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활황으로 백화점 소비와 전기차 판매가 늘어났다. GETTYIMAGES
국장으로 돈 벌어 소비
먼저 백화점을 보자. 주식으로 갑자기 돈을 벌면 사지 못했던 명품 등 비싼 아이템을 들인다. ‘에루샤’로 불리는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은 지난해 국내시장에서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이들 명품은 매년 가격을 올리지만, 소비는 전혀 꺾이지 않았다. 몇 년 만에 매장 앞 오픈런도 다시 나타나고 있다. 백화점 일반 매장 매출도 늘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한 덕도 있지만, 최근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고유가로 항공료가 폭등해 주춤해지는 추세다. 그럼에도 백화점 실적이 견조한 배경엔 내수 활성화가 자리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내수 위주 패션 브랜드들 실적이 꾸준히 증가했다.전기차 판매 증가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간 전기차는 충전 불편함과 비싼 가격 때문에 외면받았다. 갈수록 줄어드는 정부 보조금도 한몫했다. 2021년 이후 전기차 보조금은 매년 약 100만 원씩 줄어들었다. 원래 비싼 데다 보조금마저 줄어드니 쉽사리 전기차로 바꾸지 못하고 있던 터. 그러나 올해 유독 국내시장에서만 대반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코스피가 상승을 거듭하던 1~2월 한국 전기차 판매량은 약 4만1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67%나 급증했다. 특히 2월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배 이상 늘었다. 전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다. 이는 같은 시기 코스피가 전 세계 증시 상승률을 압도했던 이력과 겹쳐 보인다.
결혼도 증가했다. 한국 합계출산율이 몇 년째 1.0을 밑돌며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도 기본적으로는 혼인을 많이 하지 않아서였다. 그 배경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비교 문화, 남녀 갈라치기 등이 지목되지만, 비용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예식 비용과 집값 등이다. 이는 과거와 달라지지 않았지만, 혼인 건수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코스피가 본격적으로 상승하던 2025년 혼인 건수는 24만 건으로 전년 대비 8% 이상 증가했다. 2026년에도 기세는 이어지고 있다. 올해 1월 혼인 건수는 2만2640건으로 전년 대비 12.4% 증가해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역시 유독 한국에만 있는 특이한 현상이다. 다른 국가들은 지난 2년간 혼인이 급격하게 늘지 않았다.
미술품 경매 낙찰률도 올라가고 있다. 2024년 평균 46.4% 수준이던 국내 미술품 경매 낙찰률은 2025년 50.6%로 비슷했지만, 올해 1분기 70%를 넘으며 강력한 회복 신호를 보였다. 이것 역시 올해 초 코스피 질주와 연결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미술품이야말로 생활에 여유가 있지 않으면 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사치품이기 때문이다. 2025년 하반기 이후 코스피 상승으로 돈을 번 사람들이 명품과 전기차를 사고, 결혼도 하고, 미술품도 구매하는 것이다.
비만치료제 열풍으로 외식비 감소
“자영업자, 특히 요식업이 힘들다고 난리인데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닌가.” 이렇게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테다. 그러나 요식업계 매출 감소는 세계적 트렌드다. 위고비, 마운자로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급속하게 확산했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비만치료제 사용량이 폭증하면서 외식비는 자연스럽게 감소하고 있다. 비만치료제 복용자는 평균적으로 이전보다 21% 적은 열량을 섭취하며 식비가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JP모건은 이러한 소비 패턴 변화로 미국 식음료산업의 연간 매출이 2030년까지 300억~550억 달러(약 44조~73조 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한국도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가 2021년 1400억 원대에서 2025년 2500억 원으로 상승했다. 올해는 3500억 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가속화될 테다. 불황이라면 소비액 자체가 줄어야 하는데 올해 1월 개인 신용카드 월 사용액은 사상 처음으로 50조 원을 넘었다. 지난해 해외에서 쓴 신용카드 대금도 32조8000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렇듯 증시 상승은 국내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소비 증가뿐 아니라 에너지 구조 변화, 인구 구조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앞으로는 화석연료 비중이 줄고, 미래 세대 부양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새로운 한국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