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근처에서 엘리베이터가 있고 방 3개짜리 70㎡(이하 전용면적) 후반대 빌라를 구하려면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70만 원은 줘야 한다. 천원주택의 월세 3만 원은 아주 좋은 가격이다.”
인천 미추홀구 도화동에서 부동산공인중개사로 일하는 A 씨는 근처 ‘천원주택’ 빌라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천원주택은 인천시가 신혼부부·신생아 가구 등에 파격적인 임대료로 제공하는 임대주택이다. 해당 빌라는 지난해 9월 준공된 새집인데도 기자가 3월 10일 오전 11시쯤 찾았을 때 새집 냄새는 나지 않았다. 남향으로 난 이중창을 열자 햇살과 함께 봄바람이 들어왔다. 창과 현관문을 열어두니 맞은편 대화초등학교에서 흘러나오는 종소리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3월 10일 인천시청 본관 ‘천원주택 예비 입주자 신청 접수처’에 신청자들이 줄을 서 있다. [임경진 기자]](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WEEKLY/Article/67/d3/88/00/67d3880004d4d2738276.jpg)
3월 10일 인천시청 본관 ‘천원주택 예비 입주자 신청 접수처’에 신청자들이 줄을 서 있다. [임경진 기자]
1㎞ 이내에 병원, 마트, 초중고교 위치
73.86㎡(약 22평형) 크기의 이 천원주택에는 방 3개, 화장실 1개가 있다. 보증금 800만~1200만 원에 월 임대료는 3만 원이다. 지하철역(1호선 도화역)과 초등학교가 걸어서 4분 거리에 있고 반경 1㎞ 이내에 소아과와 이비인후과, 치과의원이 자리하고 있다. 가구당 1대씩 차를 댈 수 있는 주차장도 있다. 출퇴근이나 생활 여건, 그리고 월 3만 원인 임대료만 따져도 젊은 층에게 매력적인 집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이날 오후 1시 대화초 앞에서 만난 도화동 주민 김모 씨(63·여)는 “차를 타고 10분만 가면 대형마트 트레이더스가 자리하고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다 있어 자녀 키우기에 아주 좋은 동네”라고 말했다.
천원주택은 보증금 800만~1200만 원에 월세 3만 원(하루 1000원꼴)을 내고 최장 6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인천형 임대주택이다. 올해부터 매년 1000채(매입형 500채, 전세형 500채)씩 공급할 계획이다. 소득 및 자산 기준을 충족하는 신혼부부·신생아 가구 등이 입주 대상자다. 3월 6일부터 14일까지 올해 공급분인 매입형 500채에 대한 예비 입주자 모집 신청을 받는데, 첫날에만 604가구가 신청했다. 전세형 500채의 예비 입주자 모집도 이르면 다음 달 시작된다.
월세 3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은 어떻게 가능할까. 매입형 천원주택은 인천도시공사(iH)가 보유한 공공임대주택을 활용해 공급한다. iH는 천원주택 사업 이전부터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시행해왔는데, 지난해 기준으로 기존 매입형 임대주택의 평균 월세가 28만 원이었다. 매입형 천원주택은 인천시가 25만 원, 입주자가 3만 원을 iH에 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전세형 천원주택은 입주자가 전세보증금 2억4000만 원 이하인 시중 주택을 선택하면 iH가 주택 소유자와 전세계약을 맺는다. iH는 주택도시기금에서 연 2% 저리 대출을 받아 전세보증금을 충당하고, 인천시로부터 월 35만 원, 입주자로부터 월 3만 원을 받아 이자를 낸다.
천원주택 1000채를 1년간 공급하는 데 인천시 자체 예산 36억 원이 들어간다. iH가 주택을 매입하거나 전세보증금을 마련하고자 주택도시기금으로부터 끌어 쓰는 돈은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다. 천원주택은 매년 1000채씩 새로 공급되고 입주자는 최장 6년간 거주할 수 있기 때문에 인천시는 6년 미만 거주자 비율 등을 고려해 사업 시행 6년 차부터 연간 최대 166억 원 시비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인천시 본예산이 14조9396억 원인 것을 고려하면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천원주택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이다.
![인천 미추홀구 도화동에 있는 73.86㎡ 크기의 천원주택 내부. 기자가 직접 가보니 방이 3개가 있어 자녀가 한둘 있는 가족이 살기 넉넉해 보였다. [임경진 기자]](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WEEKLY/Article/67/d3/88/32/67d388321fc6d2738276.jpg)
인천 미추홀구 도화동에 있는 73.86㎡ 크기의 천원주택 내부. 기자가 직접 가보니 방이 3개가 있어 자녀가 한둘 있는 가족이 살기 넉넉해 보였다. [임경진 기자]
“천원주택에 살려고 인천으로 이사”
천원주택의 준수한 입지와 파격적인 임대료 때문인지 3월 10일 오후 3시쯤 기자가 인천시청 본관 ‘천원주택 예비 입주자 신청 접수처’를 찾았을 때도 신청자들로 붐볐다. 인천 계양구 효성동에서 온 신혼부부 김모 씨(31)와 이모 씨(29·여)는 “48㎡짜리 아파트에 보증금 4000만 원에 월세 60만 원을 내며 살고 있다”면서 “다음 달에 아이가 태어나는데 입주자로 선정되면 돈을 많이 아낄 수 있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 연수구에 사는 30대 예비 신랑 최모 씨는 “현재 전세보증금 1억 원을 주고 18평형짜리 아파트에 살면서 매년 이자로 300만 원가량을 내고 있다”며 “현재 예비 입주자를 모집 중인 매입형 천원주택은 아파트가 없고 다세대주택만 있어 아쉽지만, 모두 신축인 데다 이자를 내지 않아도 되니 꼭 입주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에서 인천으로 이사 오겠다는 신청자도 많았다. 경기 안산에서 나고 자란 예비 신랑 이모 씨(34)는 “경기 부천 사람인 예비 신부와 현재 안산 오피스텔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 천원주택 입주자로 뽑히면 인천으로 이사 올 생각”이라며 “경쟁이 치열하다고 들었는데 공급량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온 김모 씨(40·여)는 “남편 직장이 있는 관악구에서 인천까지 차로 50분이면 오더라”며 “아이가 태어난 지 9개월밖에 안 돼 아직은 유치원이나 학군을 따질 필요가 없어 2년 동안은 인천 천원주택에 살면서 돈을 모으고 2년 뒤 다시 서울로 이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iH뿐 아니라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도 협력해 천원주택 공급 물량을 늘릴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월세 3만 원짜리 천원주택을 매년 1000채 공급하는 것은 예산실과 협의가 끝난 사항이라서 공급 물량이 1000채 아래로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안녕하세요. 임경진 기자입니다. 부지런히 듣고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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