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고위층 자녀나 친인척을 가리키는 ‘아가자데’들은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호화 생활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아가자데인 사샤 소바니(왼쪽)과 하미데 솔레이마니 아프샤르. 사냐 소바니와 하미데 솔레이마니 아프샤르 인스타그램 계정
명품과 스포츠카에 둘러싸인 아가자데들
이 프로그램이 집중 조명한 인물 중 하나는 2020년 트럼프 1기 정부의 드론 공격으로 숨진 카셈 솔레이마니 당시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친인척들이다. 솔레이마니의 조카인 하미데 솔레이마니 아프샤르와 그녀의 딸인 사리나사닷 호세이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호화 생활을 해왔다.아프샤르는 2015년 6월 관광비자로 미국에 입국해 2019년 망명을 허가받고 2021년 영주권(그린카드)을 취득했다. 그녀의 딸도 학생비자로 입국해 비슷한 경로로 영주권을 취득했다. 아프샤르의 소셜 미디어에는 금 장신구를 착용하거나 루이비통 후드티를 입고 있는 모습, 배에 문신을 드러낸 채 제트스키를 타는 모습 등이 올라와 있다. 비키니와 짧은 반바지를 입은 사진도 올라와 있다. 아프샤르의 딸도 호화 생활을 과시해왔으며, 가슴이 훤히 드러난 드레스 사진을 올렸다. 이스라엘 일간지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란에선 여성들이 히잡 착용을 어겼다는 이유로 체포돼 고문을 받다 숨진 사건이 발생하고 있지만 이들은 이와 무관한 것처럼 생활해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란을 수차례 다녀오는 등 미국 정부가 규정한 망명자로서의 조건을 위반해왔다. 심지어 이들은 이란의 중동 지역 미군기지 공격을 찬양하고, 미국을 ‘위대한 사탄’이라고 비난하는 등 반미활동까지 해왔다.
베네수엘라 주재 이란 대사를 지낸 아흐마드 소바니의 아들인 사샤 소바니(본명 모하마드 레자 소바니)가 대표적인 아가자데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400만 명에 육박하는 인플루언서인 사샤는 2019년 스페인으로 이주한 뒤 고급 스포츠카와 명품을 쇼핑하는 모습 등 호화로운 생활을 과시하는 영상과 사진을 게시해왔다. 최근 스페인의 유명 관광지 이비사 섬으로 가는 전용 제트기에서 여자 친구와 찍은 영상을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올려 비난받기도 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은 이란의 고위층 자녀와 친인척들의 거주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시스
미국 국토안보부와 이민세관집행국(ICE)은 이들의 호화판 생활과 반미 활동이 문제가 되자 적극적인 색출작업에 나서고 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ICE는 최근 마수메 에브카테르 전 이란 부통령의 아들인 세예드 에이사 하셰미 본인을 비롯한 가족들의 영주권을 박탈하고 구금했다. ICE는 이들은 미국에서 교수직을 얻고 고급 저택에 거주하면서 값비싼 자동차를 타거나 다양한 명품을 구입하는 등 사치스러운 생활을 누려왔다고 밝혔다. 에브카테르 전 부통령은 1979년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 인질 사태 당시 혁명 세력의 대변인이었다. 당시 미국인 인질들은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받았지만, 에브카테르 전 부통령은 이를 부인하는 거짓 주장을 펼쳐 미국인들의 공분을 산 바 있다.
ICE는 또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이란의 군사·안보 책임자였던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의 딸인 파테메 아르데시르 라리자니와 그의 남편의 법적 체류 자격도 박탈했다. 이후 라리자니 부부는 미국에서 추방됐다.
