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발사 예정인 유럽우주국(ESA)의 목성 탐사선 ‘주스’. [ESA 제공]
올해 우주 탐사 중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것은 바로 태양계에서 제일 큰 목성 탐사다. 유럽우주국(ESA)은 4월 ‘목성 얼음 위성 탐사선(Jupiter Icy Moons Explorer)’, 줄여서 ‘주스(JUICE)’라는 이름의 탐사선을 목성에 보낸다. 주스 탐사선은 2031년 목성 궤도에 도착해 목성의 위성인 가니메데, 칼리스토, 유로파를 탐사할 예정이다. 목성의 위성들은 얼음으로 이뤄진 표면 아래 바다를 품고 있어 그 안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상당히 큰 것으로 밝혀졌다. 주스 탐사선은 탐사 장비를 이용해 목성 얼음 위성에 분포된 바다의 형태를 지도화하고, 얼음 표면에서 생명 지표를 찾아 나선다.
목성 탐사선 ‘주스’ 4월 발사
주스는 2012년 ESA의 ‘우주 비전 2015~2025’ 프로그램 가운데 첫 번째 대형 미션으로 선정됐다. 올해 4월 발사돼 2031년 목성에 도착하게 된다. 총 8년이 걸리는 대장정이다. 이후 목성을 공전하며 위성들의 200~1000㎞ 상공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2035년쯤 임무를 마칠 예정이다. 목성은 태양계 행성 중 가장 많은 92개 위성을 갖고 있다. 이 중 주스는 칼리스토, 유로파, 가니메데를 관찰할 계획이다. 특히 마지막 임무 단계에서 주스는 가니메데 궤도를 돌며 최소 9개월 동안 면밀하게 연구를 진행한다. 탐사선이 지구 위성이 아닌 다른 행성의 위성을 공전하는 첫 사례이기도 하다. 가니메데는 태양계에서 가장 큰 위성으로, 많은 잠재력을 지닌 신비한 위성으로 손꼽힌다. 현재 주스 탐사선은 프랑스 툴루즈에 있는 에어버스 시설에서 최종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요제프 아슈바허 ESA 사무총장은 올해 초 프랑스 파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주스 탐사선을 4월 14일 발사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주스는 대서양 연안 프랑스령 기아나의 유럽우주기지에서 ‘아리안 5’ 로켓에 실려 발사된다. 주스 탐사선의 무게는 5300㎏이다. 육중한 무게로 복잡한 궤적을 거쳐야 하기에 약 3000㎏의 연료가 포함돼 있다. 태양전지로 전원을 충당하며 총 10개의 탐사 장비를 탑재했다.
목성은 태양계에서 태양을 제외하고 가장 큰 무게와 부피를 가진 행성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목성은 태양계의 다른 모든 행성을 합친 것보다 2배 이상 무겁다. 거대한 가스 행성으로, 단단한 표면이 없다. 목성 대기는 대부분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돼 있으며 암모니아, 메탄 등이 일부 포함돼 있다. 목성 표면의 줄무늬와 소용돌이는 실제로 매우 차갑고 거센 폭풍으로 수소, 헬륨 등의 기체로 이뤄진 대기의 흐름이다.
