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가 3월 7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를 결정하면서 최근 재심 결정이 내려진 45년 전 김재규 사건을 예시로 들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26 사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가운데). 내란 목적 살인 등 혐의로 1980년 5월 24일 서울구치소에서 사형이 집행됐다. [동아DB]](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WEEKLY/Article/67/d3/b4/2c/67d3b42c0cb8d2738276.jpg)
10·26 사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가운데). 내란 목적 살인 등 혐의로 1980년 5월 24일 서울구치소에서 사형이 집행됐다. [동아DB]
재판부 “수사관 가혹행위 인정돼 재심”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재권)는 2월 19일 내란 목적 살인과 내란 수괴 미수 혐의로 1980년 5월 24일 사형이 집행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 대한 재심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김 전 부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차지철 전 대통령경호실장을 살해한 혐의로 10·26 사태 한 달 뒤인 1979년 11월 26일 군법회의에 넘겨졌다. 내란 목적 살인, 내란 수괴 미수 혐의가 인정돼 이듬해 5월 20일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고 나흘 뒤 사형이 집행됐다.
김 전 부장의 유족이 재심 청구를 한 것은 5년 전이다. 유족 측은 2020년 5월 “김재규라는 인물에 대한 역사적 논의 수준이 진화하고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재심 변호인단은 청구 당시 “보안사령부가 쪽지 재판으로 재판에 개입한 사실, 피고인들의 발언 내용이나 재판 진행 내용이 공판조서에 그대로 적혀 있지 않은 사실이 밝혀졌다”며 “당시 변호인들조차 대법원 판결문을 열람하지 못했고 김재규의 살해 동기도 은폐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내란 목적 살인’에서 ‘내란 목적’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는 취지다. 1980년 대법원에서도 판사 사이에 이견이 있었다. 판사 4명이 심리하는 상고심 재판에서 양병호, 서윤홍 대법관이 ‘내란 목적 살인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반대 의견을 냈고,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넘어갔다. 여기서도 대법관 8명은 1·2심 손을 들어줬으나 6명은 내란죄 불성립 의견을 냈다. 소수 의견을 낸 판사들은 당시 신군부의 압력으로 1년도 안 돼 자리에서 물러났다. 재심 변호인단 측은 민간인인 김 전 부장을 군법회의에 기소한 점, 당시 고문과 가혹행위 등이 있었다는 점도 재심 청구 사유로 들었다.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으로 3월 8일 서울구치소에서 나온 윤석열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WEEKLY/Article/67/d3/b4/59/67d3b459250cd2738276.jpg)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으로 3월 8일 서울구치소에서 나온 윤석열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재심 결정 검찰 불복 무책임하다”
재심 개시를 결정한 서울고법은 결정문에서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단 소속 수사관들이 피고인을 수사하면서 수일간 구타, 전기 고문 등 폭행과 가혹행위를 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1980년 김 전 부장과 함께 사형된 다른 피고인의 진술 등을 증거로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김 전 부장은 1980년 수사관들이 전기 고문 등 물리력을 사용했다는 내용의 항소이유 보충서와 상고이유서를 육군계엄고등군법회의에 제출했다. 당시 김 전 부장의 재판 변호를 맡았던 안동일 변호사가 “김 전 부장에게 검붉은 고문 흔적이 있었다”고 증언한 것도 증거로 채택됐다.
재판부는 “공소의 기초가 된 수사에 관여한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증명됐음에도 그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완성돼 확정 판결을 받을 수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이 정한 재심 사유가 있다”며 “이 재심 사유를 이유로 재심을 개시하는 이상 나머지 재심 사유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더 살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울고법의 재심 개시 결정에 대해 검찰은 3월 25일 즉시 항고했다. 검찰은 “본건은 재심 사유의 존재가 확정 판결에 준하는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안의 중대성과 역사성 등에 비춰 재심 개시 여부에 대해 대법원 판단을 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 전 부장 재심 사건을 맡고 있는 조영선 변호사는 “검찰이 정치적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사건을 두고 ‘할 만큼 했다’는 걸 보여주려고 무책임하게 불복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구속취소 사유로 ‘김재규 사건 재심 결정’이 언급된 데 대해서는 “재판부는 김재규에 대한 고문과 협박을 인정해 재심을 결정했다”며 “윤 대통령 구속에도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뭉뚱그렸지만 구속취소 이유의 근거로 김재규 사건을 언급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안녕하세요. 문영훈 기자입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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