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선도 투자자들이 저점 거래를 하고 있는 대구. [GettyImages]](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4/13/c7/95/6413c7950209d2738250.jpg)
부동산 선도 투자자들이 저점 거래를 하고 있는 대구. [GettyImages]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행동경제학의 대가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대중의 투자심리를 읽지 못하면 경제 흐름을 결코 예측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한 말이다. 과거와 달리 유튜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시장 정보의 환류 속도가 빨라졌다. 이로 인해 파생되는 대중의 입소문이 무작위적으로 퍼져나가 그만큼 대중심리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시장 흐름을 가장 잘 추종하는 심리지표인 한국은행의 주택가격전망CSI는 지난해 11월 역대 최저점(61포인트)을 기록한 이후 3개월 연속 상승하며 최근 2월 71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 이후 6개월 만에 다시 70포인트대에 도달해 부동산 심리의 바닥을 짐작게 한다.
1월 수도권 아파트의 매매 거래량 역시 최근 3개월간 꾸준히 증가해 역대 최저치인 ‘5000건의 늪’에서 빠져나와 6332건을 기록했다. 역대급 인플레이션에 따른 고금리 기조가 매의 발톱을 여전히 치켜들고 있는 상황임에도 1월 들어 심리와 거래량이 동반 회복세를 기록한 것이다. 이는 수도권과 지방을 망라하고 각 지역을 대표하는 리딩 단지 혹은 철도개발 수혜단지가 지난해 고점 대비 30%나 급락하며 ‘매력적인 가격’이 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올해 주택시장이 지난 상승장처럼 흥분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주택시장을 주도하는 신축의 미래 수급지표라 할 수 있는 미분양 수치가 절정을 향해 치달을 테고, 금리인상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부동산시장은 확인된 바닥에서 똘똘한 ‘선도 투자자’의 매수가 은밀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바닥 확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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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어둠을 뚫고 은밀히 움직이는 선도 투자자의 매수세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그 힌트는 시도별 ‘심리데이터의 변화’와 거래량의 함축 의미를 알 수 있는 ‘거래트렌드의 질적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강원·충청·전북 부동산 심리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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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심리매트릭스에서 눈에 띄는 도시는 ‘대구·경북’이다. 이 지역은 현재 가장 저조한 66포인트의 심리지수를 기록하고 있지만, 이는 저점 대비 9포인트나 상승한 수준이다. 이는 선도 투자자들에 의해 고점 대비 30% 폭락한 우량 단지들에서 저점 거래가 이뤄지고 있음을 뜻한다. 흥미롭게도 현재 가장 좋은 심리 흐름을 보이는 곳은 경남이다. 경남의 2월 심리지수는 78포인트로 저점 대비 증가폭도 수직상승해 같은 경상권인 대구·경북과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동일한 광역생활권임에도 대구·경북과 경남이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인다는 것은 전국 미분양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대구·경북의 미분양 쓰나미가 시장 바닥을 지지하는 하방경직성 방파제에 부딪혀 인근 지역까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주택심리매트릭스에서 4사분면에 위치한 강원, 충정, 전북 등은 현재 부동산 심리가 나쁘지 않으나 향후 심리 개선에 한계가 있어 보인다. 강원, 충청, 전북의 경우 70포인트를 상회하는 심리지수를 기록했지만 저점 대비 상승폭이 전국 평균값인 10포인트에 못 미친다. 이 도시들은 이제 막 미분양이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미 미분양이 쌓일 만큼 쌓인 대구, 포항과 달리 이 도시는 지난해까지 상승 궤도에 있었으나 올해 들어 하락 궤도로 갈아타고 있음을 알린다. 올해 4사분면에 위치한 지역들은 체감상 가장 우울한 부동산시장이 될 전망이다.
