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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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실적 4대 금융, ‘돈잔치’ 비결은 이자수익

부실한 내부통제… “은행 자원을 임직원 사익 추구 도구로 삼아”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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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입력2025-02-10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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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역대급 실적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여론은 싸늘하다. 수익 다변화나 글로벌 진출 같은 혁신이 아닌, 이자수익으로 거둔 성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3000억 원 규모의 부당대출 적발 등 부실한 내부통제 사례도 드러나며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대 금융지주(KB, 신한, 하나, 우리)가 거둔 지난해 수익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각 사 제공]

    4대 금융지주(KB, 신한, 하나, 우리)가 거둔 지난해 수익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각 사 제공]

    저금리 시대에 오르는 대출금리

    2월 5일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KB금융그룹은 금융지주 최초로 ‘5조 클럽’에 입성했다. 지난해 순이익은 5조782억 원으로 2023년(4조5948조 원)보다 10.5% 오른 수치다. 전날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하나금융그룹도 지난해 3조7388억 원 순이익을 내며 2022년 달성한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순이익 전망치는 16조6213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14조4779억 원)과 비교하면 약 11.2% 증가한 수치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2022년과 비교해도 1조 원 이상 많다.

    이처럼 금융지주가 역대급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이자수익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 총이익 중 이자수익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88.6%에 달한다.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3분기까지 거둔 이자수익은 30조2078억 원으로 2023년 같은 기간(30조3545억 원)에 이어 2년 연속 30조 원을 넘겼다.

    ‌여기에는 높아진 예대금리차(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값)도 큰 몫을 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한국은행은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관리를 이유로 대출금리를 올렸기 때문이다. 전국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자료에 따르면 4대 은행의 평균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7월 0.33%p에서 12월 1.13%p로 6개월 연속 올랐다(그래프 참조).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1월 22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지만 가산금리 인하 속도나 폭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기준금리가 내려오면 대출금리에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법 행위 강력 제재 필요”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2월 4일 ‘2024년 금융지주·은행 주요 검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2월 4일 ‘2024년 금융지주·은행 주요 검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반면 내부통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2월 4일 발표한 ‘2024년 금융지주·은행 주요 검사결과’에 따르면 금감원이 확인한 우리·KB국민·NH농협 은행의 부당대출 규모는 총 3875억 원으로 적발된 건수만 482건에 달한다. 이날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주요 지주·은행 임직원들이 은행 자원을 본인 등 특정 집단의 사익을 위한 도구로 삼아 위법 행위 및 편법 영업을 서슴지 않았다”며 “은행권의 낙후된 지배구조와 대규모 금융사고 등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이 재차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2023년 초 4대 은행이 모두 연루됐던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등 운영 리스크에도 취약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4대 금융지주 회사는 임직원에게 두둑한 성과급과 희망퇴직금을 챙겨줬다. 올해 4대 은행의 임단협 결과에 따르면 임금인상률은 2.8%로 전년보다 0.8%p 높아졌고, 기본급의 280%(신한·하나) 수준인 성과급에 복지포인트나 현금 지급도 더해졌다. 지난해 상반기 4대 은행의 평균 급여는 6050만 원으로 삼성전자(5400만 원)나 현대자동차(4200만 원)보다 높았다. 희망퇴직자에게 주는 퇴직금은 평균 4억~5억 원에 달한다. 고물가-고환율로 내수 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그들만의 돈잔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당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은행은 수익 다변화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예대마진 비율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금융 선진국에 비하면 높은 편”이라며 “자산관리나 트레이딩 영역에서 수익 비율 증대, 글로벌 진출 등을 통해 수익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당대출 등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인적 제재뿐 아니라 강력한 금전적 제재나 행정 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출 규모가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금융회사의 고수익은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출 총량 자체를 줄이는 게 앞으로 과제”라며 “지금은 은행의 고수익을 지적하지만 성장률 둔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연체율 증가가 계속된다면 결국 은행이 위기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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