아가자데 색출 나선 미국 정부
ICE는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호화 생활을 한 아프샤르와 그녀의 딸 호세이니를 체포하고 영주권을 취소했으며 추방 절차를 밟고 있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영주권자라 하더라도 미국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자격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미국은 이란의 고위층 자녀와 친인척들의 거주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핵확산 반대 단체(UANI)의 카스라 아라비 연구원은 “피 묻은 돈으로 서방에서 호화 생활을 하고 있는 아가자데를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아가자데들의 호화 생활을 하는 동안 이란 국민 대부분은 물가 폭등으로 고난을 겪고 있다. 이란 경제는 미국의 해상 봉쇄 이후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이란 중앙은행에 따르면 4월 중순 기준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지난해 동기 대비 67%에 이르렀다. 이란 정부는 4월 20일 올해(이란력으로 3월 21일부터 시작) 최저임금을 지난해보다 45% 인상한 하루 554만1850리알로 고시했다. 한 달(30일)로 치면 월 최저임금은 1억6626만 리알이 되는데, 미국 달러로 환산하면 98달러(14만5000원) 정도다. 최저임금은 1.5배 가까이 올랐지만, 같은 기간 달러화 대비 리안화 환율은 두 배로 올랐기 때문에 실질 임금은 하락했다.
이란 국민은 기본 식료품조차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는 등 체감하는 민생고는 한계치에 다다랐다. 테헤란의 도매시장인 바흐만시장에서 4월 22일 계란 한 판의 가격은 500만 리알(3달러), 닭고기는 ㎏당 320만 리알(2달러), 쌀은 ㎏당 290만∼460만 리알(1.7∼2.7달러)로 각각 고시됐다. 소매가격은 2배 이상 높아 최저임금을 받는 서민층이라면 쌀 20㎏ 정도를 사면 한 달 월급이 바닥날 정도다. 마흐디 고드시 오스트리아 빈 국제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이란 국민은 더 이상 생활고를 감당할 수 없다”면서 “이란은 지금 가장 약한 지점에 와 있다”고 지적했다. 실업자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란 노동사회복지부는 전쟁으로 100만여 명이 실직했으며, 100만여 명이 추가로 전쟁의 간접 영향을 받아 일자리를 잃었다고 밝혔다. 이란 고용 인구가 2500만 명인 점을 고려하면, 고용 인구의 8%가 일자리를 잃은 셈이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이번 전쟁으로 최대 410만 명이 추가로 빈곤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잔혹한 방식으로 이란 국민 권리 박탈”

아가자데들은 외국에서 자유로운 생활을 즐기는 반면 이란 국민들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란 중앙은행에 따르면 4월 중순 기준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지난해 동기 대비 67%에 이르렀다. 사진은 5월 3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의 그랜드 바자르. 뉴시스
이란 정부는 최저 임금 인상과 함께 △생필품 보조금 지원 △빈민층 현금 지급 △식료품 쿠폰 지급 등으로 충격을 완화하려 하고 있다. 또 국민들에게 물·전기·가스 절약을 호소했으며,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대체 무역 경로 확보에도 나서고 있는데 △터키·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과의 철도·도로 연결 △카스피해 항로 △파키스탄 경유 무역 등으로 일부 곡물과 식료품을 수입하고 있다.
동시에 이란 정권은 생활고에 따른 국민들의 봉기를 우려해 사형 집행을 강행하고 인터넷 접근을 차단하는 등 강경한 대처를 이어가고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4월 29일 성명에서 2월28일 개전 이후 이란에서 ‘국가 보안’ 관련 혐의로 최소 21명이 처형되고 40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사형이 집행된 이들 가운데 최소 9명은 반정부 시위, 10명은 반정부 단체 가입, 2명은 간첩 혐의와 관련된 것으로 집계됐다. 전쟁이 시작된 뒤 정보 유출을 명분으로 한 인터넷 전면 차단도 이어지고 있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란 당국이 가혹하고 잔혹한 방식으로 국민의 권리를 계속 박탈하고 있다는 점에 경악한다”고 밝혔다. 생존 위기에 처한 이란 국민들이 인터넷을 통해 아가자데들이 소셜 미디어에 게시한 호화 생활을 본다면 신정체제는 과연 유지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