거래트렌드의 질적 변화를 살펴보자. 거래트렌드에서 눈여겨볼 변화는 ‘아파트 연령대’ ‘거래 가격대’ ‘상승 거래 비중’이다. 이 지표들은 상품, 가격, 입지를 축으로 한 투자지도를 알려줘 선도 투자자의 투자 여정을 예측하도록 돕는다. 지역 부동산시장의 완연한 봄은 결국 ‘신축’ 회복에서 온다. 물론 미분양 시대에 신축의 가파른 회복을 바라긴 어려울 테다. 다만, 신축 대비 가성비가 좋은 ‘준신축’의 회복 시그널이 잡히는 곳부터 향후 미분양 감소기에 상승 궤도로 빠른 환승을 하게 될 것이다. 1만 호가 넘는 미분양 충격에도 대구 준신축(입주 6~10년 차 아파트) 거래 비중은 지난해 9월 14%에서 올해 2월 26%까지 증가해 선도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울산의 준신축 거래 비중 역시 지난해 상반기 12%를 기록하다 올해 2월 23%까지 증가했다. 또한 현재 미분양은 없지만 폭락 도시의 고유명사로 낙인찍힌 세종시 역시 준신축 거래 비중이 지난해 10월 38%에서 올해 2월 60%까지 증가하며 준신축의 온기가 신축으로 옮겨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 초 수도권 거래량의 증가를 견인한 ‘매력적인 가격대’에 대해 살펴보자. 서울은 7억~9억 원대 아파트가 2월 가장 많은 거래 비중(22%)을 보였는데, 이는 지난해 8월 거래 비중인 11% 대비 2배 증가한 수치다. 이어 9억~12억 원대 아파트가 18% 거래 비중을 보이며 서울 아파트 거래를 주도하고 있다. 고가라 할 수 있는 15억 원 초과 아파트의 거래 비중은 지난해 12월 이후 큰 폭의 증가는 없지만 꾸준히 14~16% 수준을 유지해 서울 아파트의 천장이 흔들리지 않고 있음을 알린다. 경기와 인천은 5억~6억 원대 아파트의 거래 비중이 지난해 9월을 기점으로 꾸준히 상승하며 꽁꽁 언 거래시장을 녹이고 있다. 경기는 7억~9억 원대 거래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 9억 원이 견고한 가격저항선임을, 인천은 6억~7억 원대 거래 반등이 더디게 이뤄지며 7억 원대가 가격저항선임을 알린다. 따라서 수도권 선도 투자자들은 적정가치 대비 과도한 할인이 이뤄졌다고 판단되는 서울의 9억 원대 아파트와 경기·인천의 5억~6억 원대 아파트를 매수함으로써 향후 시장 반등 시 높은 수익 실현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동·송파 거래 증가
마지막으로 수도권 시군구별 ‘상승 거래’ 비중 추이를 통해 수도권 세부 입지에 따른 온도차를 진단해보자. 2월 들어 상승 거래 비중이 증가한 곳은 서울 강동구(49%), 송파구(45%), 동대문구(44%)다. 이 지역들의 공통점은 ‘미분양 리스크가 해소된 지역’이라는 점이다. 강동구와 송파구를 짓누른 둔촌주공은 주력 평형이 완판됐으며, 동대문구 인근 성북구 장위뉴타운은 100% 분양 완료 현수막을 게시했다. 반면 금천구, 관악구, 구로구는 상승 거래 비중이 20%대에 머무르며 하락장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경기는 광명(44%), 하남(42%), 성남 수정구(44%)가 높은 상승 거래 비중을 기록했는데, 이들은 ‘준서울’이라는 키워드로 묶을 수 있다. 반면 부천, 안산, 구리는 20%대 저조한 상승 거래 비중을 기록했다. 이 도시의 배후엔 모두 3기 신도시 개발이 예정돼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시장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선도 투자자들은 ‘확정된 미래’에 끌리기 마련이다. 이들은 개발 호재가 미미한 부천, 안산, 구리의 구도심이 아닌 교통, 일자리, 주거단지 개발의 청사진이 확정된 부천대장, 안산장상, 남양주왕숙의 3기 신도시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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