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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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와 尹 검찰의 무책임한 때리기에 삼성만 멍들어… 누가 책임지나

1·2심 19개 혐의 모두 무죄 선고에 “당시 檢 수사팀 ‘무한책임’져야”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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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5-02-07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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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월 3일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월 3일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1·2심에서 일부도 아니고 19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가 나왔다. 심지어 검찰이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의 불기소 권고에도 기소를 강행했는데도 말이다. 검찰이 ‘법원 판단이 틀렸다’고 고집을 부리거나,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기 전까진 난 모르겠다’고 해선 안 된다. 적어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기소와 수사에 관여한 이는 책임을 져야 한다.”

    순천지청장,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혐의 1·2심 재판에서 ‘완패’한 것을 놓고 이같이 평가했다. 이번 2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 회장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수사가 시작된 지 9년 만에 사법 리스크를 사실상 털어내게 됐다. 하지만 그룹 총수가 2차례 구속되고 185차례 재판에 끌려 다니는 사이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흐름에서 뒤처지게 됐다.

    이재용 회장, 구속 2번·재판 185번 시달려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 이 회장을 비롯한 피고인 모두가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검찰이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는 2월 3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등 19개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원심의 무죄를 그대로 유지한다”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등 전현직 삼성 관계자 13명에게도 원심과 같이 무죄가 선고됐다. 지난해 2월 5일 1심 재판부가 “검찰이 주장한 이 사건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이 회장 등 피고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지 1년 만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비율과 시점, 삼바의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여부 등 핵심 쟁점에서 검찰 측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검찰은 이 회장을 비롯한 사건 관계자 약 300명을 860여 회에 걸쳐 소환 조사하고 53곳을 압수수색했다. 이 같은 전방위적 수사에도 검찰이 공소 제기한 19개 혐의가 모두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이다. 검찰 입장에서 더욱 뼈아픈 대목은 재판부에 제출한 주요 증거의 증거능력 자체가 인정받지 못한 점이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례적으로 152쪽에 달하는 ‘위법 수집증거 목록’을 적시해 검찰이 제출한 주요 증거 상당수를 인정하지 않았다. 삼바 백업 서버, 에피스 NAS 서버,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 주요 증거의 입수 과정이 “위법한 압수수색으로 영장주의와 적법 절차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판단이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증거 2000여 건을 추가 제출했지만 역시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삼성 같은 국내 대표 기업을 수사할 때는 일종의 ‘그림’을 갖고 끼워 맞추기 식 수사를 해선 안 된다”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사건을 맡은 검찰 수사팀은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검사는 무죄가 나오면 사표를 낸다는 심정으로 리스크를 부담해야 한다. 칼을 빼 들고 수사하는 것은 좋지만 사표 제출을 포함해 그 결과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다못해 이번 같은 판결이 나올 경우 해당 검사에게 다시는 특별수사를 맡겨서는 안 된다. 검찰 경력과 특별수사 실적을 자기 출세 수단으로 삼는 일각의 풍조를 끊어내야 한다.”

    이 회장에 대한 수사 및 기소는 문재인 정부 시절 이뤄졌고, 당시 검찰 수사 지휘선상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대표, 이복현 금감원장 등 ‘윤석열 사단’이 있었다. 해당 수사는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김태한 당시 삼바 사장을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이때 사건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현 반부패수사2부)에 배당됐는데, 당시 특수부를 지휘한 3차장이 한동훈 전 대표였다. 한 전 대표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에 파견돼 이재용 당시 부회장을 구속한 바 있다. 당초 삼바 분식회계에 집중됐던 검찰 수사의 초점은 점차 부당 합병 의혹으로 옮겨졌다. 사건이 2019년 8월 이복현 금감원장이 부장으로 부임한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로 재배당되면서 수사 기조가 바뀌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를 두고 앞선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수사에서 마무리된 부당 합병 의혹을 사실상 재수사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 금감원장은 국정농단 특검팀에 파견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을 수사한 바 있다. 이 회장의 항소심 무죄 선고와 관련해 논란이 확산되자 당시 수사팀장이었던 이 금감원장은 2월 6일 ‘한국 증시 활성화 토론회’ 직후 백브리핑에서 “당시 담당자로서 (기소) 근거 등이 결국 법원을 설득할 만큼 충분히 준비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유 여하 불문하고 국민들에게 사과드린다”며 “공판 업무를 대신 수행한 후배 법조인들에게도 어려움이 있었다면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정치적 시선으로 무리한 기소”

    1년 5개월간 수사 끝에 검찰은 2020년 5월 이 회장을 두 차례 소환 조사하고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이 회장 측 신청으로 열린 검찰 수심위는 2020년 6월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당시 수심위에 참여한 한 위원은 5월 3일 동아일보에 “수심위에서 양측 의견을 들어보니 이 회장의 행동들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검찰이 정치적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무리하게 기소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검찰은 수심위 권고에 불복한 첫 사례를 만들며 2020년 9월 이 회장 등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이 이 회장을 기소했을 당시 검찰총장은 윤 대통령이었고, 서울중앙지검장은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의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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