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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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주제 탐색 도와주고 선행연구도 찾아줘” 챗GPT 상륙한 대학가

고려대 일부 수업 챗GPT 답변 참고 허용, 성균관대 일부 교수는 과제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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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3-03-1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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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교정을 학생들이 거닐고 있다. [뉴스1]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교정을 학생들이 거닐고 있다. [뉴스1]

    서울 모 대학 공대 4학년인 김 모 씨(23)는 개강 후 전공 공부를 하면서 챗GPT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김 씨는 “졸업논문 주제를 무엇으로 할지 고민하다 챗GPT에 물어봤는데 예상보다 훨씬 도움이 됐다”면서 “특정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연구 주제를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챗GPT가) 몇 가지를 제시했고, 그중 하나를 골라 선행연구가 있는지 다시 물었더니 참고할 만한 논문을 찾아줬다”고 말했다. 컴퓨터 관련 학과에선 사람을 뛰어넘는 챗GPT의 능숙한 코딩 실력에 대해 “우리가 코딩을 배워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한다. “공대 전공 수업에서 문제를 풀다 막혔을 때 챗GPT에 물어보면 상당히 유용하다”는 게 김 씨와 주변 친구들의 생각이다.

    “미래에 보편화될 초거대 AI에 적응해야”

    초거대 인공지능(AI) 챗GPT 열풍은 국내 대학가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11월 챗GPT가 공개되고 처음 맞이한 2023년 1학기. 이미 챗GPT를 공부에 활용하는 학생이 적잖다. 대학가와 학계는 강의 및 연구에 챗GPT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심하고 있다. 다만 아직 이렇다 할 AI 고등교육 가이드라인은 나오지 않은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교수는 강의에 일찌감치 챗GPT를 적용하고 나섰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는 이번 학기 학부와 대학원에서 진행하는 AI 관련 수업에 ‘오픈 챗GPT 시험’을 도입했다. 기존 오픈북, 오픈인터넷 시험처럼 학생이 챗GPT를 참고해 답안지를 작성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챗GPT를 강의에 도입한 배경에 대해 이 교수는 “챗GPT라는 좋은 툴(tool)이 등장하면서 미래 사회에는 업무 영역 곳곳에서 AI를 활용하게 될 것”이라며 “단순 암기를 통한 기본 지식보다 문제 해결 능력 자체를 테스트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재 일상에서 컴퓨터, 스마트폰이 흔히 쓰이듯 향후 보편화될 초거대 AI에 학생들이 적응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이 교수는 지난달 경희대 ‘신입생 예비대학’에서 ‘챗GPT 혁명과 함께 시작된 대학생활: 알고 즐기자 AI’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기도 했다.

    토론식 수업에 챗GPT를 레퍼런스로 활용하려는 대학도 있다.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이번 학기 ‘미디어 테크놀로지와 문화’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토론 주제와 관련해 챗GPT 답변을 참고하고 그것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내게 했다. “향후 챗GPT는 필수 테크놀로지로 자리 잡을 테니 교육 현장에서 창의적·비판적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이 강의는 수업 진행과 과제 작성 모두 영어로 진행되며, 첫 토론 주제는 “15세기 구텐베르크가 개막한 대량 인쇄술 시대와 현대 커뮤니케이션 시대의 차이점”이라고 한다. 챗GPT는 한국어에 비해 영어 텍스트 문답에 강점을 보인다. 만에 하나 학생들이 챗GPT 답변을 표절할 우려는 없을까. 챗GPT의 경우 당장 개괄적 지식에 관한 답변 수준은 나쁘지 않으나, 세부 주제에 대한 토론 능력은 아직 미흡하다는 게 마 교수의 판단이다. 그는 “챗GPT의 영어 텍스트는 문법 측면에선 크게 흠 잡을 데 없지만, 채점 및 평가에서 중요한 요소는 학생이 자기 글에 어떤 논리와 내용을 담았는지 여부”라면서 “현 단계에서 챗GPT는 공부할 때 활용할 수 있는 레퍼런스 정도라고 본다”고 말했다.

