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인천시장, 백약이 무효이던 ‘저출생 문제’ 획기적 성과

유정복 인천시장이 최근 출생아 수 증가율 1위, 인구 증가율 1위, 경제성장률 1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낸 비결을 설명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인천시가 신혼부부 500가구에 하루 임대료 1000원에 주택을 공급하기로 한 ‘천원주택’ 정책이 화제다. 3월 6일 시작한 예비 입주자 모집에 사흘 만에 1642가구가 신청서를 냈다. 이런 속도면 14일 마감까지 3000가구 이상이 접수해 6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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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주택은 유정복 인천시장이 저출생 문제 해결을 목표로 야심 차게 시작한 ‘아이플러스(i+) 드림’ 정책 시리즈 중 하나다. 유 시장은 2023년 12월 “인천에서 태어난 아이 누구에게나 1억 원을 준다”는 내용의 ‘아이플러스 1억 드림’ 정책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천원주택을 골자로 한 ‘아이플러스 집 드림’, 출산가구 부모에게 교통비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아이플러스 차비 드림’ 등을 잇달아 내놓으며 주목받고 있다. 3월 11일 인천시청 접견실에서 마주 앉은 유 시장은 “인천이 지난해 출생아 수 증가율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인천으로 전입하는 사람이 많아져 인구 증가율 또한 전국 1위다. 인천시의 각종 정책이 수요자로부터 호응을 얻은 결과”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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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저출생 문제 해법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인천시를 주목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가 늘어나는 비결이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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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인천에서는 아이를 낳아도 되겠다’ ‘인천으로 이사 가면 좋은 기회가 생기겠다’고 생각한 덕분이라고 본다. 2월 기준 한국 주민등록 인구는 전월 대비 1만6057명 줄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인천 인구는 오히려 4205명이 늘었다. 인천은 경제성장률 면에서도 2년 연속 전국 1위다. 2022년 시장 취임 이후 줄곧 저출생 문제 해결과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노력했는데, 그 결실이 통계로 입증된 것 같아 기쁘다.”

“인천에서는 아이 낳아도 되겠다”

정부와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출생률을 높이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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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저출생 극복에 쓰는 예산이 연간 50조 원 수준이다. 그런데 지난해 태어난 아이는 약 24만 명에 불과하다.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 0.75로 세계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만약 아이가 한 명 태어날 때마다 나라에서 2억 원씩 준다고 하면 어떨까. 필요 예산은 현 출생아 수 기준 48조 원으로 지금 쓰는 돈보다 줄어든다. 반면 정책 효과는 훨씬 커질 것이다. 이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든 게 인천의 ‘아이플러스 1억 드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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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아이를 낳으면 무조건 1억 원을 준다니, 경제적 이유로 출산을 망설이는 사람에게는 무척 솔깃하게 들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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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효과를 기대하며 ‘1억 원’을 전면에 내세웠다. 나는 정책을 수립할 때 ‘네이밍’을 중시한다. 정책 이름이 수요자의 공감을 이끌어내야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존에도 국가가 지원하는 출산 관련 보조금을 다 합치면 아이 인당 7200만 원가량 됐다. 그런데 산발적으로 지급돼 시민들이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웠다. 그걸 다 더하고 2800만 원을 추가해 ‘1억 드림’이라는 이름을 붙이자 대중의 관심이 커졌다. 이제 인천 시민은 누구나 인천에서 태어난 아이는 만 18세가 될 때까지 총 1억 원에 이르는 다양한 지원을 받는다는 사실을 안다. 자연스레 ‘아이를 낳아볼까’ 생각하게 되고, 그 결과가 출생아 수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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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시장의 설명이다. ‘아이플러스 1억 드림’에서 ‘아이’는 출생아(baby)와 인천시(i) 등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드림’ 또한 우리말로 ‘준다’, 영어로는 ‘꿈(dream)’을 뜻한다. 간명하면서도 직관적인 이름을 곱씹을수록 “정책 네이밍에 각별히 신경 쓴다”는 유 시장 말이 실감 났다. 인천시가 ‘아이플러스 1억 드림’에 이어 내놓은 ‘천원주택’ 또한 파격적인 이름으로 화제를 모았다. 신혼부부에게 하루 1000원 수준의 임대료만 받고 집을 빌려준다는 ‘천원주택’ 정책의 다른 이름은 ‘아이플러스 집 드림’이다. 자연스레 인터뷰는 이 정책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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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비싼 수도권에서 임대료를 하루 1000원씩만 받는 게 가능한가. 일각에서는 “화제를 모으려고 잠깐 하다가 예산 문제를 언급하며 곧 중단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없지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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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세부 내용을 잘 몰라서 생긴 오해라고 본다. 계속할 게 아니라면 시작도 안 했다. 인천시 예산으로 얼마든지 지속가능하다. 천원주택은 큰 틀에서 매입형과 전세형으로 나뉜다. 전자는 인천도시공사(iH)가 서민 주거 안정을 목표로 매년 공급하는 임대주택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 주택 매입 가격의 30%는 국가가 지원한다. 20%는 iH가 내고 나머지 50%는 주택도시기금 등에서 빌린 뒤 수십 년에 걸쳐 상환한다. 지금까지는 이 금융비용을 임대주택 거주자가 냈다. 주택 크기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월 28만 원 수준이었다. 천원주택에 입주하면 이 돈을 다 안 내도 된다. 살면서 매일 1000원꼴로 월 3만 원만 부담하면 나머지는 인천시가 대신 내준다는 게 정책의 골자다. 전세형 임대주택도 설계는 마찬가지다. 단, iH가 매입한 집이 아니라 전세보증금을 낸 주택에 입주하는 것만 다르다.”

