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스 3000이 6개월 만에 붕괴됐다. 10월 5일 코스피는 미국 나스닥 하락의 영향으로 직전 거래일보다 57.01포인트(1.89%) 하락한 2962.17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가 3000선을 밑돈 것은 3월 24일 2996.11 이후 6개월 만이다. 코스피 3000이 무너지면서 시가총액 상위주들도 큰 타격을 받았다. 중소형주는 많게는 10% 이상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안겼다. 그동안 굳건하게 증시를 떠받치던 개인투자자들도 매물을 내놓았다.
양대천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두 종목 수익이 좋아도 나쁜 기업 종목이 큰 손실을 내면 전체적으로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며 “특히 하락장에서는 나쁜 종목을 솎아내는 것이야말로 주식투자에서 큰 손실을 피할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라고 조언했다. 양 교수는 회계학 전공 교수로, 회계 및 증권 분야 SSCI(사회·과학 분야 학술논문 인용지수) 학술지에 최근까지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 저서로는 ‘재무제표를 알면 오르는 주식이 보인다’ ‘주식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재무제표 최다질문 TOP 52’ 등이 있다. 양 교수에게 주식투자 시 큰 손실을 피할 수 있는 ‘나쁜 기업 알아내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주식투자 시 나쁜 기업을 솎아내는 것이 왜 중요한가.
“몇 개 종목으로 수익을 냈다고 해도 특정 종목에서 큰 손실을 보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재무제표에서 다섯 가지 항목만 체크해도 나쁜 기업을 피할 수 있다.
중앙대에서 만난 양대천 교수는 “재무제표에서 다섯 가지 항목만 체크해도 나쁜 기업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호영 기자]
연속적인 영업적자 기업 피하라
나쁜 기업임을 알려주는 첫 번째 재무제표 항목은?“영업적자다. 2분기 내지 3분기 이상 연속 적자인 기업은 무조건 도망가야 한다. 분기를 거듭할수록 적자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면 더욱 위험하다. 애널리스트들이 다음 분기 적자 폭을 예측한 컨센서스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항목은?
“영업활동에 의한 현금 유입이나 현금 유출을 뜻하는 영업현금흐름이다. 나쁜 기업의 경우 재고자산이나 매출채권을 늘려 일시적으로 영업이익을 부풀릴 수 있다. 이때 영업현금흐름이 좋지 않게 나타난다. 영업이익이 적자이거나 소폭 영업흑자인데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이 급증한 기업은 무조건 도망가야 한다. 영업이익이 흑자라도 현금흐름은 사실상 적자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영업현금흐름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진짜 실적이다.”
매출채권은 무엇인가.
“매출채권이 쌓인다는 것은 판매처로부터 돈을 못 받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포스코 같은 우량기업의 매출채권이 늘어났다는 것은 위험 시그널이 아니다. 이 경우는 거래 관행상 다음 분기에 받는 것일 수 있다. 재무구조가 좋지 않거나 영세한 기업, 코스닥 기업은 매출채권이 늘어나면 판매처 상황이 안 좋은 경우가 많다. 매출채권을 가짜로 올린 가공매출일 수도 있다.”
재고자산이 급증하는 경우는?
“창고에 재고를 쌓아 이익을 좋게 만든 것으로, 영업현금흐름은 안 좋게 나타나게 된다. 나쁜 기업을 피할 때는 영업현금조정항목 가운데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이 급증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외환위기 때보다 높은 기업부채비율
기업의 부채 규모도 체크해야 하지 않나.“자본 대비 부채 규모인 부채비율을 확인해야 한다. 보통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서면 부채비율이 과도한 기업으로 본다.”
최근 중국 헝다그룹이 뜨거운 감자다. 한국 기업의 부채 규모는 어떤가.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비율은 111% 정도로 나타났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 때 105%보다 높은 수치다. 최근 기업부채가 상당히 위험한 수준인 것이다. 물론 영업이 잘돼 이자를 잘 갚고 부채도 충분히 상환할 능력이 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올해 상장기업 영업실적은 괜찮은 편이다. 만약 영업실적이 줄어든다면 부채 위험이 부각될 수 있다. 헝다처럼 이자와 단기상환 부채를 못 갚는 극단적 상황이 올 수도 있어서다.”
부채비율이 200%를 넘으면 무조건 나쁜 기업인가.
“애플이 부채비율 200%가량이므로 꼭 그렇지는 않다. 단, 분기별 부채비율을 확인하면서 갑자기 부채비율이 증가했다면 유의해야 한다. 부채 규모가 갑자기 급증했다는 것은 그 돈으로 부채를 상환했거나 이자를 갚았을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여기서 확인할 것이 바로 이자보상배율이다.”
[지호영 기자]
이자도 못 갚는 기업 47%
이자보상배율이 무엇인가.“영업이익을 이자로 나눈 값이 이자보상배율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을 수 있으면 이자보상배율 값이 1 이상으로 나온다. 반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을 경우 1 미만으로 나온다. 2019년 기준 상장기업 중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이 36%로 나타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47%이다. 상장기업의 절반가량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것이다. 앞으로 이런 기업이 계속 늘어나면 주가 폭락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재무제표에서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은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
네 번째로 피해야 할 기업은?
“전환사채로 연명하는 기업이다. 부채비율이 악화되면 회사채 발행이 점점 어려워져 전환사채 등 옵션부사채를 발행한다. 다트(dart: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기업 재무제표 중요사항공시에서 전환사채공시를 확인할 수 있다. 전환권이 현 주가보다 많이 할인돼 있다면 꼭 도망가야 한다. 이런 기업의 주식은 반토막을 넘어 10분의 1 토막까지 수익이 떨어질 수 있다.”
마지막 체크 항목은?
“재무제표 안에 있는 감사보고서의 감사 의견을 확인해야 한다. 지난해 1분기 쌍용차가 ‘의견거절’을 받았다. ‘계속기업 가정의 불확실성’이 사유였다. 기업이 생존할 가능성이 중대하게 의심스러울 경우 의견거절을 준다. ‘계속기업의 가정의 불확실성’이 보고되면 주가가 바닥을 치는 것은 시간문제다.”
‘계속기업 가정의 불확실성’이 보고되는 기업 수는 어느 정도인가.
“상장기업의 10% 안팎이다. 이런 기업은 호재성 뉴스가 터지는 경우가 많다. 대주주가 빠져나오기 위함이다. 호재성 뉴스를 발표하고 거래량이 폭등하면서 심지어 테마주에 편승하기도 한다.”
주가는 실물경제가 선(先)반영돼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재무제표에서 앞서 언급한 다섯 항목을 확인한 뒤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면 너무 늦은 것 아닌가.
“재무제표와 실적의 진정한 의미는 팩트의 초석이라는 것이다. 호재성 뉴스나 정보가 들어왔을 때 그것을 해석할 능력의 출발은 재무제표라는 팩트다. 투자할 때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딱 붙잡고 있으면 뉴스 이면을 가려낼 이성적인 눈이 생긴다. 또한 분기별로 보고되는 재무제표를 확인한 뒤 나쁜 기업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큰 손실을 피할 수 있다.”
※매거진동아 유튜브 채널에서 양대천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의 ‘나쁜 기업 고르는 재무제표 활용법’ 인터뷰 영상을 시청할 수 있습니다.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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