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SDI가 3월 선보인 인공지능(AI) 로봇용 전고체 배터리 샘플. 뉴스1
최근 삼성SDI 온라인 주식 토론방에 올라온 게시 글들이다. 그동안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이차전지 업계에 드리운 그림자가 걷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근거를 2가지 키워드로 압축하자면 ‘인공지능(AI)’과 ‘전쟁’이다. AI 산업 급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해 에너지저장장치(ESS)가 급부상하고 있다. AI 혁신의 다음 단계로 꼽히는 로봇 등 피지컬 AI에 탑재되는 이차전지 수요도 커질 전망이다. 최근 미국-이란 전쟁도 결과적으로 이차전지 업계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유가가 불안정해지자 소비자들이 전기차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차전지 업황 청신호가 켜지자 주식시장이 먼저 반응했다. 삼성SDI 주가는 올해 들어 164.76% 상승했다(1월 2일 종가 26만2500원→4월 30일 종가 69만5000원). 4월 29일에는 종가 71만20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쓰기도 했다. 코스피 949개 상장사 가운데 주가 상승률 16위다. 1∼15위 종목 중 삼성SDI보다 ‘덩치’가 큰 기업은 삼성전기(4월 30일 종가 83만2000원)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초 대비 주가가 27.56%(36만1000→46만500원) 올랐다. 이차전지 제조업체 SK온의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 주가는 같은 기간 9만9900원에서 14만6200원으로 46.35% 상승했다.
“삼성SDI, 올해 말 9분기 만에 흑자” 전망도
증권가에선 삼성SDI를 중심으로 이차전지주 목표주가를 높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4월 29일 삼성SDI 목표주가를 기존 6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67% 상향했다. 이날 보고서에서 김철중 연구원은 “삼성SDI의 업황 및 실적은 이제 막 좋아지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전기차 수요가 개선되고, ESS 수요 예상치가 상향 조정될 것” “북미 ESS뿐 아니라, 유럽 전기차 고객사에 대한 신규 수주 증가도 가속화된다”는 게 주된 근거다. 같은 날 IBK투자증권은 삼성SDI 목표주가를 기존 50만 원에서 80만 원으로 높였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는 이미 북미에서 ESS 물량을 2028년까지 전량 수주한 것으로 전망될 정도로 출하량이 견조하며, 전기차 시장 회복으로 실적 개선도 본격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해 말 9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서도 “1분기 실적 저점이 확인됐다”(4월 8일 NH투자증권), “ESS 라인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기 비용이 우려되나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모멘텀이 기대된다”(4월 9일 흥국증권)는 증권업계의 긍정적 전망이 나왔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의 ESS 매출이 10조4000억 원으로 전기차 매출을 넘어설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67만 원으로 높여 잡기도 했다.
다만 1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국내 이차전지 업계의 희비가 교차했다. 이차전지 3사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삼성SDI는 시장 전망에 비해 적자폭을 줄이는 등 선방했다. 삼성SDI는 1분기 매출 3조5764억 원, 영업손실 1556억 원을 기록했다고 4월 28일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때에 비해 매출은 12.6% 증가했고 영업손실은 64.2% 줄었다. 최대 2800억 원 적자를 예상한 증권업계 전망치보다 적은 수준이다. 삼성SDI의 실적 개선은 미국을 중심으로 ESS 배터리 수요가 증가했고, 고성능 원형 탭리스 배터리 등 고부가가치 상품 판매가 늘어난 결과로 보인다. 삼성SDI에 따르면 원형 배터리에서 탭리스의 비중은 지난해 3~4%에서 올해 20%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삼성SDI가 메르세데스벤츠와 약 10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차세대 하이니켈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다년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도 주효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이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적은 매출 6조5550억 원, 영업손실 207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 155.5% 감소했다. 북미 ESS 생산 거점 확대에 따른 초기 비용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주와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있는 공장에서 ESS를 생산하고 있다. 연내 미국 오하이오주와 테네시주에서 각각 혼다, GM과의 합작 공장이 가동을 시작하고, 내년에는 미시간주에서 또 다른 공장이 조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미국 미시간주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 공장. LG에너지솔루션 제공
화재 위험 적고 에너지 밀도 높은 ‘꿈의 배터리’
향후 이차전지 업계의 실적 및 주가는 로봇용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에 달렸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흔히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고체 전해질을 쓰는 전고체 배터리는 흔히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화재 위험이 적은 데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소형화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전고체 배터리가 본격 양산될 경우 로봇산업발(發)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3월 로봇 등 피지컬 AI용으로 개발 중인 파우치형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선보였고,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도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 이차전지 기술 전문가는 “국내 이차전지 업계가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미래 먹거리인 로봇용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성공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기술 난도가 상당히 높은 분야인 만큼 역량을 집중해 양산 시점을 최대한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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