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 1일(현지 시간) 중국, 멕시코, 캐나다 수입품에 각각 10~25% 관세를 부과했다. [뉴시스]](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WEEKLY/Article/67/a5/50/6b/67a5506b082cd2738276.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 1일(현지 시간) 중국, 멕시코, 캐나다 수입품에 각각 10~25% 관세를 부과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규모 관세 정책 추진 이유로 꼽은 것은 바로 ‘마약’이었다. 트럼프는 2월 1일(이하 현지 시간) 중국, 멕시코, 캐나다 수입품에 각각 10~25% 관세를 매기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가 이틀 뒤 멕시코, 캐나다와 ‘한 달 유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 국가를 거쳐 미국으로 유입되는 마약이 이번 관세 부과의 본질이라고 확실히 못 박았다. 마약 문제와 무역 협상이라는 두 가지 사안이 한데 얽혔다는 점에서 ‘21세기 신(新)아편전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수십만 미국인 마약으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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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적용 유예는 이들 국가가 마약 유통 문제에 즉각 대응하기로 약속하면서 이뤄졌다. 행정명령 서명 후 멕시코는 미국 국경에 펜타닐 유출을 막기 위한 군인 1만 명을 배치하기로 했고, 캐나다는 13억 달러(약 1조9000억 원) 규모의 국경 강화 계획과 펜타닐 차르 임명 등을 내세워 상황을 일단락 지었다. 중국과는 협상이 최종 불발되면서 일단 10% 추가 관세 부과가 시작된 상태다.
트럼프 말처럼 미국 내 마약 중독 문제는 임계점에 달했다. 그중 가장 심각한 게 펜타닐이다. 1959년 벨기에 제약사 얀센이 개발한 펜타닐은 모르핀의 100배 효능을 나타내는 마약성 진통제(오피오이드)다. 당초 말기 암, 절단 등 극심한 고통을 겪는 환자에게 처방됐으나 2010년대 들어 미국에서 마약으로 오용되기 시작했다. 펜타닐은 헤로인, 코카인 등에 비해 제조가 쉽고 값이 저렴해 전파력이 높다. 또 2㎎ 정도만으로도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해 마약류 가운데 최고 수준의 치명률을 나타내고 있다. 2022년 18~49세 미국인 사망 원인 1위는 교통·총기 사고, 자살 등을 제치고 펜타닐이 차지했다.
펜타닐 제조·유통의 시작점은 중국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4-AP’ ‘1-Boc-4-AP’ ‘노르펜타닐’ 등 펜타닐 제조에 필수적인 전구체를 생산하면 이것이 멕시코, 캐나다 등으로 밀수입돼 실제 제조로 이어지는 구조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중국이 펜타닐 원료 생산 및 수출에 관한 단속을 약속하고 통제를 강화했으나 트럼프는 “중국 펜타닐 생산 문제가 여전히 충분하게 해결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전문가 “중국과는 결국 갈 데까지 간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마약을 관세전쟁의 전면에 내세운 것을 두고 “영리한 판단”이라고 평가한다. 미국 내 심각한 사회문제인 마약을 보호무역주의의 또 다른 명분으로 소환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다는 것이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미국이 관세라는 무기 없이 관련국에 마약 단속 협조를 요청했을 때는 아주 엄격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들 국가가 무역수지 적자국이기도 한 상황에서 마약을 명분으로 압박하면 마약 문제 해결은 물론, 고율 관세 정책의 정당성도 한층 강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다만 중국과는 단순 무역적자를 넘어 글로벌 패권 경쟁이 달려 있기 때문에 중국이 마약 관련 어떤 대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또 다른 방식으로 통상 압박이 계속될 것”이라면서 “트럼프가 중국과 통화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얘기한 것도 ‘중국과 관련해서는 결국 갈 데까지 갈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트럼프 마약 꺼낸 배경… 알코올 중독으로 형이 사망한 가족사
8세 많은 장남 프레드 트럼프 주니어, 심장마비로 1981년 사망
![1981년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형 프레드 트럼프 주니어. [위키피디아]](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7/a5/51/40/67a551401deed2738276.jpg)
1981년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형 프레드 트럼프 주니어. [위키피디아]
프레드는 트럼프 가문의 장남으로, 이름부터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 시니어를 본떴을 정도로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그는 부동산 사업 등 가업을 이어받지 않으려 했고, 비행기 조종사로 진로를 정해 아버지와 관계가 틀어졌다. 프레드의 가업 승계 포기로 트럼프가 새로운 후계자가 됐지만, 당시 형이 알코올 중독에 빠지고 결국 죽음에 이르면서 트럼프는 죄책감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2019년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아버지 편에 서서 형에게 “(비행기 조종 같은) 허접한 일에 시간낭비 마라고 비난했다”며 “형을 그렇게 몰아붙인 걸 후회한다” “형은 사업가 체질이 아니었는데, 사업을 좋아하리라고 여긴 게 우리의 가장 큰 실수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형의 죽음을 계기로 트럼프는 술, 담배, 마약 등을 모두 멀리하게 됐다. 술을 일절 마시지 않아 1기 집권 당시 세계 각국 정상과 만찬 때 콜라로 건배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자녀들에게도 중독에 관한 한 엄격한 교육관을 드러냈다. 2010년 아직 4세이던 아들 배런 트럼프에게 “커서 술, 담배, 마약, 그리고 문신은 절대 해선 안 된다”고 단호히 말하는 영상이 회자되고 있다.
트럼프는 이전 임기 중인 2017년 10월 ‘마약과 전쟁’을 기치로 국가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당시에도 트럼프는 형을 거론하면서 “훌륭한 사람이었지만 술 때문에 아주 힘든 삶을 살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책이 예상보다 성과를 내지 못했고, 이번 집권기에 중독 문제를 뿌리 뽑으려 더 큰 공을 들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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