2031년 목성 도착 예정
목성의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 위성. [NASA 제공]
주목할 것은 목성 대기에는 수증기가 포함돼 있으며, 위성들은 얼음으로 덮여 있다는 점이다. 1610년 갈릴레오가 목성의 큰 4개 위성을 발견함으로써 우주에 대한 인류의 시각을 바꿔놓았다. 갈릴레이가 최초로 발견한 주요 위성 4개인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는 갈릴레이 위성으로 불린다. 1970년대 파이오니어 10호부터 보이저호까지 여러 우주선이 유로파를 탐사했다. 갈릴레오 우주선은 1995~2003년 목성과 위성에서 장기 임무를 수행했다. 2016년부터 NASA의 주노(Juno) 탐사선은 목성 주위를 돌며 목성과 위성들을 탐사하고 있다. 이번 주스 탐사선의 목적은 위성의 지각 아래에 큰 바다가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것이다. 이번에 탐사하는 3개 위성은 모두 얼음으로 덮여 있다. 1998년 NASA의 갈릴레오 우주선은 유로파의 지표 아래에 액체 바다가 소용돌이 치고 있다는 증거를 감지했다. 유로파의 얼어붙은 지각은 대부분 얼음층으로 구성돼 있다. 그 속에 지구의 바다보다 2배나 많은 물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유로파에서 수중 화산이 발견돼 그곳에 생명체가 존재할 것이라는 희망이 더욱 커졌다. 과학자들은 가니메데 또한 표면 아래에 바다가 있다고 본다. 가니메데는 태양계에서 자체 자기장을 가진 유일한 위성이다. 2015년 NASA는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가니메데의 오로라와 자기장의 변화를 관측한 결과 지표 아래에 있는 바다가 지구의 바다보다 더 염도가 높다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얼음으로 덮여 있는 목성의 위성 가니메데. [NASA 제공]
주스 탐사선은 지구에서 수억㎞ 떨어진 곳에서 방사능, 온도 변화, 목성의 엄청난 중력 등 극한의 환경에서 위성의 비밀을 파헤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목성 자기장은 지구보다 거의 2만 배나 강하다. 이는 인간에게 치명적인 수준보다 1000배가 넘는 방사선으로, 차폐된 탐사선도 손상시킬 만큼 강력하다. 주스 탐사선에 실린 10개 탐사 장비는 원격 감지와 지형 관측을 위한 것으로, 가니메데의 중력장 측정 장치, 레이저 고도계, 광학 카메라, 자력계, 이미지 분광계, UV 이미징 분광기 등이다. 이 장비들은 목성의 대기와 자기장, 플라스마 측정부터 3개 얼음 위성의 표면과 내부에 대한 원격 관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임무에 활용된다. 자력계, 입자 탐지기, 플라스마 기기는 자기장을 측정해 지면 아래 바다의 존재를 탐사한다. 이와 함께 무선기기로 중력장을 측정해 위성 내부를 감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가니메데 내부에 거대한 물이 존재한다면 자기장 흐름에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도 목성 위성 탐사 추진
이탈리아 우주국과 NASA가 개발한 레이더는 9㎞ 깊이의 위성 표면을 관통해 내부를 관측할 수 있다. 목성의 위성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추정이 가능하다. 또 유로파와 칼리스토의 복잡한 지형 형성을 파악해 생명의 흔적인 유기 분자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년 동안 태양계에서 생명체가 발견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히는 행성은 화성이었다. 하지만 근래 수십 년 사이 천문학자들은 목성과 토성의 얼음 위성을 주의 깊게 관찰해왔다. 얼어붙은 표면 아래에 액체 상태의 물이 있는 광대한 바다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이다. 주스 탐사선이 목성이 아닌 위성을 목표로 한 이유 또한 얼음으로 덮인 내부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위성 표면 아래 바다를 탐사해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은 물론, 태양계의 진화와 행성 시스템에 대한 비밀을 풀 수 있다. 물, 에너지, 유기 화학 물질이 있다면 지구와 같은 생명체로 발전할 수 있는 기본 구성 요소를 갖춘 셈이다. 이번 임무가 얼음 위성의 내부를 파악하고, 거주 가능한 행성에 대한 사고를 확장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목성 탐사선 ‘유로파 클리퍼’. [NASA 제공]
유럽에 이어 미국, 중국도 목성 탐사를 추진하고 있다. 주스 탐사선은 원래 NASA와 공동 임무로 계획됐다. 2024년 발사되는 NASA의 목성 탐사선 ‘유로파 클리퍼’는 예정대로라면 주스보다 1년 앞선 2030년 목성에 도착한다. 유로파 클리퍼는 목성 주위를 돌면서 주스 탐사선과 함께 유로파 내부 바다를 탐사하는 데 협력할 계획이다. 중국도 화성에 이어 목성 탐사를 추진하고 있다. 지오반나 티네티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천체물리학과 교수는 ‘가디언’을 통해 “최근 발견된 슈퍼지구(지구보다 질량이 큰 행성) 중 일부가 목성·토성의 위성과 유사하게 내부가 얼음, 암석, 바다로 이뤄졌을 개연성이 있다”며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위성들을 탐사함으로써 미지의 우주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