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7일 론칭 예정인 싸이월드Z. [사진 제공 · 싸이월드Z]
올해 5개 기업으로 구성된 컨소시엄 ‘싸이월드Z’가 서비스를 인수해 신규 론칭을 준비 중이다. 세 차례 연기 끝에 12월 17일 서비스 재개를 앞두고 있다. 추억의 SNS 싸이월드 부활에 소비자의 ‘가슴’은 뛰지만 상업성에 대한 반응은 아직 회의적이다.
‘추억 복원’ 일시적 홍보 효과
싸이월드 메타버스에 입점 예정인 IBK기업은행. [사진 제공 · 싸이월드Z]
싸이월드Z 개발 컨소시엄은 메타버스, 암호화폐,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 창작자 경제(creator economy) 등 디지털 비즈니스의 최신 트렌드를 모두 적용할 방침이다.
‘메타버스 싸이월드’는 무엇일까. 싸이월드 ‘3D 미니룸’을 만들고 그 공간에서 미니미(싸이월드 안에서 유저를 대표하는 캐릭터)를 꾸밀 수 있는 것이 뼈대다. 서비스 내 콘텐츠·아이템 구매에 쓸 수 있는 ‘싸이도토리’도 내놓을 전망이다. 예전 도토리와 다른 점은 통합결제 서비스업체 다날이 개발한 가상자산 ‘페이코인(PCI)’과 연동해 싸이월드 밖에서도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IBK기업은행은 싸이월드 메타버스에 영업점을 개설할 예정이다. 싸이월드Z는 한글과컴퓨터(한컴)와도 전략적 제휴에 나섰다. 한컴이 출시할 예정인 메타버스 ‘한컴타운’과 싸이월드 3D 미니룸을 연결해 화상회의·고객 상담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사용자에게 고유 제작 툴을 제공해 자신만의 디지털 아이템을 만들고 거래할 수도 있게 만들었다. 일종의 창작자 경제체제인 것이다. 사용자가 싸이월드에 게시한 콘텐츠 역시 NFT로 소유권을 사고팔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최신 디지털 기술 백화점을 방불케 하는 싸이월드는 과거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가장 큰 걸림돌은 이미 비슷한 서비스가 많다는 점이다.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이프랜드’ 등 메타버스 형태의 서비스가 이미 수년 전에 등장했다. 메타버스 싸이월드는 아직 출범조차 하지 않았지만 비슷한 개념의 서비스들이 순항 중이다. 싸이월드만의 고유 콘텐츠로 승부수를 던질 수 있을지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싸이월드Z가 내놓은 청사진은 과거 서비스가 진화한 정도다. 카카오톡 이용자에게 한메일의 기능과 디자인을 개선했으니 e메일로 사람들과 대화하라는 격이다. 부활을 앞둔 싸이월드는 여전히 기존 성공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니홈피 3차원 업그레이드, 사용자 간 콘텐츠 거래 활성화, 과거 명성에 기댄 제휴 확대 등으로는 새로운 도약이 어려워 보인다.
알트코인 ‘싸이클럽’ 개편
물론 싸이월드라는 이름이 주는 향수의 위력을 무시할 수 없다. 암호화폐업체 MCI재단은 싸이월드Z와 제휴해 기존 알트코인 MCI(지난해 9월 빗썸 상장)를 ‘싸이클럽’으로 개편했다. 당장 싸이월드Z의 공식 암호화폐가 아님에도 투자자 이목을 끌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일정한 소구력을 가질 정도로 싸이월드 브랜드 파워가 있는 것이다.한때 싸이월드 이용자 수는 30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들이 막연한 기대감과 추억에 젖어 작은 관심만 보여도 시장에 일시적 파도를 일으킬 수 있다. 다만 싸이월드가 아닌 싸이월드Z이고, 1999년이 아닌 2021년이다. 추억 마케팅과 백화점식 신기술 적용이 아닌, 사용자에게 새로운 즐거움과 편리함을 제공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