 통해 예산 170조 원을 절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가덕도신공항은 이런 과정을 건너뛰었다.
게다가 앞으로 유사 사례가 속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대구경북통합신공항(TK신공항)과 광주 군(軍)공항 이전 사업에 대해 정치권은 특별법을 만들어 예타를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대한교통학회가 최근 박사학위자와 기술사 자격증 소지 회원 1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구·광주 공항 이전에 따른 민간공항 확장 및 특별법 제정 필요성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10명 가운데 7명이 반대의 뜻을 밝혔다.
황재성 기자는…
동아일보 경제부장을 역임한 부동산 전문기자다. 30년간의 기자생활 중 20년을 부동산 및 국토교통 정책을 다루는 국토교통부를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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