시민 마음 사로잡은 ‘가성비 정책’

유정복 인천시장이 3월 6일 인천시청 중앙홀에 마련된 ‘천원주택’ 접수처에서 예비 입주자들의 신청서를 받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올해 천원주택을 1000채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이 경우 인천시 부담이 어느 정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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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입형 500가구에 각각 월 25만 원, 전세형 500가구에 각각 월 35만 원 정도를 지원한다. 다 합쳐서 연간 36억 원으로, 인천시 전체 예산(약 15조 원)의 0.02% 수준이다. 이 비용으로 신혼부부 1000가구에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 천원주택이 화제를 모으자 다른 지자체들도 ‘그린벨트를 풀고 그 자리에 신혼부부용 주택을 지어 공급하겠다’ 등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렇게 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인천시는 새로 땅을 사 집을 짓는 대신 기존 임대주택을 활용하고 임대료를 지원하는 방식을 창안해 소요 예산과 시간을 혁신적으로 줄였다. 게다가 당장 내 집에 들어가 살 수 있으니 시민이 느끼는 정책 체감 효과는 훨씬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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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플러스 1억 드림’이나 ‘아이플러스 집 드림’ 모두 투입 예산에 비해 화제성과 정책 효과가 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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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말로 하면 ‘가성비’가 좋다. 나는 이 방식이 다른 지자체에도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 나아가 정부 정책으로 집행된다면 한국의 저출생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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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시장 목소리에서 자신감이 느껴졌다. 1979년 행정고시에 합격하며 공직에 입문한 유 시장은 1994년 만 36세 나이에 김포군수가 됐다. 전국 최연소 기록이다. 이후 김포시장, 인천시장, 행정안전부 장관, 농림수산식품부(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3선 국회의원 등을 지냈다. 현재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으로 구성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행정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그는 “정책 성공의 열쇠는 ‘국민 체감도’”라고 강조했다. “공급자가 아무리 ‘당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설명해도 수요자가 공감하지 못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민 마음을 움직이면 변화가 시작된다”는 믿음으로, 그는 3월 13일 ‘아이플러스 이어드림’ ‘아이플러스 맺어드림’ ‘아이플러스 길러드림’ 등 저출생 추가 대책 3종 세트를 발표했다. 이름 그대로 청년들의 만남과 결혼을 지원하고, 공공 보육 시스템을 강화해 아이 키울 걱정을 덜어주는 정책이다. 유 시장은 “앞으로도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인천시의 ‘아이플러스 드림’ 시리즈는 계속될 것”이라며 “사람이 모이고 경제에 활력이 넘치는 인천에서 더 많은 이가 행복한 미래를 설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