    챗GPT 악용한 국내 첫 부정행위 적발

    챗GPT가 등장하자 대학가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게 표절 가능성이다. 챗GPT를 악용한 표절은 기우가 아니다. ‘동아일보’ 단독 보도(“국내 국제학교 학생들, 챗GPT로 과제 대필… ‘전원 0점’” 제하 기사)에 따르면 국내 수도권 한 국제학교 학생들이 1월 챗GPT를 사용해 영문 에세이를 써서 제출했다 전원 0점 처리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교육기관에서 챗GPT 부정행위가 확인된 것은 이 건이 처음이다.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에서도 챗GPT가 연구 부정행위에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해외 일부 국가의 교육당국과 대학은 챗GPT 사용을 금지하고 나섰다. 미국 뉴욕시 교육부는 1월 관할 공립고에서 챗GPT 사용을 금지했다. 프랑스 파리정치대, 영국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 홍콩대 등도 챗GPT 사용 금지령을 내렸다.



    국내 대학 중에서도 챗GPT 사용을 금지한 사례가 있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이번 학기 강의계획서에 “챗GPT를 과제 및 시험에 붙여 넣는 행위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문을 넣었다. 학생이 학습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챗GPT를 사용하는 것은 무방하나, 챗GPT 답변 내용에 오류 및 표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주의하라는 취지다. 다만 챗GPT의 한국어 데이터베이스와 서술 능력이 아직 부족해 당장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수도권 한 대학에서 인문학 분야 교양과목을 강의하는 30대 시간강사 A 씨는 “인문학 분야에선 챗GPT의 한국어 텍스트가 너무 엉성하고 사실 관계가 완전히 다른 경우가 많다”며 “교육, 연구에 어떻게 활용할지 중장기적 고민이 필요하겠으나 당장 수강생들의 표절 등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국민대가 3월 2일 발표한 ‘인공지능 교수학습 활용 가이드라인’. [국민대 제공]

    국민대가 3월 2일 발표한 ‘인공지능 교수학습 활용 가이드라인’. [국민대 제공]

    국내 대학가의 고민은 챗GPT라는 새로운 기술을 교육에 적절히 활용하면서도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지에 모아지고 있다. 대다수 대학은 개강 후 현재까지 교육 및 연구 과정에서 챗GPT 활용과 규제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할 것인지 내부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서울대는 최근 교직원을 대상으로 챗GPT 활용법 강의를 했다. 다만 구체적인 챗GPT 활용 가이드라인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서울대 관계자는 “다양한 측면에서 활용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내놨다. 느슨한 틀의 AI 윤리 강령을 선포한 곳도 있다. 국민대는 3월 2일 국내 대학 최초로 ‘인공지능 교수학습 활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인공지능 활용 여부 명확히 밝히기” “인공지능 사용 여부를 교수와 학생이 상호 합의하기” 등 10가지 항목에 걸친 자율적 가이드라인이다. 국민대 관계자는 “윤리선언문을 발표하고 시작된 새 학기에 (해당 강령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고민하고 있다”며 “개별 강의에서 챗GPT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고,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표절은 어떻게 적발할지 구체적인 방법을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국민대 측은 챗GPT를 실제 교육에 활용하는 것을 장려하고자 교직원 및 학생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 등도 고려하고 있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병행해야”

    초거대 AI가 미래 사회를 바꿀 신기술이라는 것엔 전문가 대부분이 동의한다. 그렇다면 고등교육 현장에서 챗GPT를 비롯한 초거대 AI를 적절히 활용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챗GPT는 새로운 교육 보조장치로서 순기능이 있으나 부작용도 예상되므로 신중히 활용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챗GPT를 활용해 기존보다 짧은 시간에 많은 학생을 지도할 수 있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데 참고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대학생들이 과제 수행을 비롯한 학습 과정에서 AI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교육 효과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 챗GPT는 어디까지나 상업적 서비스라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현재 널리 쓰이는 구글 검색 서비스만 해도 광고비를 받고 검색어 노출 우선순위를 달리하고 있다. 초거대 AI 검색으로 객관적 결과를 도출해 학습에 활용할 수 있을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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